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수 취재부장.

정치는 생물(生物)이다. 6.13 지방선거처럼 초기에 판세가 확실히 보이는 경우도 드물다.

기자의 경우는 전혀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판세 점치기가 힘든때가 있었나 싶어 한숨을 매일 내쉬고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연환계가 갑자기 스쳐지나갔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연환계는 삼국지연의 상 조조가 당했던 그 바로 연환계다.  일명 100만 대군의 위군은 유비-손권, 또는 손권-유비 연합군에게 무참히 패배했다.

방통도 나오고 제갈량이 바람을 불렀다는 이야기도 회자된다. 당시 조조는 나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한채 '바람'이라는 적의 강점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화공에 무참히 패배하고 간신히 목숨은 연명했다.

모든 것이 약점이던 연합군은 연환계와 화공으로 이를 견뎌냈다. 이후 서로 화근을 끊기 위해 피말리는 전쟁에 돌입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6.13 지방선거의 초반 판세에는 몇가지 간과되는 점이 있다. 상대의 장점이 무엇이고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 고려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나의 약점이 무엇이고 적의 약점이 무엇인지 또한 초반에 승세와 패배의 기운에 뭍히면서 판세가 묘하게 흔들리는 지점을 만들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듯 정치는 물밑이다. 각각 승리해야 할 퍼센티지를 가지고 있는데 우선 그 목표치가 이쪽과 저쪽이 명확하게 갈린다.

여기서 생기는 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커진 부분에서 줄어들면 이기는 쪽은 지는 것이고 또한 지는 쪽은 이기는 결과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환계의 다른 방식이지만, 전국시대의 합종연횡 또한 이와 비슷하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이이제이도 마찬가지 철학이다.

연환계의 핵심은 적의 적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6.13 선거의 적이 누구인지는 서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집권당의 적은 누구이고, 집권당 내의 권력서열은 또 무엇일까? 장기구상은 또 어떻게 가는가? 6.13 지방선거의 틈은 여기서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당인 민주당도 연환계를 사용하겠지만, 그 카드는 한국당,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당, 구 민노당 계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포지셔닝이다.

결국 정권심판론에 맞설 카드가 의외로 적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가장된 세대교체론으로 맞서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듯 하다.

남의 장점은 내 장점으로 흡수해야 하는 것이란 점이 간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명분화된 야인의 길은 어렵다.

나의 약점을 숨기고 적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정치전술의 기본이다. 불안요인이 어디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몇개의 틈은 보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김대중,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패한뒤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람 전술'을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다.

여당이면서도 역시 바람에 의존하려 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승리한 때만 기억되고 이 때문에 승리도 패배도 여기게 연유한 적이 많았다.

홍준표 대표체제의 한국당의 저자세 조직다지기는 6.13 지방선거에서 최고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끝난뒤에 말이다.

이것이 홍준표 체제의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기자는 전통적인 한국당의 선거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분열된 당심을 복원하기 위해서 채찍과 당근책을 쓰면서 전통적인 인사들을 절대 배제시키지 않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20여년 동안 보수정당은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약간의 변동, '친이', '친박' 등은 있었지만 큰흐름은 아니었다.

이것이 국회의원급 선거라면 힘을 받지 않겠지만, 지방선거는 또한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고 정확하게 포인트를 쥐고 들어온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의 바람대로 바람이 이어질지, 한국당의 조직다지기 전술과 단위별 승리의 공식이 힘을 발휘할지, 여기에 군소정당의 연환계적 접근 등이 펼쳐지면서 6.13 지방선거의 벼랑끝 전술전략은 더욱 흥미를 불러오고 있다.

 

/글=정양수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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