정양수 취재부장.

역사는 번영 이후에 반동의 시기를 물려준다.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고통의 시간을 겪은 다음에 다시 사고와 철학적 고민에 빠져드는 힘든 시기를 지나야하는 것이 '리더'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안주한다.

돌아온 1987과 돌아온 북한의 공연단은 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다수는 침묵하고 일부는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10년 정권이 무너진 보수진영의 '반동'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진보진영의 '반동'은 1987년으로의 회귀와 권력화의 이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절대로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침체기가 있을 뿐이다.

1987년의 피로 맺은 성공을 뒤로하고 1990년 초반의 대학가는 권력화의 길을 걸었다. 투쟁을 위해라고 외쳤지만 학생들은 폐쇄적 총학에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또한 무한으로 반복되는 사상화의 바람에 하나둘 좌파 총학과의 거리를 멀리해갔다.

학생들의 손으로 좌파 총학생회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전국적으로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가 1990년대 초반에 대한민국 대학가를 개인주의 등으로 물들였다.

이것은 단순한 외면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투영한 큰 흐름이었다.

물론, 주류로 부터 도덕적 비난을 감수해야했던 현재의 촛불세대는 30여년만에 거리로 나서 탄핵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또한, 군사정권에 대항한 적도 없는 순수한 국민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 참을 수 없어라고 외쳤다.

최근 영화 1987이 이슈화되면서 그때의 주역들이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현상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선과 정권안정으로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30년의 비전을 읽어내기 힘들다는 공통점은 우려를 낳는다.

시대가 지나면 앞선 사상을 가진 이가 출현해야 한다. 지금은 쉬 그런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그리고 과거, 또 과거의 인사들이 과거를 외친다.

'10년 암흑기'를 지나온 우리들은 이를 예상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촛불정신으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진심을 정치권이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형, 연방제 수준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개헌의 한틀로 지방자치를 살리겠다고 하고 있지만 뼈대 뿐만 아니라 어떤 살을 붙여야 할지 진심을 읽어내기 힘들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반동의 시대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민들을 앞으로 가게 하지 못하게 하고,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지난 10년의 적폐청산은 이뤄져야 한다. 이전의 친일파를 정리하지 못했던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면 절대 안된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앞으로 10년 정권 창출을 위한 교두보로 적폐청산을 이용해나가다보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사상의 침몰로 이어지며 과거에서 답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반동이다. 1987년은 현재의 세대들에게는 과거이며,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대부분은 죄책감을 안겨주는 단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정당내에서는 이 1987이라는 단어를 부각시킴으로써 1987년 주역들이 전면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듯 하다.

정치는 과거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정치는 철학으로 하는 것만도 아니다.

정치란, 국민의 식생에 몰두하고 고민하고 밤잠을 설치면서 하는 것이다. 정치와 권력은 다른 이름이다.

달리 얘기하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의 상당수는 총학생회라는 권력을 맞본 사람이다.

얼마나 투명하게 총학이 운영됐었나? 얼마나 소통하면서 총학이 돌아갔었나? 자문해봐야 한다.

1987년은 대한민국의 대단한 역사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그림자를 통해서 다시 권력의 한자리에서 국민들을 이끌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공연단이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치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것은 국가를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국민이 아닌,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국가라는 의식의 변화가 깔려있다.

국가나 공무원은, 대통령까지도 국민에게 복종하고 따라야 하는 세상이다. 10여년의 국민,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에 대한 인식은 유산일 뿐이다.

한민족 공동체의 회복은 언젠가는 되야 한다. 합리적으로 순리에 맞게 천천히 해나가면 되는 일이 이제는 되어버렸다.

정치와 정치가 만난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 세계적인 수사로 쓰이겠지만 후대의 평가도 이 수사가 장식할지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지금 대한민국이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진정으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서비스하고 함께 하고 느낄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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