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수 기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치부 기자 생활동안 6.13 지방선거처럼 '철학'이 보이지 않는 선거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새정부의 출범으로 인해서 긴 레이스를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후보군 면면히 이 철학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대한민국 정치가 대쪽같은 철학을 유지하기 힘든 시절인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에 근접한 발언이 나오지 않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화성시의 한 공직자는 이런 말을 했다.

"여전히 중앙에서는 기초단체라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이다. 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광역지자체장 후보나 기초단체장의 후보는 분명한 지방분권의 철학을 발표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방분권이 왜 필요한가? 지방분권의 법체제속 탈출구가 무엇인가 밝혀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왜 지방자치가 필요한지 설파하지 못하는 후보라면 2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옳아보인다.

아무래도 지방자치 속에서 법전문가가 행정의 수반이 되기는 쉽지않다. 법조계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 나왔다면 아마도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법전문가가 필요하다.

앞으로 중앙정부가 개헌이 되든, 안되든 이 법적인 공백을 무기삼아 최소 10여년은 지방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이 압박의 강도를 당장은 지방정부가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총액임금제에 묶여있고, 급에 맞춰서 전문직을 고용해야 하는 지방정부에서 대정부 법 투쟁을 이끌 브레인 집단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방분권은 시작됐지만, 이 압박으로 인해 위기가 시작됐음을 다시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의 체계속에서 많은 자원과 자본을 갖춘 대기업과의 대등한 관계 성립을 바탕으로 세금을 많이 거둬들일 수 있는 노하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도 일방적인 열세지만, 법과 조례로 양분되는 체계가 성립된다면 그 빈틈은 더 커질 것이다.

차차 이야기 해야 할 부분이지만, 지방정부는 240여개의 작은 정부다. 큰 정부가 17개에 달하고 그 위에 또 있을 수는 있지만, 공공의 인격체로는 하나로 봐야 한다. 이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지방분권에 대비한 전문가 집단 확충 공약은 필수적이다.

6.13은 지방분권의 시작이며, 지방자치의 암흑기의 경종을 울리는 스타트 음이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시민들의 억눌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후보군의 난립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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