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설립된 주택사업공제조합, 방만 경영과 부실한 대출관리로 1999년 사실상 파산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투데이경제 홍상범 기자] 지난 2017년 7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까지 주택분양보증 업무를 수행할 추가 기관을 지정하여 주택분양보증 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정부는 지난 1993년 민간 사업자인 주택사업공제조합에 주택분양보증 업무를 맡겼으나, 이들의 방만한 경영과 대출관리로 인해 수많은 건설사가 부도 처리되고 국민 혈세 5,000억 원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하는 등 실패했던 선례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3년 설립된 주택사업공제조합은 선분양 제도 하에서 건설사 등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서 계약자가 낸 분양대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1996년 기준 자본금이 2조 9,463억 원에 달했던 주택사업공제조합은 방만한 경영과 대출관리로 인해 설립 3년 만에 보증사고로 전체 자본금의 38% 수준인 1조 1,295억 원을 잃었다.

특히 지난 1995년 11월 의류회사인 ㈜논노가 16억 8천만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고 부도처리된 것은 공제조합의 경영과 대출관리가 방만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공제조합은 자본금 300억 원을 출자해 대한주택팩토링을 설립하는 정부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주택팩토링은 정부로부터 본인가를 받기 전인 1994년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논노와 그 협력업체들에게 총 583억 원을 대출해줬다. 그런데 1995년 11월 ㈜논노가 부도처리되면서 대한주택팩토링은 본격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버렸다.

공제조합의 보증서를 위조해 대출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1996년 1월 서울 서초경찰서는 그린주택의 대표 최 모씨를 구속했는데, 최 모씨는 1994년 11월 공제조합의 전주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박 모씨의 도움으로 공제조합의 보증서를 위조하여 은행으로부터 무려 642억 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이 사건으로 공제조합이 떠안은 피해액은 무려 664억 원에 달했다.

또 1996년 5월에는 인천의 중견건설업체 ㈜태창주택이 인천시장 직인을 위조해 공제조합에서 총 15번에 걸쳐 174억 550만원의 대출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부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공제조합은 담보 물건도 확보하지 않는 등 대출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1996년 8월 공제조합이 무려 6,000억 원의 분양보증을 한 건영이 부도처리 되면서 공제조합은 치명상을 입었으며, 1997년 1월에는 은마아파트를 건설한 한보그룹이 최종 부도처리된 것을 시작으로 수천여개 건설회사가 도산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주택분양보증 업무를 담당하던 공제조합은 이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천문학적인 돈을 갚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8년 8월말 기준 공제조합이 부도난 회원사를 대신해 갚아야 하는 대위변제액은 1조 932억 원에 달했고, 자본금만으로는 이를 충당할 수 없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은 7,630억 원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IMF 외환위기로 주택분양보증 사고금액이 1997년 3조 2,884억 원, 1998년 7조 2,003억 원을 기록하면서 공제조합은 그야말로 파산위기에 처했다.

이에 정부는 1999년 주택사업공제조합을 폐지하고, 정부 출자금 5,000억 원과 금융기관 출자금 1,006억 원을 출자 전환하여 대한주택보증㈜(현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설립했다. 이는 공제조합까지 파산할 경우, 건설사들을 믿고 선분양 계약을 한 167만 가구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거리에 나앉을 위기였기에 내놓은 긴급 처방이었다.

그렇게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대출관리를 일삼았던 주택사업공제조합이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주택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갔다. 1999년 2조 1665억 원, 2000년 2조 6457억 원에 달했던 주택분양보증 사고금액이 전년 대비 약 1/3 수준인 2001년 8,953억 원으로 감소했고, 다음 해인 2002년에는 8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0 수준으로 감소했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발생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대한주택보증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국내 주택분양보증 사고금액은 9조 6,823억 원으로 1997년부터 1999년까지 IMF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국내 주택분양보증 사고금액 12조 6,552억 원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또 HUG의 순손해율도 최고 197.9%로 IMF 외환위기 당시 최고치인 720.8%와 비교해볼 때 1/4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당시 세계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한화 700조원 규모로 파산했던 것을 생각해볼 때 꽤 성공적인 대응이었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전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 중심으로 주택분양보증 시스템을 만든 이후 주택분양보증 사고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한 주택분양보증사고는 총 51건, 사고금액은 2조 7,766억 원에 불과했다”며 “특히 2011년과 2012년에는 주택 공급이 과도하게 이루어져 준공 후 미분양된 주택이 3만호, 전체 미분양 주택 재고가 6-7만호에 달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전체 사고건수가 51건에 불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중심으로 구축한 주택분양보증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택분양보증시장 개방이 주택시장에 오히려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택분양보증시장) 개방 시 신규 보증기관이 저위험 고수익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우려도 있다’면서 ‘또 시장개방으로 경쟁이 과열되면 신규·기존보증기관의 자산건전성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는 주택분양보증시스템 전반의 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KDI는 ‘주택분양보증시장 개방은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협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지만, 현행 주택분양보증 운영에서 드러난 제반 개선사항을 보완하여 운영하는 비개방 시나리오를 포함한 로드맵을 마련,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백성준 한성대학교 교수도 “주택 분양을 다루는 보증은 공신력 있는 공기업에 의한 안정적인 관리가 우선”이라며 “시장 개방은 분양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고, 중소 건설사에 이득이 되는지도 불확실하며, 자칫하면 지방의 주택공급 축소와 서민의 재산권 보호 기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고분양가 심사기준 공개 등을 통해 보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김주영 상지대학교 교수도 “향후 금리 인상과 같은 거시경제 여건의 변화는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변동폭 확대, 코로나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 취약한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병훈 의원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선 2번의 위기를 통해서 주택분양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HUG를 중심으로 주택분양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라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정적인 시장관리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소 의원은 그러면서 “정부가 성급하게 주택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하기보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HUG 중심의 안정적인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편, HUG의 주택분양보증 수수료율 추가 인하나 중소형 업체에 대한 특례보증 방안 신설, 사회주택 등 에 대한 보증 확대 노력을 통해 HUG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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