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아빠들의 육아 노하우] ⑨ 정우열 정신과 전문의
힘든 만큼 유익…아이들이 주는 순도 100% 사랑, 느껴 본 사람만 알아

안녕하세요. 100인의 아빠단 5기 특별멘토라는 부담스러운 직함(?)을 가진 정우열입니다. 현재 두 아이의 주양육자로 살고 있어요. 첫째는 은재(딸) 4세, 둘째는 포동이(아들) 3세이고요. 주양육자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이유는 보통 집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렇답니다.


예를 들면 육아블로그, 육아인스타, 어린이집 엄마들 모닝커피 수다모임, 어린이집 행사, 어린이집 엄마들 단톡방(단체카톡방) 등 모두 아내가 아닌 제가 하고 있어요.

 

▲어린이집 엄마들과의 브런치 시간.


저의 하루 일과를 잠시 말씀 드리면 매일 아침마다 아내와 함께 두 아이 어린이집 보낼 준비와 출근 준비를 해요. 그리고 온 가족이 차에 타고 아내는 지하철 역에 내려주고(출근) 저는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직장에 가요. 일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찾아서 집에 오고요.


직업은 정신과 의사인데 아이들 위주로 세팅이 되어 있어서 다른 의사분들보다 일을 조금해요.


가능하면 10시-5시 안에서 진료도 하고 상담도 하고 강의도 하고 가끔 방송출연도 해요. 매일 저녁과 주말 내내 아이와 함께 보내는 편이에요.


근데 제가 이렇게 보통 집의 일하는 엄마처럼 살고 있는 이유는 제가 원래 가정적이어서도 아니고 자상해서도 아니고 그냥 우연히 이렇게 된 거에요.


첫째 은재가 태어날 때에 우연히 일을 쉬게 된 타이밍이었는데 그때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아내와 함께 먹고 자고 했어요.


▲어린이집 행사 기념촬영.
아내의 출산휴가는 3개월이었고 바로 복직할 상황이어서 그동안만 같이 아이를 보려고 했어요. 3개월 후에 아내는 복직하고 저는 새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지가 고민이 많이 됐어요. 정신과의사라는 직업병(?) 때문에 아이의 초기 1년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신중하고 싶었고 기왕 제가 쉬는 거 조금만 더 보면서 잘 구해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게 길어져서 9개월 정도를 전업아빠로 살았어요.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니라 육아휴직은 아니었고요. 한번 시작이 그렇게 되니 당연히 첫째는 엄마가 아닌 아빠인 저에게 서열1순위의 애착을 형성했어요.


아내가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도 저랑 계속 놀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그 당시엔 낮이고 밤이고 계속 아이를 봤어요. 힘들고 지치고 육아우울감도 많이 느끼고. 그러다 보니 아내는 육아 부담이 적어서인지 둘째를 연년생으로 가지게 되었어요.


보통 집과는 다르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은 아내보다도 제가 가지게 됐지요. 애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내보단 제가 잘 알았으니까요.둘째가 태어나면 아내에게 바톤을 좀 넘겨주려는 야심찬 계획을 짰어요.


하지만, 물거품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아내가 신생아를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고. 저한테 자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봐서 그래서 제가 알려주다 보니 귀찮아서 그냥 제가 하게 되고그렇게 둘째도 제가 주양육자가 되었어요.


이런 저런 사회생활로 저녁 모임을 갈 때가 있는데 가더라도 9시만 되면 저는 집으로 와야 해요. 왜냐하면 아내가 혼자 아이를 둘 못 재워서요. 그리고 아이들은 저랑 자겠다고 아내를 괴롭혀서요. 아내는 그런 동영상을 카톡으로 자꾸 저한테 보내서요. 이처럼, 아이들이라는 존재가 저에게는 늘 짐이에요.


하지만 제가 이 생활을 계속 하는 이유는 힘든만큼 저한테 유익이 있기 때문이에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이들이 저에게 주는 순도 100%의 사랑인데 그냥 “사랑해”와 진심이 담긴 “사랑해”와 그냥 안기는 것과 폭~ 안기는 것과 기타 등등. 이게 비슷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참 다르다는 걸 느껴본 사람만 알지요.


이런 저런 아빠 모임을 통해 육아에 열심인 아빠분들을 많이 만나는 편인데 아이의 사랑을 제대로 느껴본 사람은 굳이 시키지 않아도 힘들어도 그냥 그걸 계속 느끼고 싶어서 어떻게든 아이와 함께 하는 것 같아요.


아빠 육아는 당연히 아이에게 좋아요. 그리고 당연히 엄마에게도 좋아요. 근데 그래서 하는게 아닌 것 같아요.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아직 맛보지 못한 분들은 그걸 맛보길 추천드려요.


끝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을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아빠 육아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도 엄마도 아닌 아빠 자신입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