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의 변심, 변신

 글램록의 창시자, 광팬들을 거느린 컬트 스타, 아티스트 데이빗 보위가 그의 팬들을 배신했다. 이는 메탈리카(Metallica)가 얼털리카(Alterlica: 메탈리카가 여섯 번째 앨범부터 그 음악적 색깔을 바꾼 것을 비꼬아 부르는 말)로 바뀌고, U2가 디스코 풍의 일렉트릭 비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배신이다.

 락커인 그가 '소울(Soul)' 음반을 낸 것이다.

기타리스트 김윤

 'Young Americans'. 일단 그 앨범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앨범의 오프닝이자 타이틀 곡인 Young Americans부터 소울풀한 색소폰 소리로 시작되며, 이윽고 들리는 보위의 목소리 역시 퇴폐적인 락커의 그것이 아니다. 앞으로 보위와 가장 오래 함께할 기타리스트 칼로스 알로마(Carlos Alomar)의 매끄럽고 창의적인 리프, 펑크 밴드 Sly and the Family Stone의 드러머 앤디 뉴마크(Andy Newmark)의 펑키한 드러밍, 아직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 가수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의 백 보컬, 그리고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데이빗 산본(David Sanborn)의 색소폰 연주로 이루어진 '필라델피아 소울'을 지향하는 앨범이다.

 보위는 그 펑키한 밴드와 함께 작곡과 녹음을 동시에 진행했으며, 리드보컬을 포함한 녹음의 거의 대부분이 오버더빙(따로 녹음하여 덧붙이는)이 없는 라이브로 이루어졌다.

 주황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심하게 바짝 마른 (이전 만큼이나)기괴한 외양이 된 그는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자신의 스타일을 플라스틱 소울(Plastic Soul)이라고 명명했으며, 존 레넌(John Lennon)이 참여한 이 앨범의 싱글 'Fame'이 빌보드 차트 1위에 등극하며 그를 단지 컬트 스타가 아닌 세계적 팝스타의 위치로 올려주었다.

 보위는 Young Americans의 성공 이후,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한 앨범 'Station to Station'을 발표하는데, 이는 그가 글램록을 비롯한 이전의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아티스트가 되었음을 알리는 작품이다.

 한 평론가에 의해 '아방가르드 아트 록'이라고 불리기도 한 음악적인 혁명 외에도, 보위는 이 앨범부터 Ziggy Stardust와 Aladdin Sane을 이은 새로운 페르소나 'the Thin White Duke'로 변신하기도 했는데, 이는 기름을 발라 넘긴 머리에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그 속은 냉혹하지만, 겉으로는 감성을 담아 가식적으로 노래하는 이'를 표방하는 캐릭터다. 그 모습은 이후, 각종 명품 패션모델들의 사진에서 차용되는 등,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위는 이후, 록시 뮤직(Roxy Music)에서 ‘사운드(?)’를 연주했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함께 베를린 삼부작(Berlin Triology)으로 불리는 앨범을 세 장 발표하는데, 이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음악적으로 독일의 전자음악(Can, Neu!, 그리고 Kraftwerk)에 영향을 받은 실험적 작품들이다.

 현대 미술 작품활동에 심취하고, '코카인(Cocaine)과 우유밖에 먹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삶에 적용시키기도 한 그의 베를린 삼부작은 추상적이며 시각적인 'Low',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명작, 'Heroes', 다시 기타-드럼 사운드로 돌아간 듯한 'Lodger'로, 모두 대중적으로는 보통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음악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역대의 명작으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1980년, 이 베를린 삼부작과 이전의 글램록을 합친 것 같은 역작 'Scary Monsters (And Super Creeps)를 발표한다.

 필자는 훌륭한 음반은 그 아티스트의 '베스트 앨범'보다 훨씬 가치 있을 뿐 아니라, 감상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이 '예술가'의 대표곡 몇을 꼽아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짓은 도저히 못하겠다.

 보위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처음에 했던 말이지만, 보위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는데도 그를 모른다는 것은 삶에서 아주 큰 것을 놓친 것이다.

 초창기의 글램록으로 보위의 그 드라마틱한 음악과 차별된 작곡 방식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이 새로운 시도들을 경험하며 '예술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강력히 권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