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첫 사망자 간호,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현아 간호사

6월 1일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첫 사망자(25번, 51세 여성)가 발생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당시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모두 자가 격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사망자가 있던 곳은 중환자실. 당장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을 돌볼 의료진이 없는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환자들과 함께 병원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중환자실 환자 36명과 의료진 95명은 코호트 격리(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끼리 병동 단위로 전체를 격리)됐다.


14일간의 격리기간을 마치고 지난 15일, 한 명의 감염자도 없이 코호트 격리가 해제됐다.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돌본 외과 중환자실 김현아 간호사는 첫 메르스 환자를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을, 나머지 환자들과 메르스를 함께 이겨낸 안도감을, 앞으로 환자들을 지켜내야 하는 사명감을 느낀다. 지금도 최전선에서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메르스 사망자를 간호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접촉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게 두렵지는 않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현아 간호사.

첫 메르스 사망자 발생 병원이라고 공개됐을 때는 병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등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와 가까이 있었다고 무조건 옮는 건 아니다. 내가 메르스보다 더 걱정하는 건 이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네 탓 내 탓 하며 서로 의심하는 분위기다. 메르스와 싸우며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으로서 국민들이 불안과 오해를 벗어내길 바라는 마음에 앞장서서 이야기하고 있다. 메르스 위험 요소가 가득한 병원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나도 이렇게 건강하다고. 우리와 함께 이겨내자고.


25번 환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메르스 환자란 걸 알았다는데….
급성호흡부전으로 온 환자였다. 산소포화도가 40%밖에 안 됐고, 폐기능을 거의 상실해 고위험 환자에게만 하는 에크모(ECMO : 피를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후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인공 폐)시술까지 했다. 환자의 상태는 안 좋았지만 호흡기 질환자가 보일 수 있는 증상이었기에 메르스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5월 29일 저녁 근무를 하고 있는데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그 환자가 메르스 의심 환자라는 통보를 받고 굉장히 놀랐다. 환자를 격리실로 옮기고 퇴근한 뒤 다음 날 오후 출근했다. 그런데 그 사이 환자 상태가 나빠져 심폐 소생에 들어갔고, 그러던 중 환자는 끝내 숨을 거뒀다.


메르스 검사를 위해 가래와 혈액을 채취해야 했기 때문에 이미 사망한 환자는 한동안 중환자실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확진 판정이 나올 때까지도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보호자들은 심하게 화를 냈다. 검사를 재촉해 그날 밤 12시에 확진 판정이 나왔다. 내 환자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 때문에 죽었다는 게, 그걸 몰랐다는 게 너무 죄스러웠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메르스보다 네 탓, 내 탓 하는 분위기가 더 걱정”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첫 메르스 사망자와 6일 동안 접촉했다. 하지만 남은 중환자들을 가장 잘 아는 건 24시간 붙어 있는 우리뿐이었다.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남기로 결정했다.


25번 환자 이전에 우리 병원 10층에 입원해 있던 15번 환자가 의심 환자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중환자실의 한 간호사는 “환자를 중환자실로 내려보내면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환자실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동요하지 않고 제 임무를 다했다. 모든 의료진은 우리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14일 동안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 고글을 착용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 8~10시간씩 진료를 봤다. 밥은 도시락을 배달시켜 휴게실에서 따로 먹었다. 호흡기 환자들에게 발열이나 폐렴은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미열이나 기침에도 예민하게 대응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체온을 측정하고 의심 환자는 혈액과 객담을 채취해 질병관리본 부로 보냈다.


병원 밖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출퇴근은 자가용을 이용해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경로로 다녔다.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한 날 어머님은 바로 이모님 댁으로 내려가셨다. 지병이 있으신 어머니가 누구보다 걱정됐다. 격리기간 동안 은행에 갈 수 없으니 어머니 용돈을 드리지 못한 게 가장 맘에 걸린다.

 

▲자가 격리 대상자였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현아 간호사와 의료진은 코호트 격리돼 환자들 곁을 지켰다. 그들은 하루 종일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 고글을 착용한 채 환자들을진료했다. (사진=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온 국민이 합심하면 조만간 메르스 퇴치 가능


지난 15일 0시, 코호트 격리가 해제됐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
잠복기인 2주가 다 돼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다행히 지난 14일 3차 검사까지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코호트 격리가 해제됐다. 사람들은 “기적을 이뤄냈다”고 하더라.


미뤘던 중환자들의 수술을 17일까지 대부분 끝냈다. 아직 능동감시 대상이지만 방호복을 벗었고 집 밖 외출도 가능해졌다. 제일 먼저 집에 있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여전히 의료진은 메르스 예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항시 마스크를 쓰고 시술 시엔 고글과 장갑까지 착용한다. 보호자 면회는 하루 1회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새로운 입원 환자는 받지 않고 있으며 격리 병동을 마련해 외래 환자만 받을 예정이다.


메르스 퇴치는 가능할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병원에 입원 중인 우리 병원 호흡기내과 간호사가 누리소통망(SNS)에 글을 올렸더라. 밥 잘 먹으며 잘 이겨내고 있다고. “메르스 따위 별것 아님을 보여달라”고 댓글을 달았다. 건강하게 돌아오리라 믿는다.


메르스 사망자를 가장 가까이서 치료한 의료진이나 생사를 넘나드는 중환자들도 가장 위험한 순간을 이겨냈다. 이런 걸 보면 메르스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거나 절대 못 이겨내는 질환은 아니라 생각한다.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위험 요소를 하나씩 없애간다면 사람들도 믿고 따라오지 않겠나. 아저씨 환자의 얼굴에는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할머니 환자의 얼굴에는 내 할머니의 얼굴을 투사한다. 그렇게 모든 환자를 내 가족처럼 대하겠다. 의료진과 온 국민이 합심하면 이겨낼 수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