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등에 ‘공공조달 과정의 뇌물제공업체 제재 실효성 제고’ 방안 제도개선 권고
[투데이경제]공공조달 과정에서 뇌물제공이 적발된 업체에게 부과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계약당사자가 아닌 이유로 뇌물 제공이 적발되더라도 행정제재를 받지 않았던 하도급업체에 대한 제재 근거도 마련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조달 과정의 뇌물제공업체 제재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조달청 등 관계기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공공조달 관련 기본법인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여자격 제한기간을 최소 3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등을 고려해 국가는 제재기간의 1/2, 지방자치단체는 6개월의 범위 내에서 감경할 수 있다.
그동안 발주기관들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뇌물제공업체에 대한 제재가 느슨하게 이뤄졌다.
반면, 건설공사 및 방위사업에 관한 법령은 뇌물비리로 부과된 제재를 감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제재가 이루어졌다.
국민권익위가 나라장터의 부정당업자 제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뇌물제공으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293건 중 62건이 최소 제재기간 3개월의 절반인 1.5개월 이하를 받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연관된 127건 중 52건이 1.5개월 이하 제재를 받았다.
발주기관들이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감경하면서 제시한 사유들은 업체의 어려운 사정, 민원발생 소지, 원만한 공사 준공, 뇌물액 경미 등으로 정당성이 부족했다.
이중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7곳의 부정당업자 제재감경 현황을 심층조사한 결과, 부정당업자 제재 총 745건 중 267건에서 감경이 있었는데 비해 보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뇌물비리 부정당업자 제재의 경우 총 67건 중 35건이 감경됐다.
공공조달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한 하도급업체가 계약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도 발견됐다.
국가·지방계약법뿐만 아니라 개별법령인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방시설공사업법, 문화재수리법에는 하도급업체의 뇌물 제공이 적발되더라도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일부 원청업체는 이를 이용해 하도급업체를 통해 발주기관에 뇌물을 제공했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 등 뇌물을 제공한 하도급업체에 대한 제재 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발주기관이 업체의 뇌물제공 사실을 시·도지사 등 허가·등록기관에 통보하지 않아 제재가 누락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뇌물제공 업체에 대해서는 부정당업자 제재 감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권고했다.
또한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 문화재수리 등 전문공사와 관련해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등을 통해 편법으로 뇌물을 제공할 수 없도록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에 제재 및 감경배제규정을 마련토록 했다.
또 발주기관의 계약·사업 담당자들이 뇌물제공업체를 적발할 경우 허가·등록기관에 통보해 제재가 누락되지 않도록 규정을 강화할 것을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조달청에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안준호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세계경제포럼 2017 국가경쟁력평가의 ‘비정상적인 지급 및 뇌물’ 부문에서 한국은 45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공공조달 과정의 뇌물비리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부패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고질적 부패행위”라며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제도개선 권고가 건전하고 청렴한 공공조달 시장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