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발톱이 빠진 맹수들이다.

1.  육체의 힘이 연약한 이를 폭행하는 이른바 ‘묻지마 폭행’에 대한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저런 미친 놈/년이 다 있나!’ 욕하지 말고 한번 조용히 생각해 보라. 사회 곳곳에 언제라도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소위 ‘욱하는 성격’을 가진 이들이 그들이다. 이 ‘욱하는 성격’은 가슴 깊숙이 쌓인 트라우마로 인해 만들어진 정신병일 따름인데, 많은 이들이 이를 ‘성격’으로 표현하곤 한다. 가끔 ‘내가 조금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라며 마치 그것이 자신의 특성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광증인지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그 속의 화에 잠식당해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 현재는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을 폭행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폭행은 결코 올바른 지도의 방법이 될 수 없으며, 교사들은 그것을 모르지 않는데도 ‘인간을 만들겠다’는 엽기적인 말과 함께 제자의 사소한 잘못을 무자비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구타하곤 했다. 그 폭행들은 기본적으로 교사 일을 가장 쉽게 하게 해주는 방법이기에 행해졌다. 왜냐하면 성인으로서의 카리스마와 이성을 통한 교육은 교사의 높은 자질을 요구할 뿐 아니라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의 학생 구타는 자신의 쌓여있는 화를 풀기 위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착해서인지 그걸 다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듯 하지만, 한번 과거를 떠올려보라. 몽둥이로 허벅지를 수십 대씩 얻어맞거나, 따귀를 맞고 발길질을 당했던 일들을… 원산폭격, 매미 등 삼청교육대에서 행해졌다는 가혹행위를 아마, 한번 부당한 폭력에 굴복했고 그 폭력을 행한 이들을 ‘고마운 은사’로 부르던 것을 이제 와서 번복하면 마치 스스로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과 같아 그러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쨌든, 당시 교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도구를 옆에 쌓아놓고 있었다 보아도 좋겠다. 그러니, 교사들 중에 그런 비인간적인 일을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이 많았겠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그 시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화(禍)에 빠져 사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나 보다.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풀었겠지만, 사실은 그게 지옥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패배자의 길로 몰고 가는 길이었으니……

3.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들 중에 특히 악명이 높아서 ‘악마’와 같은 별명으로 불리는 것들이 가끔 있다. 식인을 한 맹수들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최고 포식자들은 사람을 공격하길 꺼려한다고 한다. 그런 행동이 조직적이고 가열찬 복수로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일까, 하나님이 사람을 모든 짐승들의 위에 놓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어쨌든 강한 호랑이, 표범들에게는 멧돼지가 있고 노루와 고라니가 있어서 그 짐승들을 먹이로 삼는다. 사람을 공격하는 맹수들은 큰 부상이나 노령으로 인해 경쟁에서 밀려난 약한 호랑이, 표범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패배자들만이 여자와 아이를 폭행하며, 밖에서 남에게 머리를 필요이상으로 비굴하게 조아리는 남자가 주로 술을 마시고 집에 가서 그 아내와 자식을 폭행한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스스로를 선진국으로 자부해버리는 바람에 많은 직종에서 예전처럼 폭력이나 성추행으로 스트레스를 풀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욱하는 성격’을 가지게 된 패배자들로 넘쳐나는 사회…… 패배자들이 자신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대접받고 자란 것이 확실한 듯한 이들을 보며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리가 없다.

 개인들이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패배자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야 말로 폭행과 폭언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이를 확실히 전제한 후에야 사회의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사람들이 화(禍)의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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