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반주얼리 강명균 대표

"저를 보석에 비유한다면 준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귀보석보다는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아름다움과 내구성은 그에 못지않거든요. 똑같은 원석이 없는 준보석처럼 개성을 살려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명장이 되고 싶어요."

붉은 바탕에 한자로 쓰인 간판들, 활기 넘치는 거리 인천 차이나타운. 6년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강명균 대표의 보석 사랑방, '로반주얼리'가 위치한 곳이다. 2018년, 귀금속 분야 우수 숙련기술자로 선정된 강 대표는 "같은 분야의 선, 후배들께 희망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한국 주얼리 고등학교, 공주대학교 주얼리 디자인과를 거쳐, 귀금속 분야에 몸담은 지 어느덧 20년. 숱한 어려움 속,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강명균 대표를 만나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수 숙련기술자, 강명균 대표가 운영하는 '로반주얼리'


· '로반주얼리'라는 이름에 담긴 뜻이 있나요?

'웃을 로'에 '나눌 반'자를 써 웃음을 나눈다는 뜻이에요. 기자님도 보셨겠지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찾아오시는 고객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가진 보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저도 배우는 거죠. 좋은 지식을 주고받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웃음꽃을 피워요. 언제든 찾고 싶은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로반주얼리'를 찾는 고객들이 궁금한데.

주 대상층이 3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많아요.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작품 스타일의 제품이 많다보니 대상층이 정해진 거죠. 주변에서 젊은 층을 공략해야한다고 하시지만, 지금까지 중·장년층에 맞춰 작업을 해왔기에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 귀금속공예 분야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소개해주신다면?

과거에는 컨셉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과정과 공정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보석 및 귀금속공예 분야로 나뉘어 있어요. 보석 분야에는 보석디자인, 가공, 감정, 감별, 딜러 등의 직업군이 속해있고, 귀금속공예는 디자인, 세공, 캐드, 주조, 조각, 광 분야 등으로 세분되고 있습니다.

한 공방에서 모든 제작과정을 배워 독립했던 때와 달리, 세분된 분야를 배우기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해졌죠. 근래에 들어 온라인 쇼핑, 유튜브, 블로그, SNS를 통해 기술이 없어도 마케팅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알릴 수 있게 되면서 유통망이 늘어났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강명균 대표를 만나기 전, 인터뷰를 준비하며 '보석을 다루는 직업은 얼마나 멋지고 우아할까?' 생각했지만, 로반주얼리 공방 한 켠에 있는 톱과 망치, 붓과 팔레트 등 다소 위험한 도구를 보며 필자는 강 대표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었다.

수공예 작품을 만드는 그는 대학원 졸업 후, 공방에 취직해 실무를 익혔다. "대량생산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현대 주얼리 산업보다는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이 원하는 작품을 만드는 수공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맞춤 정장처럼 귀금속 역시, 고객의 특징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디자인과 제작과정까지 섭렵했다고 말하는 강명균 대표를 보며 그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로반주얼리를 찾은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고객을 찾게 만드는 '로반주얼리'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잠시 생각한 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경청이 아닐까 싶어요. 항상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경청한 후, 제 의견을 말씀드려요. 제품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단계인 거죠.

가끔, 추천을 부탁하는 분도 계시는데, 함부로 추천해드리기 어려워요. 그런 경우, 조용히 고객님을 관찰하죠. 장신구를 보면 활동적이신지, 단정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지 알 수 있거든요. 이를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개성과 취향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수공예를 하다 보면 고객의 요구가 항상 다양할 텐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고객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어요. 스스로 공부하고, 찾아보고 지인에게 물어보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고객들은 어디서 어떤 분이 오실지도 모르고 나이와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분들이 주시는 피드백이 제 아이디어의 원천입니다.

피드백을 통해 보완할 사항은 보완하고 다음 고객을 대응할 때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더 신경을 씁니다. 목의 두께, 피부톤, 손가락의 모양 등이 다르기 때문에 유심히 관찰하고 고객을 최대한 많이 알려고 해요.

 

전라남도 진도군, 하조도 출신인 강명균 대표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에 지금의 성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근면 성실함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추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항상 되새긴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낚시할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지렁이를 잡아 던지기만 하면 물고기가 잡혔거든요. 그래서인지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걸 좋아해요.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이게 맞는 거죠." 그때로 돌아간 듯, 그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번졌다.

 

· 대학원 졸업 후, 공방에서 일하며 찾아온 위기가 있었다고?

2008년도에 8개월 정도 공방에서 일했어요. 공방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본의 아니게 나왔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고민 끝에 아는 분의 사업 관리직을 담당하게 됐어요. 1년 정도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좋아하는 일도 아니었고요.

"돌아가자." 1년 만인 2009년에 다시 주얼리 분야로 돌아왔고, 곧장 독립해 ‘로반주얼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귀금속 분야의 선생님과 교수님을 찾아 지식과 기술을 익혔고,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 2014년부터 지금의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수공예 작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셨나요?

기본적인 기법들은 당연히 습득해야 하는 거죠. 꾸준히 배우고 만드는 수밖에 없어요. 망치나 정을 이용해서 텍스트도 새겨보고, 제품에 반영하기 전 나이와 취향을 고려해 밥 먹듯 시연했습니다.

이론뿐만 아니라 실무가 중요하다 보니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요. 우리나라와 외국의 기법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책과 더불어 유튜브로 관련 영상도 찾아보며,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16년, 강명균 대표의 개인전 '작은 장신구 이야기'


· 수공예로 귀금속을 만드는 작업이 어렵진 않나요?

당연히 그렇게 말씀하시죠. (웃음)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에요. 대부분 해당 분야를 알고 있는 분들은 "금방 할 수 있어", "해보면 쉬워"라고 말씀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알아갈 때 느끼는 어려움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작품을 만들며 느끼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똑같은 작품이 없다 보니 항상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건 재밌는 일이면서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반대로 생각하면, 대량생산을 안 하는 이유도 "일이 너무 지겨워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거죠.

또한, 요즘은 수공예를 조금씩 인정해주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공방을 처음 찾는 분들 가운데 "얼마까지 깎아줄 수 있냐?" 하고 여쭤보세요. 작품을 떠나 제 인지도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 아쉽죠. 하지만, 한편으로 저를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희망을 가질 수도 있는 거고요.

 

직업에 귀천이 있는 사회 분위기는 강명균 대표의 노력을 쉽게 인정해주지 않았다. 수작업이지만 과정보다는 결과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작품에 걸린 가격이었다. 대량생산된 제품과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기술자를 낮춰보는 시선은 고쳐야 할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귀금속 공예 작가로도 활동하시는데 사업가와 작가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에요. 작가로서 창작하고 싶은 사회적인 인식과 저만의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죠. 작품과 제품의 차이가 물으신다면, 작품은 조금 더 재료의 한계 없이 정크아트처럼 쓰레기를 장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예술적인 표현이 가능해요.

그에 반해, 제품은 고객의 니즈에 따라 제작해야하기 때문에 색깔, 형태 등 고객에 맞춰 준비해야 합니다. 두 가지 모두 신경 써서 만들지만, 작품 활동은 제 느낌과 즐거움, 세계관이 담겨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만들었던 행동이나 습관이 있다면?

꾸준한 교류라고 생각해요. 모든 분은 아니지만, 저를 가르쳐주셨던 은사님들께 지금까지 연락드리고 안부 인사를 드려요. 쓴소리든 좋은 소리든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또한, 모르면 안 하기보다 일단 해보려고 해요. 대학 시절에도 듣고 싶지 않았던 전공과목이어도 무조건 수강 신청했어요. 교수님께서 열 가지를 알려주실 때, 단 한 가지라도 머릿속에 남기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모르는 게 생기면 선배한테도 물어보고 교수님을 찾아가 어떻게든 알려고 했습니다.
 

"즐기는 것도 좋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강명균 대표


고객이 찾아와 제품을 의뢰할 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강 대표는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그를 응원하는 아내와 가족은 삶의 원동력이자, 현재의 일을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엔도르핀이라고 전했다. 우수 숙련기술자로 선정된 이후, 부담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강명균 대표가 갖고 있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 대표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귀금속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정립하고 싶어요. 작업하시는 분마다 방법이 다르기에 정답을 내릴 순 없지만,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보완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만큼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죠. 밥그릇 뺏긴다는 생각. 하지만, 후배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새롭게 디자인해보며 공정을 개선해나가는 모습이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웃음)

 

· 마지막으로, 이 분야에 관심 있거나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얼리 분야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개인 작가도 캐드, 3D 프린터, 스캐너 등의 최신장비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 및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수작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 많이 줄었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기술자로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미래가 보장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아가, 적성에 맞는 일을 요구하시는데 맞는 말이지만, "너 정말 할 만큼 했어"라고 미친 듯이 노력해봤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 때가 있어요. 젊은 나이에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내가 잘하는 일인지, 아니면 좋아하는 일인지부터 혼동되는 거죠.

내 분야를 찾는 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생길 거예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잘하는 일까지 잃어버릴 수 있어요. 그런 경우, 혼자서만 고민하지 말고 주변을 잘 활용해 조언을 구하는 게 좋습니다. 멈추지 말고 부딪히세요. 상처가 나더라도 한 단계씩 성장하기 위해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지속하는 힘」의 저자, 고바야시 다다아키는 말했다. "지속하는 힘은 보통 사람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자, 평범한 사람이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다." 기적을 만든 성악가 폴포츠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하는 것, 그것이 보통 사람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부터 꾸준히 해나갈 때, 비로소 자신감과 성과가 생긴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근거 있는 자신감을 자양분 삼아, 강명균 대표의 힘찬 도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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