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최고의 예술가

 보위의 정규 14집 앨범 “Scary Monsters (And Super Creeps)”는 글램록 시절의 멜로디에 기타 신스(Guitar synth: 기타 신서사이져) 등, 전자 음향을 많이 사용하여 실험적인 베를린 스타일을 섞은 것 같은 느낌의 대작이다. 기타리스트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의 기타가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있으며, The Who의 피트 타운젠트(Pete Townshend)가 게스트로 참여하여 연주한 곡도 있다. 후에 평론가들은 보위의 다른 작품을 평할 때, ‘Scary Monsters 이래 최고의 작품’과 같은 말을 사용하곤 했을 정도로 보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후, 보위는 퀸(Queen)과 함께 ‘Under Pressure‘를 발표하고, 그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 “Let’s Dance”를 발매한다. 프로듀서로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참여했는데, 그는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 듀란듀란(Duran Duran), 마돈나(Madonna),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그리고 최근의 다프트 펑크(Daft Punk) 등과 함께 작업하며 수많은 히트를 생산한 뮤지션이었다. 그가 ‘아티스트’인 보위에게 함께 앨범의 프로듀싱을 하자는 제안을 받고 “어떤 앨범을 만들고자 나를 택했냐”고 묻자, 보위는 “히트 앨범”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과연 “Let’s Dance”는 히트를 쳤다. 미국 빌보드 및 각국의 차트를 점령했고, 그를 세계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이 앨범의 특징은 보위의 카리스마적인 목소리에 어울리는 강력한 댄스 비트, 그리고 나일 로저스의 리듬기타와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n)의 리드기타다. 현재는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하나로 평가 받지만,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스티비 레이 본의 연주를 우연히 듣게 된 보위는 바로 그를 앨범에 참여하도록 섭외하였고, 스튜디오 녹음 도중 그를 특급 기타리스트와 같은 위치로 대우하여 대부분의 연주에 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타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두 명 기타리스트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Let’s Dance”의 성공 이래 보위는 “Tonight” 등의 후속 팝 앨범들의 발매, 팻 메스니 그룹(Pat Metheny Group), 믹 재거(Mick Jagger) 등과의 작업 등 성공한 팝스타의 활동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와 기타리스트 리브스 가브렐스(Reeves Gabrels) 등과 함께 밴드 ‘틴 머신(Tin Machine)’을 조직하여 밴드의 보컬리스트가 되며, 밴드는 두 장의 앨범 “Tin Machine”, “Tine Machine II’를 발매한다. 그리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 ‘밴드멤버’로서 보위가 참여한 앨범들의 사운드 역시 무척 흥미롭다 할 수 있다. ‘멤버들이 모두 동등한 밴드’를 지향한 만큼 보위가 작곡을 도맡았을 망정, 전체 사운드에서 튀지 않는다. 오히려 가브렐스의 하드하고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기타 사운드가 더 돋보이는 듯 하다. 틴 머신은 1991년 해체되고 보위는 솔로 활동을 이어간다.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Black Tie, White Noise”로 다시 팝스타의 위치에 선 보위는 BBC 의 동명 프로그램의 사운드트랙으로 표기된 색소폰, 피아노가 주를 이룬 “Buddha of Suburbia”를 발매하고는, 보위 자신이 쓴 단편소설에 맞춘 컨셉트 앨범 “Outside”를 선보이는데, 필자는 이 앨범을 처음 듣고 ‘감당할 수 없는 사운드’라는 생각이 떠올랐던 일이 기억난다. 베를린 시절을 함께했던 이노(Brian Eno)와 함께 제작한 이 75분간 정신 없이 이어지는 작품은 아마 보위 최고의 역작 중 하나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역시 감당하기 힘든 드럼 앤 베이스(Drum and Bass) 비트로 구성된 “Earthling”은 “Outside”와 함께 일렉트로닉 시대의 보위를 대표하는 두 독특한 작품 중 하나다.

 보위의 마지막 시대는 1999년 발매된 “hours…”로 시작된다. 지금껏 했던 모든 실험들을 동원하여 제작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앨범… 이때부터 보위는 말 그대로 세계 최고의 뮤지션이었고, 모든 예술가들이 경외하는 예술가의 예술가가 되어있었다. 이후 혼란스러운 새로운 세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Heathen”, 그리고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Reality”를 발매하고 라이브 활동을 이어가다가 잠시 그 활동을 멈추었다.

 2014년, 보위의 스물네 번째 앨범 “The Next Day”가 평단과 음악 팬들의 극찬과 함께 발매되었다. 아주 지적이고, 아름다우며, 깊은 생각으로 가득 찬 이 완벽한 앨범의 발매와 함께 라이브 투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뮤직비디오가 몇 편 나왔는데, 그곳에 나온 보위의 얼굴에 많은 팬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보아온 ‘늙지 않는 팝스타’가 의도적으로 완전히 늙은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2016년, 보위는 팬들에게 작별 선물로 “Blackstar”를 주고 세상을 떠났다.

기타리스트 김윤

 지금껏 데이빗 보위(David Bowie)에 대해서 스튜디오 앨범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말하였다. 그는 음악은 물론이고, 패션, 영화, 연극 등 모든 예술분야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대 최고의 대중 아티스트 중 하나이다. (그 중 독보적이라고 말해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보위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그를 잘 모른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며, 삶에서 아주 큰 것을 놓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위를 잘 모르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그 삶을 예술로 채우고, 죽음 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데이빗 보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라.

 예술은 삶의 표현이며, 그 중에서도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가장 강하게 건드리는 부문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이토록 아름답고 드라마틱하게 다룬 이의 영향을 받는다면 삶이 얼마나 풍부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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