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수준과 부과기준 불명확, 지자체의 불합리한 기부채납 요구 빈번

자료=전경련

개발사업에 따른 기부채납 수준을 사업자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련은 개발사업에 따른 기부채납 부담수준과 부과기준이 없어 지자체의 불합리한 요구가 많다고 지적하고, 부담수준의 상한 설정,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 금지 등 불합리한 기부채납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28일 주장했다.

현재 국토계획법은 지자체가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 조건으로 사업자에게 기반시설의 설치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이를 근거로 사업자들에게 사업과 관련된 기반시설 설치는 물론,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민선 지자체장의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사업과 무관한 공연장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사업 인‧허가 이후에도 허가내용 변경, 건축허가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가적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반시설 설치비용은 물론 인‧허가, 민원 등 설치와 관련된 추가적인 부담도 사업자 몫이다.

지자체의 자의적인 기부채납 요구로 사업자들은 개발사업 과정에서 언제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지자체 내 여러 부서가 산발적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하거나, 주민이 반대하는 기부채납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실패하자 대체공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가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이를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 경험이 부족한 지자체일수록 기부채납 행정을 임의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추가적인 기부채납에 대비해 매번 공사비의 일부를 예비비로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개발사업별 기부채납 상한과 기반시설별 상세 부담기준을 마련해 사업자들이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자체가 사업 전(全) 단계에 걸쳐 끊임없이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사업 인‧허가시 기부채납 협상이 끝난 후에도 개별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 준공허가를 빌미로 시의원과 신임 지자체장의 공약, 실수로 누락된 사항을 추가로 요구한다. 기부채납 협상 과정에서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무리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며 심의를 연장시키기도 한다.

전경련은 사업계획 수립 이후의 기부채납을 금지하는 한편,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기간‧횟수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부채납은 개발사업 주변지역의 필수시설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사업자에게 해당 시설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지 인근이 아닌 타 개발지구에서의 기부채납, 필수시설이 아닌 주민협의회 대상 기부, 체육관, 공연장, 도서관 등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은 본래의 취지에 배치된다.

현재 주택법은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고 현실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토계획법, 도시정비법에는 이 정도의 규정마저도 없다. 전경련은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금지하는 기속력 있는 법률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자가 기반시설을 직접 설치하거나 스스로 시설부지를 확보해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부지의 일부를 기부채납할 경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게 되고,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인‧허가, 민원 등의 절차까지 떠안게 된다. 반면, 지자체는 부지 선정 노력, 행정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어 현물 기부채납을 선호한다.

전경련은 현재 도시정비법 등 일부에서만 허용하고 있는 현금 기부채납을 국토계획법‧주택법 등 개발사업법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사업자들은 인‧허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부담이 높아지고 이익 회수가 늦어지므로 불합리하더라도 지자체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그동안 정부에서 기부채납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왔으나, 강제성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기부채납에 대한 기속력 있는 기준을 만들어 협상에 의한 기부채납을 시스템에 의한 기부채납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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