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한국] 르 피가로, 파리가을축제 참가 안은미 공연 극찬

지금 프랑스에서는 전 세계 현대예술을 소개하는 파리가을축제(Festival d'automne)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44회를 맞은 파리가을축제는 현대무용 안무가인 안은미의 공연 ‘댄스 3부작’을 공식 초청했다. 안은미는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사심 없는 댄스’, 60∼80대 할머니들이 출연하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중년 남성들의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댄스’를 차례로 공연 중이다.


일반인 댄서의 ‘존재를 위한 몸의 움직임’ 속 사회현상 포착


안은미의 공연에 대한 프랑스의 관심과 호응은 놀라웠다. 르 피가로(Le Figaro)는 27일 <무대 속의 한국> 기사를 통해 그녀의 공연을 심도 있게 소개했다.


신문은 “안무가 안은미는 몸에 기초한 움직임과 대단한 대담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파리 가을축제에서 그녀가 선보일 3부작 춤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며 “공연을 통해 한국의 놀라운 면모를 볼 수 있다”고 극찬했다.

 

▲르 피가로 기사 원문.


안은미의 공연에는 모두 일반인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공연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는 11명의 할머니들과 1명의 할아버지가 출연했다. 그녀는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20년 간 프로 댄서들과 작업을 하고 나니까 아마추어들과 작업을 하고 싶어 졌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에서 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제가 이분들에게 무엇을 해보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다만 그분들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춤으로 나타내보라고 요청했을 뿐”이라며 “그들의 제스처 속에서 믿을 수 없는 기쁨과 함께 한국 옛 농촌의 역사가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안은미의 두 번째 작품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댄스’에는 중년 남성들이 출연한다. 르 피가로는 “이 세대 남성들은 스스로 공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그들은 일, 성공, 과로 그리고 술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 발전 세대에 속해있다”며 “안은미가 40~65세 남성들에 대한 원칙을 파괴했다”고 평했다.


마지막 무대 ‘사심 없는 댄스’는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이다. 신문은 “도시의 복장을 한 청소년들이 춤을 추고, 자신들이 기대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이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정확하고도 즐거운 묘사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르 피가로는 “안은미의 댄서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걷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춤을 춘다. 매혹된 관객들은 휘날리는 색종이들을 맞으며 무대 위에서 출연자들과 함께 춤을 추게 된다”고 전했다.


“괜찮은 고집불통” 무용가의 창의적 도전


르 피가로는 18세 때 첫 번째 공연에서 아베 마리아를 솔로로 공연하고, 그 이후 삭발을 했으며 피아노를 도끼로 부수기도 하고 기중기 위에서 뛰어내리거나 빨간 페인트로 몸을 장식한 채 공연을 펼친 안은미를 가리켜 “비교적 괜찮은 고집불통”이라고 표현했다.


안은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미국의 다양한 춤을 배운 후 말썽쟁이로 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창의성을 통해 나는 우리사회에서 내가 느끼는 것을 얘기할 수 있다. 기독교 사회이건 불교 사회이건 또는 무속적 사회이건 간에 전통이 모든 규칙을 만들어내는, 남성들에 의해 통제되는 이 세계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얻기 위해 여성들이 얼마나 투쟁을 해야만 하는가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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