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한 가지 원인 때문에 병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플루엔자, 결핵, 포도상 구균 감염증과 기타 많은 병의 세균을 가지고 다니지만,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악천후, 굶주림, 때로는 가족 싸움, 스트레스 따위가 원인이 되어 병이 느닷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어떠한 종류의 병일지라도 오로지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는 일은 없으며 대체로 갖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병한다. 그런가하면 한 가지 원인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몸을 덮치는 이변에는 갖가지 형태가 있지만 가장 두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미지의 미생물에 의한 것이다.

처음으로 남태평양과 하와이를 탐험한 18세기의 유럽 항해자들은 거기에 사는 원주민들이 대체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탐험대가 상륙함으로써 양상이 급변했다. 항해자들은 이미 면역이 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가지고 들어간 미생물은 삽시간에 폴리네시아 제도를 휩쓸었다. 하와이 원주민은 모두 홍역에 걸렸고 수 천명이 희생되었다.

홍역뿐만이 아니라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전염병이 탐험자들과 함께 들어가서 백일해, 성병, 결핵, 인플루엔자 등이 일시에 놀라운 기세로 하와이 사람들을 덮쳤다.

쿡선장이 1778년에 처음으로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에는 주민이 약 30만명 가량이나 살고 있었는데 1860년에 겨우 3만 7000명만이 살아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와 똑 같은 식으로 미생물에 의한 전염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병의 하나인 페스트가 동양으로부터 유럽으로 전해졌던 것이다.

오늘날, 적어도 선진 공업국 사람들은 보다 적절하게 전염병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보통 근대의학, 특히 훌륭한 약품 덕분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학이나 약품이 이룩한 업적은 별로 큰 것이 아니며, 건강의 대폭적인 증진은 주로 사회시설의 발전에서 온 것이다. 최근에 진보한 위생시설 덕분에 매우 악성적인 미생물의 공격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음료수는 여과되고 다시 검사과정을 거쳐야 되고 장에 관한 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죽이기 위해 염소소독까지 한다. 음식물의 제조 및 준비과정에서의 효율적인 관리에 의해 세균이 혼입하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예방접종은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주게 되었는데 이것은 이미 의학이라기보다 사회적인 제도의 하나로 되었다.

선진국은 후진국과 같은 불결한 환경, 미비한 의료시설 등으로 인한 문제는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 대부분은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공해가 그 좋은 예이다. 오늘날, 공기나 물을 오염시키는 화학약품뿐만 아니라 신약조차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다른 한 예는 비만증이다. 영양실조가 큰 문제인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과식이 큰 건강상의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비만증은 수명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이 되고 있는데, 특히 그 영향은 심장병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도시생활의 압박에서 오는 만성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현대인의 생활에 반드시 따라다니는 정신이나 감정의 과로로부터 신체의 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원대학교 생물교육과 홍준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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