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납품업체 위해 대형마트와 판촉인건비 분담 의무화 추진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 파견 인건비를 분담하는 정책이 오히려 중소·납품업체에게는 불이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7일 '대형마트-납품업체간 판촉 인건비 분담효과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17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파견사원 사용 시 중소납품업체와 대형유통업체가 50:50으로 인건비를 분담’하도록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고려중이라 발표했다.

대형마트에 파견된 납품업체 종업원은 대부분 납품업체 제품의 판촉활동에 투입됨에도 공정위는 ‘판촉활동으로 인해 늘어나는 이윤은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모두에게 돌아가는 점을 보면 납품업체만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한경연은 납품업체가 대형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수직산업 모형’을 설정, 판촉인건비 분담 정책의 효과에 대해 분석했다. 모형은 정책 시행 후 납품업체가 판촉활동 진행 여부를 정하고, 이후 대형마트가 인건비 분담을 수락할지 결정한 후 납품업체가 ‘최후통첩권한’을 갖는 상황을 가정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의 종업원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파견을 희망하는 경우 등에는 허용하고 있다. 이에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하는 경우, 파견 인건비 분담 정책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분석했다. 

우선, 보고서는 기본 모형으로 단일한 납품업체와 대형마트가 거래하는 상황을 제시한다. 판촉인건비를 대형마트와 분담하게 되면 납품업체입장에서는 판촉비가 감소하여 판촉활동을 늘리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판촉활동을 추가할지 결정하는 판촉인건비의 ‘분담비 분기점’은 업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비용이 낮을수록, 판촉활동 효과가 클수록 납품업체는 판촉인건비를 많이 부담하는 상황에도 판촉활동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2개 납품업체가 존재하는 상황으로 모형을 확장하면 납품업체 상황에 따라 판촉활동 인센티브에 차이가 나고, 이로 인해 납품업체별 정책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보고서는 복수의 납품업체가 존재하는 확장 모형에서 납품업체-대형마트 간 판촉인건비 분담비율을 50:50으로 고정하고 두 납품업체의 생산비와 판촉활동 효과 차이를 고려한 수치해석 결과를 제시했다.

우선, 어떤 납품업체가 정책적 수혜를 받을지는 제품 생산비에 따라 다르다. 모든 납품업체에 대해 50:50 인건비 분할 정책은 판촉비를 감소시킨다. 반면에, 생산비가 낮아 판매마진이 클수록 판촉활동 편익은 더 커진다. 이 때 생산비가 충분히 낮아 판촉활동 편익이 비용을 상회하는 기업만이 정책에 이득을 얻는다. 결국 납품업체 간에도 생산비에 따라 판촉활동 격차가 커질 수 있다.

한편, 납품업체 간 판촉활동 역량 차이도 관건이다. 판촉활동의 효과가 큰 납품업체일수록 판촉활동 편익의 크기가 증가한다. 경쟁납품업체간 판촉활동 역량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 판촉인건비 분담 정책은 판촉활동 역량이 큰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판촉인건비 분담은 도입 취지와 달리 대규모 판촉기업이 반사이익을 얻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은 통상 영세 기업보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낮은 생산비로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대기업일수록 오랜 기간 축적된 판촉활동 데이터와 영업인력 교육 등 다양한 판촉 노하우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에 대규모 납품업체가 중소업체보다 생산비나 판촉활동 역량 면에서 경쟁우위가 있을 경우 판촉인건비 분담정책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려는 도입취지와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판촉사원 파견은 유통업체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판촉인건비 분담은 납품업체가 처한 각 산업별⦁기업별⦁거래별 특수성에 따라 정책 편익이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이기환 부연구위원은 “형평성 제고를 위한 대형마트-납품업체 간 판촉인건비 분담 정책이 오히려 납품업체 간 형평성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책 도입 이전에 충분한 편익 분석이 우선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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