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33년 3개월하고 보름 정도 공직생활을 했어요.”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원특례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김희겸(58) 전 경기도부지사가 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오랜 공직생활만큼 김 전 부지사의 행정경력은 화려하다. 경기도 경제부지사, 행정1·2부지사를 모두 지냈다. 경기도정 역사에서 유일한 인물이다. 중앙부처에선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전 부지사는 “경기 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부지사를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다. 부지사를 하다 차관까지 간 경우도 처음이다”라고 귀띔했다. “1급만 7년 6개월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한 경우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지사는 수원특례시 완성을 위해 “지역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중앙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라고, “33년 행정 경험이 있기에.... 남들보다 해결 능력이 더 있다”라고, “중앙부처도 상대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행정경력을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김 전 부지사는 화성군 반월면 출신이다. 5살 때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수원으로 이사와 인계초, 수원북중, 유신고를 졸업했다.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버밍엄대 대학원 지역개발학 석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 등의 학위를 받았다.

김 전 부지사를 10월 29일 수원시청 근처 한 음식점에서 산수화기자단(회장 배기백, 뉴스파노라마)이 만났다.

지난달 29일 김희겸 전 경기도 부지사가 수원시청 인근 한 음식점에서 산수화 기자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산수화기자단)
지난달 29일 김희겸 전 경기도 부지사가 수원시청 인근 한 음식점에서 산수화 기자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산수화기자단)

다음은 김 전 부지사와의 일문일답. 

◇ 수원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아버지께서 선생님이셨다. 인계초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인계초로 전근을 하셔서, 내가 5살 때 수원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인계초, 수원북중, 유신고를 졸업했다.

대학교를 간 것도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다. 권력이나 돈이 있어야 한다. 우리 집은 권력이나 돈이 없으니 너는 고시를 보거라.’ 그래서 행정학과에 들어가게 됐다. 

내가 공무원이 됐을 때 아버지께서는 ‘공무원은 월급이 얼마 안 되니 공무원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된다. 명예를 잘 지키면서 공직생활을 하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정이 많으셨다. 성격이 급하시고 욱하기도 하셨다. 특히 원칙이 아닌 것은 쉽게 용납을 못하셨다. 나도 원칙을 많이 따진다. 아버지 성격의 절반도 못 따라가지만 말이다. 

◇ 삶의 가치관이 있다면?

나는 ‘성실하다’ ‘정직하다. 거짓말을 못한다’ ‘원칙을 따진다’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래서 ‘믿을 만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언론에서도 ‘행정의 달인’이니 ‘인간 교과서’니 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 33년 3개월 공직에 몸담았다.

정확하게 33년 3개월하고 보름 정도다.(웃음)

지금은 내가 재난전문가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사실 제일 오래 일한 것은 경제분야이다. 

경기도 경제투자실장, 경제부지사 등을 역임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파주에 LG필립스를 유치했다. 당시 TF 팀장을 맡았다. 

두 번째로 많이 맡은 것이 재난업무이다.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사고, 의정부 화재, 고양터미널 화재 등이 터졌다. 메르스 사태도 있었고, 구제역도 많이 발생했다. 경주에서 5.8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복지업무도 중간에 맡았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사람이 나다. 동사무소는 단순히 행정업무만 보는 곳이 아닌 만큼, 동사무소를 지역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정치에 입문한 지 몇 달 안 됐다. 정치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3년부터 경기도부지사를 했다. 그때부터 주변에서 ‘나중에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봉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나는 ‘국회의원은 안 간다. 정치에는 관심 없다’고 생각했다. 국회에서는 편 가르기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이 맞아도 상관없이 줄 세우기를 한다. 그래서 국회와는 선을 그었다.

그랬더니 ‘그럼 시장도 할 수 있지 않느냐’ ‘행정영역도 있지 않느냐’ 하고 말씀하시더라.

아무튼,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길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힘든 면도 있다. 

행정영역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밤을 새든 열심히 하기만 하면 성과가 나타난다. 지역 발전, 국가 발전, 주민 행복을 위해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행정은 온실 속이다.

하지만 정치는 시베리아 벌판과 같은 곳이다. 정치영역에서는 한 분 한 분 다 표를 가지고 계시다. 생각도 다 다르다. 옳고 그름보다는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따진다. 그래서 사람 만날 때 상당히 조심스럽다.

막상 정치에 입문하니 ‘선거법 조심해라’ ‘사람들 말을 너무 믿지 마라’ ‘공무원 생각을 빼라’ ‘말을 줄이고 많이 들어라’ 등등의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다.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상대방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쉽지는 않더라.

표를 얻는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수원시민 120만 명을 다 만날 수는 없다.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도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해야 한다. 쉽지 않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

◇ 아버지 영향도 있을 테고, 스스로도 원칙을 따진다고 했다. 

‘원칙을 따진다’ ‘거짓말 못한다’, 그 얘기가 왜 나왔는가 하면, 경기도부지사할 때 한 예를 들겠다.

많은 사람들이 청탁을 한다. 행정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하지만 융통성의 범위를 벗어난 부탁이 들어온다. 

나는 되는 것은 된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위에서 눌러도 안 해준다. 청탁하는 사람이야 어느 정도 기대를 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니 나더러 ‘빡빡하다’고 얘기하더라.
 
만약에 충분히 들어줄 만한 사안이면 규정을 바꾸어서라도 들어준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데 ‘그때 이렇게 해주셨다’ 하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공직자는 제대로 공직생활을 하려면 의사결정권자에게 선택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어떤 사안에 대해 장점만 보고하는 게 아니라 단점도 명확히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안 생긴다. 요새는 좋은 이야기만 하고 나쁜 이야기는 안 하더라. 

나는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직언을 많이 했다. 내가 토를 달면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안 생긴 것이다.

지난달 29일 김희겸 전 경기도부지사가 수원시청 인근 한 음식점에서 산수화 기자단을 만나 왜 자신이 수원특례시장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수원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왜 ‘김희겸 수원특례시장’이어야 하나?

내년 1월 13일부터 수원특례시가 된다.

수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우선 지역 간 불균형이 크다. 단순히 지역 간 불균형이 아니라 분야별 불균형이 크다.

특히 수원은 인구밀도가 아주 높다. 살기 좋으니 인구가 몰리는 만큼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인구가 많으니 당연히 교통문제가 발생한다. 도로마다 주택가마다 주차난이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세수가 있어야 하는데 세수가 있느냐? 재산세, 담배소비세, 자동차세 등으로는 얼마 안 된다. 법인세가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기업이 없으니 세수가 없다.

본예산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우리는 재난지원금을 더 주고 싶어도 못준다. 복지도 더 확대할 수 없다. 땅도 없어 영통소각장 이전도 대안이 없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나? 역대 시장이 미래를 보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삼성에서 영통 땅을 좀 더 달라고 했을 때 더 주었어야 한다. 영통은 기회를 잃었다. 광교는 고밀도로 아파트가 들어섰다. 스타트업 기업 유치 등 청년 공간을 만들었다면 교통문제도 생기지 않고 세수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계동 재개발도 원주민을 삶의 터전에서 내보내고 다 들어오지 못하는 식으로 됐다. 잘 만들어야 하는데 또 성냥갑처럼 들어온다. 고도제한 때문에 높이는 얼마 안 되지만 기존 아파트와 똑같이 들어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미래 변화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 인구구조가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0.84이다. 자기도 먹고 살기 힘든데 노인을 부양한다? 복지예산은 늘어나는데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패턴이 바뀐다. 위드 코로나로 삶의 방식도 바뀐다.

지역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중앙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33년 행정 경험이 있기에 어떤 문제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남들보다 잘 알고 있다. 남들보다 해결 능력이 더 있다고 본다.

말만 특례시가 되어선 안 된다. 중앙부처도 상대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수원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주변에 대학이 많다는 것이다. 젊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대학도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없다. 수원은 이미 소비도시로 됐다.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과밀억제지역이라 산업단지도 마음대로 못 만든다. 대신 디지털 엠파이어 같이 도시형 아파트공장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특례시라면 이런저런 것들을 해달라고 할 수 있고 가능하다고 본다. 대학의 유능한 교수들을 활용해야 하고, 대학에도 창업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산학연이 충분히 가능하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수원이 특례시에 걸맞는 매력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자원을 만들어야 한다.

◇ 수원시의 당면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갑갑하다. 

당장 큰 교통 흐름은 바꿀 수가 없다. 우선 주차난을 해결해야 한다. 시민들이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것은 주차난이다.

광교동은 잘 나가는데 세류동은 그렇지 못하다. 지역을 균형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일자리도 마련할 수 있다. 청년들이 갈 곳이 없는데 어떻게 희망을 줄 것인가?

◇ 진정한 수원특례시의 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민들은 특례시가 되면 세금만 더 내는 것으로 아신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계시다.

나는 특례시민이라면 특례시에 걸맞는 권리를 찾아오는 것뿐만 아니라 특례시민으로서 지킬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도 특례시 공무원으로서 자부심만 갖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역량도 갖춰야 하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바뀌어나가면서 진정한 특례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이름만 바뀐다고 특례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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