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수 취재부장

대한민국 정치권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사실 보다 세밀하게 이야기한다면, 과도기 직전의 모습을 띄고 있다. 과도기에 앞서 각 정당들은 몇개의 화두로 새로운 당의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정신이, 지방분권과 꼭 문재인 정부를 지칭할 수 없는 개헌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6.13 지방선거는 시작점이지만, 퇴보의 행보에 나섰었는지 모른다. 가장 좋은 답을 찾아낸 정당을 꼽는다면 민중당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당이 해체되는 것을 겪었고 자신들의 당을 재건하기 위해서 어떤 어려움과 음지에서 실력을 키워내야 하는지 일찍 깨달았던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향후 정치에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그들이 꼭 주류가 되지 않더라도 운동권 세대를 넘는 '신이념'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는 평을 내릴 수 있겠다.

대한민국 현행 헌법은 1988년 2월25일 시행됐다. 전부개정 된 것은 1987년 10월29일이다. 그래서 일명 '1987 헌법'으로 불린다. 시행된 것이 1988년이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1988 헌법이다. 1987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이름이 걸맞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 때문에, 1987 헌법은 그 생명이 다한 것이다. 1987은 끝나서 삶 속에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는 촛불정신이 대체했다.

1987는 촛불정신을 모두 담아낼 수 없다. 과거의 회고는 가끔 '정치적 치매'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헌법 제8장 지방자치, 헌법 제10장 헌법개정의 시대로 분류해도 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걸음을 나가는 것이다. 지난 10년의 성과와 대정부 투쟁이 곧, 헌법정신을 대변하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의 앞으로의 헌법은 촛불정신을 대변한 시민들의 뜻을 오로지 해석하고 미래를 담아내야 하는 작업이다.

그것이 대통령을 두번하는 일보다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영웅적 대통령은 허상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태동 이후 많은 악인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시스템은 진화했고, 지금은 퇴보의 길에 들어서있다.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서 더 달려가기 위해서는 시민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시스템을 재건하고 그 용량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177조는 1항에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한다. 또한, 제118조 제1항에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제2항에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만 하고 있다.

이 두조항을 얼마나 풍성하게 열어 놓느냐는 지난 대선을 통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라는 국민의 뜻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통해 입증됐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킬 시점을 우리는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국민적 가이드라인이 정확하게 2년 뒤에 유권자라는 다른 모습을 통해서 반영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현재 정당의 힘의 규정으로는 개헌을 할 수 없다. 각당이 외치듯 문재인 대통령에 힘이되거나 보수를 지키거나는 가능하겠지만 6.13 지방선거는 1988년 시행된 헌법의 정신 속에 존재한다.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제128조의 제1항 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와 제2항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로 시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시도는 중단됐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일은 못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 국회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세력적 균형을 선택한 것은 국민이다. 그 효력은 2년 후까지 이어진다. 과거의 야권에 주워진 강한 힘은 개헌 저지선이었지, 문 대통령을 반대했던,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아닌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2년 전 유권자에게 약속했던 부분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각당이 보인 이슈들은 과거의 정치적 유산에 얼마나 기득권 정치세력이 안달이 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대통령안 발의는 자제되었어야 할 정치적 선택이었다. 현재의 대한민국 국회의 생명은 촛불정신을 실현시키는 장일 뿐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의 선택중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에 대한 비난이 집중된 것을 정치적 시류가 변했기 때문이지만, 촛불시대 이후의 정치 시스템은 이제 오로지 정당내로 집중되어야 함을 되새겨봐야 한다. 과거의 시대에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 우리당 후보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이제는 혁명적 지방분권을 위해서 '컨트롤 정치'를 포기해야 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결국 내외의 비난에 직면하는 위기를 스스로 초래했다. 여기에는 2년 후에도 권력의 중심에 서겠다는 지구당 위원장들의 급한 마음도 담겨있다. 이것이 구태라고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당은 급한 불을 끄는 작업에 열을 올렸다. 보수계열을 대표하는 한국당은 분당 사태의 책임을 지우는 모순을 드러냈다.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정당 스스로 반성의 모습이 약했다.

한국당은 당장은 초상집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국민들도 있겠지만, 훨씬 독한 비평의 정신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정권을 유지해온 기득권 정당은 풍부한 인력풀만큼 많은 계파가 존재한다. 한국당의 공천이 민주당에 뒤지지 않게 형성된 것은 그 인력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지방선거 이후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쥘 정치적 트랜드를 보유하지 못하다.

이것은 결국 한국당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바른미래당은 들쑥날쑥한 후보자가 난립하는 문제를 안았다. 어느 후보는 강한 보수고, 어느 후보는 또한 개혁적이다. 어느 후보는 세월호를 그만 이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어느 후보는 세월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도 말한다.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또한 이런 비난에서 손을 뺄 수 없는 상황이다.

철학적 공통분모를 만들어내지 못한 미래당이 얼마나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민주평화당은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전통적 전라도 인맥이 당을 간신히 붙들고 있다. 두 정당의 경우 전국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2년 후를 대비한 마스터플랜을 꾸려낼 필요가 있다. 초반에 얘기했듯, 민중당 후보들은 지방자치에 최적화된 인물들이 나섰다.

당의 몰락 이후 시민들과 호흡했고 시민들의 삶과 투영된 일 속에서 정치의 재기를 노렸다. 결국 생활정치에 뿌리를 둔 민중당은 지방선거를 통해서 재건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한국당 등 모든 제정당은 결국 위로부터의 사실상 공천의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연방제 수준의 분권은 피라미드식으로 정치인을 성장시키는 하우스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 공천권에 큰영향을 미치는 것이 결국 용인지역이나 화성지역에서의 선거법 위반 사례를 만들어낸 원인이 된 것이다. 당사자가 얼마나 잘못했겠나? 위원장 중심의 공천 과정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야한다. 당운영을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지역에 돈이 없다는 것은 결국 의사결정의 최소화를 불러일이키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 신인이 편하게, 지역위원회가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구당 운영비를 오로지 지역으로 내려줄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가난한 지역구가 부자 지역구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정말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하고 싶다면, 이 간단한 일만 해도 되는 것이다.

개헌은 천천히 해도 된다. 정권 초기의 대북 평화 무드를 봐도 그렇다. 국민들에게 물어, 그것도 담아내야 하지 않겠나? 2년 후 대한민국 국회에서 어느 당이 2/3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개헌은 이뤄질 것이고 그것은 촛불정신을 시대정신으로 각인시킨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정당을 모태로 커온 지역위원장들이 이 작은 시작조차 못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개헌에 어려움을 겪는 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글=정양수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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