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대우조선 지분 가치, 2001년 3259억원→2011년 2조 4588억원…올해는 5799억원으로 추락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이 2001년 이후 지난 15년간 2조원 넘게 허공에 날려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15일부터 거래 중지된 대우조선의 주가는 15년전 최초 상장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가치 변동 현황 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조사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주식을 보유하여 최초 상장한 2001년 2월 2일 종가를 기준으로, 매년 같은 날과 비교해 주식평가액을 산정했다. 매년 2월 2일이 주식 거래 휴장일 경우 2월 1일 내지 3일 종가로 계산해 주식평가액을 산정했다. 보유 주식은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주식 수를 기준으로 했다.

조사 결과 대우조선이 최초 상장한 시점은 지난 2001년 2월 2일이었고, 당시 대우조선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은 8098만 8578주였다.

자료=한국2만기업연구소

 주식 보유 비율은 41.26%. 종가에 주식 수를 곱한 주식평가액 가치는 3259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매년 2월 초 기준 주가는 2008년까지 거침없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2년 7210원→2003년 8920원→2004년 1만 6400원→2005년 1만 7850원→2006년 2만 2500원→2007년 2만 8400원→2008년 3만 1600원으로 7년 연속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했다.

이러한 주가 상승에 힘입어 산은의 주식평가액도 3000억 원대에서 2조 원 가까이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2002년 이후 연도별 주식평가액은 2002년 5839억 원→2003년 7224억 원→2004년 9811억 원으로 증가했다. 2005년부터는 1조 원대 주식 클럽에도 가입했다. 2005년 1조 678억 원→2006년 1조 3460억 원→2007년 1조 6990억 원→2008년 1조 8904억 원으로까지 높아졌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는 이른 바 대우조선의 황금기였던 셈이다.

그러다 2008년부터 3년 동안은 주가가 다소 부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대우조선 주가도 다소 내리막길로 돌아섰던 것.

2009년과 2010년 당시 2월 초 주가는 각각 2만 1500원, 1만 8500원이었다. 두 해 모두 2008년 때 3만 원보다는 낮았다. 이로 인해 2조 원대를 바라보던 주식평가액 가치는 2009년 1조 2862억 원, 2010년 1조 1067억 원으로 1조 원대를 방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강 국면에 있는 주가는 2011년에 크게 점프했다. 당시 주가는 이전해보다 2배 이상 뛰면서 단번에 산은의 주식평가액 가치도 2조 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15년 중 주식평가액이 최고 정점을 찍은 해였다. 2011년 2월 초 당시 주가는 4만 1100원으로, 주식평가액만 2조 4588억 원이나 됐다. 2001년 첫 상장 때 지분 가치보다 7.5배나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주가는 2011년 한해 반짝했지만 다음 해에는 다소 떨어졌다. 2012년에는 2만 8800원으로 전년도 보다 주가가 미끄러졌다.

하지만 과거 주가 흐름과 비교해보면 그리 나쁜 주가 성적은 아니었다. 2013년과 2014년 주가는 2만 9350원, 3만 2800원으로 나름 선방했다. 이런 영향으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주식 가치는 1조 7229억 원(2012년), 1조 7559억 원(2013년), 1조 9751억 원(2014년)으로 2조 원대를 조금 밑돌았다.

그러다 2015년 2월 초 주식평가액은 1조 2043억 원으로 미끄럼틀처럼 하강 곡선을 이어갔다. 주가가 2만 원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산은의 주식평가액도 40% 가량 쪼그라들었다. 주가가 하향세로 돌아서자 산은은 지난 2015년 12월에 주식 수를 크게 늘렸다. 6021만 7183주에서 1억 3598만 6494주로 주식 수를 크게 불린 것.

대주주 입장에서 주식 수를 늘려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식 수를 크게 늘렸음에도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작전이 실패한 셈이다.

그러던 것이 올 2월 초 산은의 주식평가액은 5799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반토막 이상 차이 나고 말았다. 올 2월 2일 주가는 4265원으로 주저앉아버렸다. 지난 7월 14일 거래 정지 될 때 주가도 4480원으로 2월 초 주가와 비슷했다. 경영 악화 등을 숨기기 위해 꾸민 분식 회계의 결과는 참혹 그 자체였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주식 가치만 날아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 휩쓸려 내려갔다. 이런 탓에 상장사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 대우나 STX 등이 분식회계를 한 결과는 그룹 자체가 공중 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대우조선의 주가 몰락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도 불과 3년여 사이에 9000억 원이 넘는 주식평가액 손실을 봤고, 국민연금도 2013년 이후 2500억 원 넘는 손실 피해를 입었다. 두 기관의 피해가 큰 것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이외에도 주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주가가 하락에도 주식을 제 때 팔지 못한 판단 착오도 한 몫 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대우조선 소액주주들이다. 2014년 2월 초 3조 578억 원에 달하던 대우조선 소액주주 지분 가치는 2015년 들어 1조 8645억 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는 5799억 원으로 깎였다.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민연금 등 주식을 다수 보유한 주주는 발 빠르게 분식 회계로 인한 피해를 봤다며 소송 절차를 밟고 있지만, 상당수의 소액주주들은 소송비용 감당은 물론 주식 보유 시점도 제각각 달라 소액주주들끼리 연대하여 일괄적으로 소(訴)를 제기하는 것도 어려워 피해 보상을 받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소장은 “산업은행,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국민연금의 주식 자금도 결국은 국민의 재산에서 나온 것이지만, 상당 금액의 주식 손실보고도 어느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2만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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