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썼더니 숨은 내공이 드러났다

가면을 벗는 순간 판정단은 환호하고 주인공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MBC 프로그램 ‘복면가왕’. 이 특별한 프로그램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때 ‘나는 가수다’ 열풍이 가요계를 휩쓴 적이 있다. 가창력 있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순위와 당락이 결정됐으니 매회 화제였다. 여기에 재미있는 장치를 더 갖춘 강력한 가요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면을 쓴 가수가 나이나 신분, 직종을 숨긴 채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는 ‘복면가왕’이다.


가면 뒤의 인물들도 전혀 새롭다. 기존에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가수나 비주얼로만 승부할 줄 알았던 아이돌 스타뿐 아니라 작곡가나 배우, 심지어 개그맨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복면가왕’이 배출해낸 연예인들은 에프엑스의 루나, 에이핑크의 정은지, 스피카의 김보아, 엑소의 첸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부터 김슬기, 문희경, 홍석천까지 다양하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라는 별명으로 장기 집권한 김연우도 빼놓을 수 없다. 가면을 벗어도 화제고, 가면을 쓰고 있으면 더 화제가 되는 새로운 형식의 가요 프로그램에 대해 노시용 PD와 이야기를 나눴다.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MBC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클레오파트라로 분장한 가수 김연우.


‘복면가왕’은 어떤 콘셉트로 기획됐나.
“나이, 인기, 성별을 다 떠나 오직 목소리만으로 대결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설 연휴 때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정규 편성이 됐다.”


판정단 중 김구라 씨가 가장 잘 맞히더라. 다른 분들도 의외로 잘 맞혀 혹시 미리 알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구도 사전엔 전혀 모른다. 녹화가 9~10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이걸 알고 그 긴 시간 동안 녹화를 하면 너무 재미가 없다. 오직 사회자인 김성주 씨 혼자만 알고 있고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녹화를 하는 거다.


제작진도 김구라 씨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가수도 음악도 많이 안다. 한마디로 모르는 게 없더라. 제일 두려운 판정단원이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무엇인가.
“한동안 ‘클레오파트라가 누구야?’였다. 김연우 씨가 워낙 장기간 가왕을 했으니 어딜 가나 물었다. 당연히 ‘나중에 방송으로 봐. 비밀이야’, 이게 내 대답이었다. 물론 가족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목소리 주인공을 맞히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 제작진은 누군지 쉽게 구별할 수 있나.
“우리도 캐스팅하기 전에 (누군지 모른 채로) 목소리만 들어본다. 작가들이나 스태프에게 녹음을 들려주면서 ‘누군지 맞혀보라’고 하면 잘 못 맞힌다. 그 사람인지 알고 들으면 ‘아하 그렇구나’ 하지만, 사전 정보가 없으면 우리도 맞히기 어렵다.”


그동안 가장 인상 깊은 출연자를 꼽는다면.
“한 사람을 꼽기는 무척 어렵다. 모든 출연자 분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임해주시고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연기자나 가수나 개그맨이나 마찬가지다. 꼭 1등을 하기보다는 정말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런 모습에 매번 감동을 받고,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이런 분들의 노래를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출연진의 노래뿐 아니라 개인기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개인기 노출에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다른 방송에서 했던 개인기는 못 하게 한다. 그 사람인지 노출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방송만의 색다른 개인기가 나온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도 멋있게만 하려고 하지 않는다. 연배가 있는 분들은 가면을 쓴 만큼 과감하게 하신다. 그래야 나중에 가면을 벗었을 때 ‘저분이 저렇게까지 재미있게 했어?’ 하는 반응을 얻기도 한다.”


‘복면가왕’은 감추는 데 재미가 있지만, 너무 모르게 해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절대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놓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알듯 말듯 하게 하는 게 재미의 포인트다. 판정단원이나 시청자들이 모르게 해야 하지만 너무 꽁꽁 싸매면 맞힐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힌트를 주면서 맞힐 수 있는 근거도 주어야 한다. 때론 드러난 증거들이 ‘의도된 거냐, 못 감춰서 눈에 띄는 거냐’ 하는 논란도 있다.”


유독 아이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아이돌의 경우 자기 팀 내에서 주어진 역할이 있고 노래에도 일정한 콘셉트가 있어서 실력이 출중해도 뽐낼 기회가 없다. 그들에게는 ‘복면가왕’이 한 번쯤 진지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들의 실력이나 열정이 이 정도까지인지 몰랐다.”


탈락하면 노래를 부르면서 가면을 벗는데, 그때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는 것 같다. 탈락하는 사람들도 모두 주인공 같다.
“맞다. 우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가왕을 뽑는 것이지만, 실력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라운드마다 공개되는 가수가 주인공이다. 오히려 1라운드에 떨어진 분들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출연하는 모든 분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