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Hour Party People

 감독: Michael Winterbottom

 출연: Steve Coogan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풀었으면 했다. 왜냐하면 음악 팬이 아니거나, 음악 팬이라 하더라도 그쪽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무척 지루해 할 영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최고의 음악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 영화에 대해 줄줄 늘어놓고 싶은 생각에, ‘음악영화 이야기’ 연재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의 제목인 24 Hour Party People, 즉 ‘24시간 파티하는 사람들’은 영국의 밴드 해피 먼데이즈(Happy Mondays)의 곡 제목이다. 2002년 2월 개봉된 이 영화는 그 해피 먼데이즈가 소속되어있던 기획사 ‘팩토리(Factory)’와 그 사장인 토니 윌슨(Tony Wilson)이 그 회사를 시작하고 영국 만체스터(Manchester)에 ‘매드체스터(Madchester)’로 불리는 문화적 혁명의 주역이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TV 뉴스 진행자인 토니 윌슨은 만체스터의 공립 소공연장에서 이루어진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전설적 공연을 보고 크게 감화되어 한 공연장에서 매주 이루어지는 펑크록 공연을 기획한다. 윌슨은 그곳에서 공연하던 밴드 중 조이 디비젼(Joy Division)을 발견하고 자신이 세운 레이블 팩토리(Factory Records)의 첫 뮤지션으로 발탁하는데, 이 팩토리의 계약 조건의 골자를 보면 ‘소속 뮤지션이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완전한 권리를 갖게 된다’는 당시로서는, 그리고 현재 보아도 기획사에 한 없이 불리하고, 뮤지션에게 훨씬 유리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프로듀서 마틴 하넷(Martin Hannet)을 기용하여 녹음된 첫 앨범 ‘Unknown Pleasure’는 조이 디비젼을 언더그라운드에서 올라온 스타로 만들어주었으나, 밴드가 미국 투어를 앞둔 어느 날, 그 싱어인 이안 커티스(Ian Curtis)가 자살을 함으로 그 열풍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조이 디비젼의 다른 멤버들은 밴드의 이름을 뉴 오더(New Order)로 바꾸고 싱글 ‘Blue Monday’를 히트시킨다.

 윌슨은 만체스터의 명물이 되어 아직까지 남아있는(현재는 조이 디비젼과 뉴 오더에서 베이스를 친 Peter Hook이 인수했다.) 전설적인 나이트클럽 하시엔다(The Hacienda)를 열어 성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해피 먼데이즈(Happy Mondays)와 계약하여 히트시킨다. 이 하시엔다와 해피 먼데이즈는 아주 적절한 조합으로, 만체스터에 마약 MDMA(엑스타시)의 유행과 함께 레이브(Rave) 열풍을 불러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른바, ‘Madchester’ 열풍이다.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팩토리는 재정적으로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다. 싱글 가격보다 더 비싼 ‘Blue Monday’의 디자인 비용으로 인해, 싱글이 팔리면 팔릴수록 돈을 잃는 모양새가 되었으며, 윌슨의 개인 비용으로 이비자(Ibiza)에 있는 스튜디오로 녹음을 하러 떠난 뉴 오더는 2년이 지나도록 앨범 녹음을 마치지 못했다. 또한 해피 먼데이즈에게도 돈을 주어 바베이도스(Barbados)에 4집 녹음을 하라고 보냈으나, 그 녹음 비용을 모두 마약을 사는데 써버렸다. 그나마 완성된 해피 먼데이즈의 앨범에는 싱어 숀 라이더(Shaun Ryder)가 녹음을 거부한 탓에 보컬이 녹음되어있지 않기까지 했으니, 윌슨을 비롯한 팩토리 관계자들은 환장하고 펄쩍 뛸 수 밖에… 그 모든 비용을 클럽 하시엔다에서 충당해왔는데, 엑스타시에 취해서 술을 사먹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하시엔다 또한 적자를 기록한다.

 결국 팩토리와 하시엔다는 문들 닫게 되었으나, 그 마지막 날, 하시엔다 건물 지붕 위에서 대마초를 피던 윌슨의 머리 위에 하나님이 나타나 ‘너는 역사책의 한 장면을 장식할 것’임을 말해준다.

토니 윌슨과 그 아내가 맞바람을 피는 장면, 조이 디비젼이 골때리는 프로듀서 마틴 하넷을 만나 앨범을 녹음하는 장면, 해피 먼데이즈가 일으킨 여러 난동들, 그리고 사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뮤지션들의 공연 모습…

 2015년 개봉한 영화 Whiplash에 비친 ‘Drummers with lesser ability just end up playing rock music.(재능이 없는 드러머들은 록음악이나 한다.)’라는 말과 반대되는 토니 윌슨의 멘트 ‘Jazz is the last refuge of the untalented. Jazz musicians enjoy themselves more than anyone listening to them does.(재즈는 재능 없는 이들의 마지막 도피처다. 그들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즐기려 한다.)’를 소개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뮤지션이라면 배를 잡고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내용으로 가득 찼다. 필자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Joy Division을 무척 좋아하기 까지 했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길 정도였다.

 

 무엇을 위하여 음악을 하며, 문화 사업에 뛰어들려 하는가…

 필자는 음악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 쪽 비지니스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을 만난 바 있다. 그 중 어떤 이는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자신의 재능에 기대어 그저 많은 히트를 내려 했으며, 어떤 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계통의 일이라며 그 쪽에 빠져있었고, 가끔 음악으로 세상을 바꿔놓겠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수완이나 비전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 제작자도 있었다.

 24 Hour Party People은 ‘결국 돈을 버는데는 실패했으나, 세상에 지대한 변화를 준’ 아주 좋은 예를 제시함으로, 그런 이들 중 후자에게 ‘무엇을 위하여 음악을 하며, 문화 사업에 뛰어들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이 영화는 80년대 만체스터의 레이브 열풍과 그를 주도한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한편, 대중음악 및 대중문화예술의 앞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기도 하는 무척 유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