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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대한 소회영어교육, 영어울렁증, 영어슬로건
김윤 | 승인 2016.07.22 15:52

 필자는 영국에 다년간 머물면서 음악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전에도 미국에서 짧게 몇 해를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경험들은 필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을 쌓게 해주었다. 그 미국에서의 2년 중에 1년은 고등학생 때였다. 당시 한국의 고등학교로 돌아왔을 때, 속으로 영어 실력은 영어교사에 떨어지지 않으며, 회화에 있어서는 그 이상으로 능숙하다고 자신했는데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영어 시험성적은 수우미양가 중 ‘미’에 해당되는 정도였다. (재미있게도, 문법 문제는 거의 항상 만점을 받았고, 생활영어 시험에는 좋지 못한 점수를 얻곤 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와 학원에서의 영어교육은 학생의 평가만을 위한 것인데, 숫자를 나열하고는 그 순서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평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캐나다, 호주, 남아공, 뉴질랜드 그리고 영국 등에서 쓰이는 영어 철자와 발음은 미국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오답처리 된다는 규칙도 있다. 수행평가는 학원이나 과외 선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주는데, 당국은 분명 이런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가만 내버려 두고 있다. 사실, 교육부 등에게 이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어차피 문제를 고치려 애쓰지 않아도 자신의 안위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오히려 문제점을 고치려다 보면 어떤 경로로든 손해가 생길 것이고…… 어느 날부터 난데없이 선거를 통해 교육감이 선출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그냥 정치인이며,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의 대부분 역시 특정 정치집단을 따르는 이들이다. 그들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픈 의지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뭔가가 바뀌었을 것이다.

 영어교육으로 돈을 버는 이들 중 가장 사악한 부류에 속하는 어떤 이들은 ‘영어울렁증’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영어가 국어가 아닌 나라 중, 바로 영어를 써도 괜찮은 곳은 관광지로 유명한 곳과 많은 국민들이 3~4개 국어를 하곤 하는 상인의 나라 네덜란드 등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오면 우리나라 말을 하는 것이 옳으며, 영어를 하더라도 최소한 조심스럽게 ‘Excuse me, do you speak English?’로 시작하는 예의 정도는 갖추는 것이 문명인의 기본이다. 그런데, 어떤 악한 광고와 노예근성에 찌든 미디어에서 제작한 프로그램들은 이 ‘영어울렁증’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에서조차 외국인들에게 눌려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끔 여기도록 만들려 한다. 그래야 자신들에게 돈을 바칠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을 다녀보라!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 같은지……

 어쨌든 우리에게는 ‘영어울렁증’이라는 표현이 있다.

 영어는 이 교육 쪽에 종사하며 돈벌이를 하고 있는 이들뿐 아니라, 다른 공무원들도 별로 관심이 없는 부문이다. 그들에게는 ‘영어를 써야 한다’는 것 만 중요했을 뿐, 그 뜻과 그 안에 담긴 철학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례로 수원시의 ‘틀린 표현’으로 만들어진 ‘Happy Suwon’과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새로 만든 ‘Human City’라는 타이틀을 보자. 수원에 대학교가 여럿 있는데, 그 대학교의 영어교수 아무나 한 명에게 ‘이 표현이 말이 되는지’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그저 탁상 위에 둘러 앉아 이 표현이 ‘휴머니즘’이란 단어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여, 결국 그런 차가운 느낌의, ‘매우 인간적이지 못한’ 말을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수원시뿐이 아니다. 줏대 없고 창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탁상 행정가들은 모두 Dynamic, Colorful, Ace, 심지어 Hi… 등, 각종 긍정적인 듯 들리는 영어 단어를 총동원해서 도시의 슬로건이란 것들을 만들어냈다.

 하긴... 철학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얼핏 일개 시 보다는 더 철저할 것 같은 기업에서도 'Fresh and Safety' 등 틀린 표현을 쓰고, 어떤 시민단체도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슬로건으로 'Sorry and Remember'라는 문구를 만들어(그나저나 왜 굳이 영어로? 문법 같은 건 생각하지 않은 것을 보니,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도 아닌 듯 하고......) 그 진지한 뜻을 우습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냥 알아서 하라고 넘어가야 하는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미국: 우리 나라의 ‘영어’는 ‘미국어’다.)가 쓰고 있는 언어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이를 거부하면 무슨 민족주의자가 되는 것인가?

 굳이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해도 그 안에 담긴 깊은 뜻과 이를 위해 지켜야 하는 원칙 또한 알고 사용하면 좋을텐데, 그 따위 것들은 필요 없는 것인가? 그냥 로마자를 쓰는 것이 중요할 뿐? 그들 생각엔 그게 한글 보다 훨씬 멋있고, 우월하니......

김윤  uni@too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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