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에서 음악이나 뮤지션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간간히 논하고자 한다.

교양 있는 많은 이들이 음악에 관심이 있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음악영화에도 큰 흥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 발 킬머(Val Kilmer), 멕 라이언(Meg Ryan) 주연의 1991년작, ‘The Doors’를 가장 먼저 봤던 음악영화로 기억한다. 당시 이 어지러운 영화를 보면서 ‘뭔지 모르겠는데 심오한 작품’, 또는 ‘짐 모리슨(Jim Morrison)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위대한 뮤지션’이라는 등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음악을 알고, 시대를 이해하고 나서 다시 접하게 된 이 작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지극히 뻔한 방식으로 풀어간 비교적 평범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작품으로 다가왔다. 아, 물론 재미는 있었다. 단지, 전처럼 심오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음악영화들을 하나씩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먼저 필자가 싫어하는 작품들과, 그 작품들을 왜 싫어하는지에 대해 말해야겠다. 기본적으로 음악이나 뮤지션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영화들이 그들인데, 독자들은 필자의 판단 기준과 성향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연재될 음악영화 관련 글을 읽을 때 마다 이를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싫어하는 작품 중, 첫 번째로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을 들겠다.

일단 이 영화는 일본 밴드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의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이젠 추억이 된 옛 음악을 다시 하고파 하는 어른들… 이런 진부한 내용은, 이런 류의 신파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서, 어찌 보면 참 꿈과 희망을, 그리고 아련한 그리움을 전해줄 만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왜 밴드의 프론트맨이던 싱어가 죽어있고, 그를 대신할 이가 그 죽은 싱어의 아들인 ‘젊은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기분이 나쁘다. 물론, 그 영화가 한편으로 추구해야 할 상업적인 목적과, 스탭들이 모여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각해 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마, 영화 자체보다 장근석이라는 배우를 소개하는 것이 조금 더 중요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두 번째 영화는 역시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다. 필자는 이 감독이 음악을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꼰대 같은 감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극중, 박중훈과 안성기가 맡은 ‘왕년의 스타와 그 매니저’에 대한 설정은 재미있고, 정겨웠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가 기분 나쁜 것은 ‘노브레인’이 극중 맡은 역할이다. 노브레인은 펑크 밴드다. 사회의 선입견과 꽉 막힌 세상에 반대하고, 그런 생각을 음악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속은 꽉 차있는 이들이 바로 펑크락커다. 그런데, 이 노브레인이 사실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아이돌에 가까운 왕년의 록스타를 보고 존경한다느니 하는 말로 다가와서 갖은 아양을 다 떠는 것이다. 그 외에도 그 밴드가 영화에 등장할 때마다 보이는 행동은 한 마디로 광대의 그것이다. (물론, 노브레인이 아니고, 노브레인이 역할을 맡은 그 밴드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무척 좋아하는 우리 식 슬랩스틱 코미디를 위한 감초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이 영화계에서 자주 쓰는 공식인 듯 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제작한 이들이 펑크 뮤지션을 거의 삐에로에 가깝게 묘사한 것 자체가 무척 씁쓸했다. 사실, 뮤지션들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서열이 낮은 이들이 높은 이들에게 꼴값을 떠는-선배를 존경한다며 설설 기는 ‘겸손한 행동’ 등으로 대표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지긴 한다. 그나저나, 선배에게 아양을 떠는 펑크밴드라… 참 ‘반(反)펑크(Anti-punk)’적이다.

헐리우드 영화 비긴 어게인 (Begin Again)은 공주 이야기를 그린 '동화'지, 음악영화라 할 수 없다. 원스(Once) 같이 좋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런 뻔한 내용의, 영화를 만들었다니, 솔직히 믿기 힘들 정도다. 앞서 이야기한 두 한국 영화들은 뭔가 낭만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있긴 하다만, 이 영화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순정 헐리우드 영화일 뿐, 음악과는 상관 없으니, ‘음악영화’를 보고픈 이들은 건너 뛰길 바란다.

앞으로 괜찮았던,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관람할 가치가 있는 음악영화 몇 편을 종종 소개하고자 하니, 기대하시길 바란다.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