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수 기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그동안 외연으로는 굴직굴직한 전시 개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아름다운 건축물 선정 등에 이어 경기도 1호 공립미술관으로 등재되면서 많은 성과를 남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교육 프로그램의 근간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인력과 모티브를 가져온 부분이 상당하고 전시 부문에서는 새내기 미술관스럽지 않은 정치색을 띠며 눈총 아닌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왜 정치적인 전시가 이어지며 지역형 기획전시가 숨을 쉬기 힘든 구조가 됐을까?

그 근본에는 수원시립미술관 추진단 형성 과정에서 성과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1차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당시 건물을 가져오는데 급급했기에라고 말할 수 있다. 미술관 부지 확보 과정에서의 잡음, 서두른 건축과 개관 등 여러 작은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다.

대한민국의 숨결이 수원시에도 살아있어서인지, 이 과정 속에서도 대한민국 미술관 중에서 탑클래스에 들 정도의 건축물이 세워졌으며 평단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가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추진단은 2015년 '진화하는 지역미술관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이라는 책자를 남기면서, 당시 '아이파크' 명칭 특혜 논란과 '기획 전시', '작품 보유' 논란의 방파제가 되고 헤쳐나왔다.

언론의 지속적인 비난과 시민단체, 지역미술계의 반발은 추진단이 순항하는데 난기류를 형성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추진단 운영이 미숙했으며 독립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한 수원시의 책임이 더욱 컸다.

더욱이 초기에 많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며 '수원형 미술관' 탄생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시도했던 '벤치마킹형' 미술관은 모범답안의 겉만 베끼고 인력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 채우기'에 나서야 하는 급박한 상황으로 스스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몰아갔다.

그 시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식을 했었는데 그 거울이 됐던 것이 한권의 발간물이었다. 추진단의 성과를 집대성 했어야 할 이 책자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당시 이 책자에 대한 비난이 지역 미술전문가 집단에서 나왔지만 수원시의 과감한 추진으로 인해서 여론 속에 묻혔다. 미술 전문가들의 기고들로 짜여졌다. 앞으로 지역미술관으로 기능을 묻는 발간물은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야 했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21세기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 진화하는 미술관과 창의적 경영, 미술과 전시 그리고 큐레이터, 새로운 미술관의 길, 수원시립미술관의 설립에 과한 제언과 제안, 21세기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 지역미술관의 역할과 발전 방안, '수원, 수원미술의 과제와 전망', 서울관 개관의 계기를 통해 살펴 본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정책 소고, 가나자와 21세 미술관의 건립 개념과 대비를 통한 수원시립미술관의 기본 개념과 운영방향 제언 등이 담겼다.

대부분 제언이다. 정학하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역할과 향후 운영방안을 담은 고언들은 담겨있지 않았다. 이후 추진단은 유지되다 정식으로 미술관이 문을 열면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옮겨오면서 컨트론 타워역할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엄연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전시감독과 전시팀장 등 리더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이들은 정식적인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조언자가 아닌 조언자로 방황해야하는 여유 구조로 내외부의 평가가 집중되고 있다.

발간책자를 통해 최효준 관장은 "장기적으로 공공미술관은 타 문화 부문이나 시설이 충족시켜 줄 수 없는 필요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몰개성화, 비속화, 상업주의와 분명하게 차별화된 대척점에 자리매김하되, 시장의 양상을 이해하고 그 본질을 수용하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운영에 있어서 최소한 최효준 관장이 개설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공공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많은 다른 고민의 부산물들이 성과로 나왔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 조언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것은 우려다. "몰개성화, 비속화, 상업주의와 분명하게 차별화된 대척점"은 오늘도 기억해야할 단어다.

다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몇몇의 수원시 공직자 출신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이만큼의 모양새를 갖춰왔다는 데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반대로 박수를 보내도 될 듯 싶기도 하다.

몇몇의 면면을 보면 '방임형 관장', '조율형 관장', '적극 개입형 관장' 등으로 칭할 수 있었는데 성격이 판이했다는 것은 그만큼 통일성 있는 행정지원이 아니었다는 다른 말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비전문가 집단이 가진 한계와 또다른 문제를 낳은 원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 3년의 운영기간동안 단기간에 이룬 성과들 대부분은 이들에게 돌려져야 한다는 것도 또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낳은 아이러니다.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었다. 또한 '상식적', '보고적' 기준에서 미술관을 운영해야 했다.

지난 3년동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상식적 그리고 보고적 수준에서, 하나더하면 지시형 운영으로 인해서 갈길을 잃고 말았다고 비난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선장이 방임형이든, 개입형이든 큐레이터들의 선장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소속 전문가들이 그만큼의 역할을 못했나고 하면 인원부족과 적극적인 기획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 곁들일 수 있다. 이들이 뛰어난 성과를 남겼다고 자평해도 누가 뭐랄 사람들은 없다. 각각의 재능 속에서 시립미술관화 하지 못한 것 자체가 그들의 책임은 아니니까 말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공직자들이 관장직을 이어오고 몇번의 공백기를 지나면서 결국 추진동력이 생기다 사라지고 생기다 사라지는 '늑대 소녀 현상'이 고착화 됐다. 결국 동력상실의 책임은 수원시 인사행정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그렇다면 초기 방향 설정 실패로 인한 주먹구구식 때우기 운영에 있어서 수원시는 어떤 방안을 내놓지 않았었나? 그렇지 않다. 분명히 대안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 장착해 놓았지만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한채 정치색만 점점 깊어갔다.

만약 아젠다를 제대로 설정하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운영에 들어갔다면 운영 초기부터 정치색이 강해지는 오류에 최효준 관장의 말처럼 경계해야할 상업주의가 기획전시에 포함되는 실수 아닌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각의 전시들은 이유가 있었고 충분히 시민들에게 타당성을 심어줬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렇다. 그러나 전체 전시를 한자리에 놓고 본다면 이것이 단일 미술관에서 나왔던 기획전시였나고 묻는다면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철학은 큐레이터에 투영된다. 이 철학이 투영되지 않은 철학은 가변적인 기획전시의 상시화와 수원시에서 원하는, 또는 지역미술계에서 원하는 전시를 열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그 현상은 유독 지난해에 심했다. 대부분의 전시가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며 수원시의 정치적 필요는 2년간의 성과를 모두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게 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수원미술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수원미술사가 2015 진화하는 지역미술관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성장한 작품을 내놓을지는 시민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 될 것이며 지난 3년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자화상을 비춰낼 것이다.<계속>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