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한국신용정보원 출범

2014년 1월 국내 대형 신용카드 회사들이 고객 정보를 대거 유출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민은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8~9개씩 털렸다. 당시 국민들 사이에서는 신용카드 회사들의 부실한 정보보안 시스템에 개탄하며 “고객의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등의 자조적인 말도 쏟아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직후 사회 전반에는 개인정보의 효율적인 관리와 정보보안이 필요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이 일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신용정보 집중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약 2년간 국회 입법이 추진되고 정책적 논의가 벌어졌다. 실무자들이 각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논의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올해 1월 1일 전국은행연합회 산하조직으로 ‘한국신용정보원(이하 신용정보원)’이 출범하고 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창립 기념식을 가졌다.


신용정보원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국신용정보원이 수요자 중심의 데이터 활용을 지원해나가는 정부3.0의 기본정신에 부합하도록 현장의 여러 수요자들과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임 위원장은 “한국신용정보원은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대부업 등 모든 업권의 신용정보가 집중되는 세계 최초의 신용정보 집중기관”이라며 “신용정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정보를, 금융회사는 여신평가 시스템의 정교화를, 소비자들은 신용정보 집중·관리 관행 개선을 바라고 있다”며 “현장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모든 업권의 신용정보 집중
“신용정보 적재적소 활용 위해 현장에 관심 가져야”


무엇보다 임 위원장은 한국신용정보원의 설립 이유가 신용정보 집중기관을 통합해 안전하게 신용정보를 보호하는 데 있는 만큼 “정보 보호가 가장 중요한 소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해킹 등 외부로부터의 침해에 대한 보안 ▶정보 유출 등 내부로부터의 침해에 대한 보안 ▶임직원의 보안의식 등 세 가지가 균형 있게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앞으로 신용정보원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신용정보원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에 따라 기존에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협회 아래 있던 신용정보 집중기관이 통합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에 따라 신용정보법상 통합 대상은 아니지만 신용정보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 보험개발원의 일부 정보와 우체국 보험 등 4대 공제 정보도 신용정보원으로 통합돼 관리된다.


이렇게 될 경우 각 협회 등에서 분산해 관리하던 신용정보는 신용정보원으로 통합 관리되고, 신용정보의 보안 관리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기존 협회에서 진행하던 것에 비해 강화된 내부 통제, 진화된 보안체계, 금융보안원의 보안 관제 및 취약점 분석 평가 등으로 신용정보가 더욱 안전하게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정보원은 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 모든 업권의 신용정보가 집중되기 때문에 각 금융회사는 신용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신용평가모형(CSS : Credit Scoring System)을 더 정교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A저축은행이 나이스신용평가회사와 신용정보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을 통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면 신용정보원이 보유한 모든 업권의 신용정보를 활용해 공동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할 수 있다.


또 신용정보원에 집중된 은행, 보험업, 금융투자업, 여신전문업, 대부업 등의 정보를 분석해 각 회사의 부실률을 좀 더 정확하게 산정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신용평가모형은 더 정교해지고 소비자가 피해를 볼 우려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정확한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부실률을 낮추게 되면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적격대출 대상을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신용평가모형 등을 지원해 인터넷은행이 조기에 시장에 안착하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금리보다는 낮으면서 은행의 일반 대출 금리보다는 높은 상품인 중금리 대출 등이 활성화돼 국민 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정보원 출범은 핀테크 업체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통계정보 등을 제공해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 또 핀테크 업체 등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용정보 분석 및 활용방법 컨설팅을 진행해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을 지원해나가는 등 정부3.0에서 추진 중인 수요자 중심의 데이터 활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신생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촉진해 금융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새로운 상품 또한 제공되는 등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종합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회사 신용평가 모형은 더욱 정교해지고
핀테크 업체들의 금융업 진출 지원으로 경쟁력 제고


신용정보원은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인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기준금리 등에 대해 시계열 분석(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간격마다 기록한 수량화된 객관적 통계자료를 분석해 예측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분석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면 정책 변화에 따른 특정 그룹의 신용도, 또는 평균소비성향 등에 미치는 영향 분석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경우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정책의 사전 영향 분석 등 지표를 토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어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정보원 출범 이후에는 기존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에서 각각 나눠 관리하던 신용정보가 통합 관리되기 때문에 향후 보험사기 대응력 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체국보험, 신협·수협·새마을금고공제 등 4대 공제와 민영 보험사 간 보험정보가 통합 관리됨에 따라 보험사기의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는 보험사기 전력이 있는 A 씨가 민영 보험사에 청약을 했다가 거절당한 뒤 우체국보험에 가입해 또다시 보험사기를 벌여 보험금을 수령하는 범죄가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8월부터는 우체국보험 등 4대 공제 정보도 민영 보험사와 실시간으로 공유돼 보험사기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손보험 중복 가입 확인이 일원화돼 중복 가입 체크 등이 빨라지게 되면 소비자들이 실손 관련 상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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