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김선영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최초 학내 벤처기업으로 생명공학 회사인 바이로메드를 설립하자 모든 언론이 큰 관심을 보였다. 생명공학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유망산업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2005년 이 회사가 상장할 때까지 투자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액면가 500원인 이 회사 주식은 현재 주가가 20만 원을 넘는다. 창업 초기에 투자했다면 20년 동안 400배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셈이다.

# 인터넷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창업한 김모(37) 씨는 창업 3년 만에 회사를 접어야 했다. 전문가들로부터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말을 들었지만, 금융권이나 정부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더 이상 개발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그는 결국 그동안 투자한 자금도 건지지 못한 채 아이디어마저 다른 회사에 넘겨야 했다.

‘될성부른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개인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매칭해주는 제도가 생겼다. 1월 25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다. 대중(Crowd)과 자금 조달(Funding)을 합친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창업·중소기업에는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하는 ‘천사펀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출범 초부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아이콘으로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제도화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제도 도입의 틀을 마련하고, 10월부터 민관 합동으로 크라우드펀딩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월 20일 열린 크라우드펀딩 오픈 기념 행사에서 “크라우드펀딩은 신생·창업기업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희망”이라며 “자본시장의 금융 혁신 및 경쟁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시행 첫날인 1월 25일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체 사이트에 투자자 4만여 명이 몰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친환경 해양 바이오기업 마린테크노가 첫날 목표한 자금(7000만 원) 조달에 성공하며 크라우드펀딩 1호 성공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투자자가 투자에 성공하려면 투자할 기업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체가 기업 정보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1월 20일 기업투자정보마당(ciip.or.kr)을 오픈했다. 기업투자정보마당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3만 개에 달하는 유망혁신기업에 대한 기업 정보를 받아 중개업체에 맞춤형 기업 정보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청이 보유한 엔젤투자용 ‘기업정보검색 시스템’ 창업기업 데이터베이스, K-Global 300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각 부처가 지원·관리하고 있는 유망 벤처기업들의 정보도 중개업체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중개업체는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

투자받기를 원하는 예비창업자 등은 창조경제혁신센터 파이낸스 존을 방문해 기업 정보를 제공(One-Stop 서비스)하면 된다. 정보 등록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 모집에 성공하면 보증 연계투자와 우대보증 등 매칭자금 지원, 입주 공간 제공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펀딩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성장사다리펀드가 자금 조성 단계에 함께 투자해 펀딩의 마중물 구실을 한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모집에 성공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후속적인 매칭 투자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성한 벤처기업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개인투자자 한 기업에 200만원, 연간 500만원까지 투자 제한
장기 투자, 가치 투자라는 점 인식해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는 전용 사이트 크라우드넷(www.crowdnet.or.kr)에 접속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서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사이트에 등록된 온라인 중개업체 사이트로 넘어가면 된다. 현재 ㈜와디즈, ㈜유캔스타트, 오픈트레이드㈜, ㈜인크, ㈜신화웰스펀딩 등 5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고객 자산을 직접 수탁하거나 운용하지 않고 발행인과 투자자 사이에서 증권을 단순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는 중개업체가 중개하는 회사에만 투자할 수 있다.

투자의 모든 과정은 온라인에서만 이뤄진다. 투자 절차, 필요 서류 등 투자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투자중개업체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한 것 같지만 차근차근 따라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투자한 자금은 1년 후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 호가 게시판 K-OTCBB(www.k-otcbb.or.kr)를 통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정부는 성장사다리펀드를 회수시장에 참여시켜 일반 투자자의 주권을 매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도울 계획이다.

정부는 크라우드펀딩이 신생·창업기업의 ‘자금 조달 원활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기본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자금 조달을 원활화할 수 있도록 중개업체의 진입 규제 및 증권 발행 부담은 완화하되, 기업당 최대 펀딩금액을 연 7억 원으로 제한했다.

개인투자자는 크라우드펀딩을 투자 한도로 한 기업에 최대 200만 원, 연간 총 500만 원으로 제한했다. 또한 1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이 밖에도 정부는 크라우드펀딩과 유사한 불법 사금융행위를 집중 단속해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크라우드펀딩은 비상장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투자 실패 확률도 높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자칫 원금을 다 잃을 위험성도 있다. 업계에선 투자 성공률이 30%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를 하려면 분산 투자를 하는 게 좋다.

1년 뒤 주식을 팔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보통 비상장회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기업 공개(IPO)를 하는 데 5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투자금 회수기간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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