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김경훈 센터장

지난 8월 28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제 3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수정하였다. 사감위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 16조에 따라 5년마다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사감위는 2008년 11월, 2014년 12월, 2018년 11월에 걸쳐 세 차례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수정된 3차 계획은 2018년에 발표된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이번에 수정된 주요 내용은 사행산업 매출총량 관리방향과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방향에 관한 것이었는데, 수정시점과 그 절차, 그리고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방향에 대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수정시점과 절차이다.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은 수립 후 5년간의 중장기적인 사행산업 건전발전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계획수립의 과정이 매우 체계적이고 세밀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수정된 3차 계획도 2018년 수립될 당시 약 10개월 동안 기초용역연구, 분야별 공개 세미나, 전문가 자문회의, 간담회 및 공청회, 관계부처와 사행산업자의 협의를 거쳐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체계적으로 수립되어 시행되어 오던 계획을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납득할 만한 사유나 배경 설명도 없이 올해 7월 단 한차례 관계부처 의견수렴만 하고, 8월에 위원회에서 의결했으며, 특히, 위원회 참가했던 위원에게 조차 세부내용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일사천리로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계획을 시행하다 보면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수정해야 하는 합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수정 발표된 계획서 어디를 봐도 그 근거와 사유는 나와 있지 않다. 사감위는 시행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렇게 급하게 수정하여야 하는 사유와 배경에 대해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의 방향이다. 주요내용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한도관)와 지역센터 운영에 대한 것이다. 2018년 최초 계획에는 한도관의 기능 강화라는 목표를 두고 도박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적인 지역센터 설치, 도박문제 예방치유 서비스 수요증가에 따른 재원 확대 추진, 제공되는 예방치유 서비스의 효과성 연구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도박문제 예방치유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전국단위 지역센터를 설치하고, 그에 따른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 근거는 최초 계획 수립 당시의 수개월간의 용역연구, 분야별 세미나, 전문가 자문회의, 간담회,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수정된 계획은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해 버리고, 그동안 사감위가 추진해온 정책을 포기하려고 하며, 또한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온갖 감언이설로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센터 ‘전국망 설치’는 ‘전국단위 역할 수행’이라는 용어로 교묘하게 포장하여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고, 효과성을 강조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효율성이란 말로 둔갑되었으며, 재원을 확대 추진하겠다는 말은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또한 지자체 등 공공기관과 민간 상담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이들의 치유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추가 되었는데, 이는 사감위가 주도해야할 도박중독 예방치유사업을 지자체나 민간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필자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방치유사업추진 재원 확대 내용을 삭제한 대목이다. 최근 도박문제는 수년 전부터 확산되어 온 온라인 불법도박이 코로나19 상황과 겹치면서 더욱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예방치유서비스 수요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데, 사업재원 확대 내용을 삭제한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건전발전 종합계획 서두에서도 2018년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의 규모가 2017년 사행산업 순매출액의 0.2%수준으로 선진국 1.5%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지적하고 있으면서도, 재원확대 추진 내용을 삭제한 것은 자가당착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재원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재원 확보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참 논리에 맞지 않는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사업의 효과보다 효율에 치중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사업은 축소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정된 3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이 바로 그런 사례이다. 도박중독 예방치유사업 재원확보가 어려우니 이제 효과보다는 효율에 치중하여 사업을 해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실제로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지난 9월 3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그동안 지역사회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을 위탁해온 13개 위탁지역센터를 5개 센터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요컨대, 이번에 수정된 『제 3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은 그 수정시점과 절차, 도박중독 예방치유사업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감위는 시행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제 3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졸속으로 수정하게 된 사유와 배경을 명확히 설명하여 관련 전문가들을 납득시켜 주기 바라며, 특히,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방향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검토하여 우리나라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기구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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