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 청주캠퍼스 첫 고졸 교수 이준배 (주)JBL 대표
중요한건 학력·스펙 아닌 능력…“능력중심사회 마중물 되겠다”

“학생들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현장식 교육에 취업까지 알선해주니 학생들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선생님이 어디 있겠습니까!”(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이현수 학장)


“교수님요? 단연 최고죠. 재미있게 잘 가르치시고 인성이나 인생에 대한 체험담을 생생하게 말씀해주셔서 친구들 모두 다 좋아합니다.”(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 1학년 김용현)


공급자인 대학의 수장과 수요자인 학생 모두에게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이 교수는 누구일까. 바로 폴리텍대 청주캠퍼스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이준배 (주)JBL 대표다. 

 

▲고졸 출신으로 폴리텍대 첫 겸임교수로 임용된 이준배 JBL 대표의 강의모습. 이 대표는 ‘기능한국인’에 ‘숙련기술인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이준배 대표는 이번 학기부터 폴리텍대 청주캠퍼스에서 ‘직업과 능력개발’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강단에 오른 지 채 두 달이 안 됐지만 이 대표는 벌써 폴리텍대의 스타교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준배 대표가 석·박사도 학사·전문학사도 아닌 고졸 출신의 교수라는 것이다.


이준배 대표는 전임강사를 포함한 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교수진 79명 유일한 고졸 출신 교수다. 그러나 학위만 없지 실무경험이나 능력 등은 이미 국가로부터 충분히 인정을 받은 최고의 실력파다.


충남기계공고를 졸업한 이준배 대표는 지난해 기계설계분야 최연소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또한 얼마전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숙련기술인 홍보대사’로도 선임됐다.


수상이력만 화려한 게 아니다. 경영능력도 뛰어나다. 이준배 대표가 이끄는 JBL은 매출 100억원대를 올리는 정밀기계설계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또, 지난 2013년에는 iBUILT Sejong이라는 창조경제플랫폼 기업을 세워 초기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수상경력과 풍부한 실무경력을 갖춘 까닭에 진작부터 대학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전 배재대의 경우도 이 대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겸임교수로 임용하려 했으나 ‘전문학사’ 이상이라는 규정 때문에 겸임교수가 아닌 객원교수로 강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현재 관련 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배 대표가 21일 메카트로닉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과 능력개발’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근로시간, 임금, 해고 등 딱딱한 주제지만 자신의 경험에 게임방식을 곁들이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현수 폴리텍대 청주캠퍼스 학장은 이런 사연을 접하고 이 대표를 폴리텍대 겸임교수로 초빙했다. 다행히 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관할로 교육부와는 다른 학력 규정이 있어 채용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에 대해 이 학장은 “명색이 국책 직업교육대학인 폴리텍대마저 능력이나 실력이 아닌 학력과 스펙을 우선시한다면 그것은 폴리텍대 정체성에 대한 문제”라고 판단, 학내의 부정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영입을 추진했다.


이어 “이 대표가 가르친 학생들이 취업한 뒤 ‘이준배 교수님 강의내용과 회사의 업무나 생활이 똑같아 너무 편안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이게 바로 실무중심 교육의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폴리텍대 청주캠퍼스는 92%의 취업률로 지난해 전국 128개 전문대 중 4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현수 학장도 폴리텍대 청주캠퍼스 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 학장은 “진정한 교육개혁이란 교과과정을 혁신하는 것이다. 대학이 바뀌어야 청년고용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실무형 강의의 필요성이 확인된 이상 실무형 교수를 내년 1학기에 2명, 2학기에 3명 더 모실 계획”이라고 향후 능력중심의 채용방침을 예고했다.


이준배 대표는 폴리텍대 출강 이후 생활이 두 배로 바빠졌지만 그 이상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학력이 아닌 순전히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이 자리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고교 졸업 후 30년간 묵묵히 한 길을 걸으며 명장의 반열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지만 중요한 순간 높은 학력의 벽을 실감하며 좌절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실력이 있다면 인정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제가 그 증거가 되겠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고졸학력으로 첫 겸임교수가 된 이준배 대표, 학내의 부정적 정서를 무릅쓰고 이준배 대표를 영입한 이현수 학장, 그리고 “잘 가르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학력이 뭐가 중요하냐”는 김용현 학생과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도 곧 능력중심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능력과 인성보다 스펙과 학력이 아직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들은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문제는 학력이 아니라 능력이야, 바보야!”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