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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우 기자
이덕우 기자

민간 사업자가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심지어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이루어지는 토지 수용 사업이 3000여 건 정도인데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5년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사업인정을 받은 수용 사업의 수는 고작 43건에 불과하여 전체 토지보상 사업 대비 약 0.28%에 해당하는 사업만 사업인정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핵심은 토지보상법 제48항에서 공익사업으로 인정하고 있는 그 밖에 별표에 규정된 법률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되어있다는 점이고, 현재 토지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사업 외에도 강제수용이 가능한 개별법이 112개에 달하며, 그 가운데 93개가 사업인정이 의제되는 사업입니다.

토지보상법 제4조 제8호에 의하여 공익사업이 포괄적으로 확장된 이상 개별 법률에서 수용이 허용된 사업은 모두 공익사업으로 취급되는데 제8호 사유가 입법화된 것은 1971. 1. 19. 토지수용법이 개정되면서부터이고, 이후 개별 법률이 증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개별법에 수용, 사용이나 보상 관련 조항이 있더라도 대부분 긴급조치에 따른 수용이나 사용의 경우에 관한 조항이었으나, 1970년 이후에는 산업이나 지역개발 목적으로 수용권을 부여하는 개별 법률들이 주를 이루게 되어 현재에는 100개가 넘는 개별 법률에서 수용권을 별도로 인정하여 공익사업을 의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익사업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사업주체가 정부나 공공기관으로 보이는 사업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나 기관 내부 지침 등에 의하여 민간수용, 사업위탁, 공동참여 등의 형태를 띤 사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간 사업자에게 수용권이 허용되는 사업범위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공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인 골프장, 민간공장 사업 등에서조차 수용권이 행사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각 개별법률에서 정한 처분이 당연히 공익성 검증기제를 갖추고 있지는 않을뿐더러, 절차를 간소화하여 사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공공필요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업인정과는 근본적으로 판단기준과 검토사항 자체가 다릅니다. 따라서 개별법률에서 정한 처분으로써 사업인정을 갈음하도록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업인정의 공익성 검증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히 민간 사업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절차를 따르기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용절차를 선택할 것이고, 그 결과 현실에서는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토지보상법대신 좀 더 느슨한 절차와 기준을 가진 개별 법률에 근거하여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 특정 사업이 공익성을 충족하는지, 민간 사업자가 해당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등의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과연 민간 사업자가 막강한 수용 권한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무분별한 토지 수용을 막기 위해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이 있는 것으로 의제되는 공익사업의 경우에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와 협의해야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인정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21조 제2).”라는 규정을 신설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2020년 중토위가 공공개발 명목의 토지 수용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 절차를 거친 사업 6267건 중 29(0.46%)만 부동의 처리한 것으로 밝혀져 중토위 회의는 사실상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올려준 사업계획에 '통과' 도장을 찍는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이 유치하는 각종 민간투자 유치사업에서 공익성 여부를 검증할 사업승인권자가 바로 해당 자치단체장이라는 점에서 공익성 검증이 소홀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해 사업인정 의제 사업에 대한 공익성 판단을 하게끔 하고 있지만, 결국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서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고, 모든 수용절차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관료들이 좌지우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토지수용절차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민간 사업자에 의해 수용절차가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토지보상법에 무지한 보상담당자가 업무를 처리하게 되어 막무가내식으로 협의를 종용하거나 재결절차를 비롯하여 잔여지 매수 및 가치하락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토지소유주 분들이 매우 힘들어하시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강제수용으로 인한 토지소유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이 확정되기 전에 충분한 검토 기간을 거쳐야 하며, 토지소유주 및 관계인들을 반드시 심의 과정에 참여시키고, 설사 공익사업 결정권자에 의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이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해당 사업의 공익성이 결여되었거나 사업시행자의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바로 사업취소가 가능하도록 관계 부처의 심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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