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경쟁과 혁신을 강조하는 금융개혁에 있어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과 혁신적 서비스를 그 특징으로 하는 핀테크야말로 금융개혁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초부터 세계적인 금융·IT 융합(핀테크)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정체되어 있는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핀테크 육성’을 정부 핵심개혁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여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초 IT·금융 융합지원방안을 발표하여 사전규제 최소화, 핀테크 생태계 조성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하였고, 지난해 3월에는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핀테크 지원센터를 개소해 핀테크 기업-금융회사간 소통·협력 채널을 구축했다.

또 보안 프로그램 설치의무(2월), 공인인증서 사용의무(3월), 사전 보안성심의(6월) 등 핀테크 육성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폐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크라우드 펀딩, 보험상품 비교 정보를 통합 공시하는 포털인 보험다모아 출시, 간편결제서비스, 간편송금, 비대면 계좌개설 허용, 계좌이동서비스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 국민의 약 66.3% 정도가 ‘핀테크’를 알고 있거나 핀테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서비스 이용자의 약 74.2%가 편리함, 시간 절약 등의 이유로 핀테크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5년은 ‘핀테크’라는 용어가 산업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핀테크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해이기도 한다. 정부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 및 업종 수는 25%, 전자금융업종 수는 49% 성장하였고, 해당 업종의 매출액 및 거래건수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 수도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도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각종 페이 서비스 등에 힘입어 2015년 2분기까지 5조 7000여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가 핀테크의 터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향후 핀테크는 어떻게 발전될까. 어렵게만 느껴졌던 금융이 이제 말 그대로 ‘내 손안의 금융’을 체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 '내 손안'이란 말 그대로 간편함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모든 금융 혁명이 그러했듯 핀테크도 ‘돈 좀 편하게 쓰고 싶다’는 대중의 필요가 응축됐을 때 시작됐다. 핀테크는 간편하게 결제하는 솔루션(해법)을 발명해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핀테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페이팔은 신용카드 본인 인증으로 페이팔 계정을 만들면 이후 론 계정 접속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가상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판매자가 이곳에서 돈을 찾아가기 때문에 개인 정보도 노출되지 않는다.

페이팔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의 알리페이에 이어 미국의 애플페이, 구글페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이 등장해 전 세계에서 간편결제 경쟁이 한창이다.

둘째, 얼굴을 맞대지 않는 비대면 가상 거래가 된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금융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금융회사들은 오프라인 점포 대신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지점 비용이 들지 않는 인터넷 은행이 출현하면 경쟁 때문에라도 은행의 디지털 뱅크화가 불가피하다.

셋째, 금융 소비자들의 직접 거래, 즉 개인 대 개인(P2P) 거래가 늘어난다. 모바일 플랫폼의 성격상 언제 어디서든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금융 소비자가 엄청나게 많은 금융 정보를 쥐고 있으니 그만큼 금융 상품과 서비스 선택권이 강해진다.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 소비자 주권이 강화되는 셈이다.

세계 금융 시장은 이미 핀테크가 대세다. 새로운 산업 성장을 선도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물론, 세계 금융 일번지인 뉴욕 맨해튼과 영국 런던에서 은행과 투자은행들이 핀테크 업체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올해에는 핀테크지원센터도 적극적으로 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특히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면서 비대면 거래와 지문, 홍채 등 생체 인식이 본격화 될 것인데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창업 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융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핀테크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모인 빅데이터(거대정보)를 활용하면 로봇처럼 정교하게 자산을 관리한다는 로보 어드바이저나 아직 미개척 영역인 보험 상품 개발에도 신기원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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