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의 고(故) 이남이 선생 문병을 떠올리며...

  정치인들은 선거기간 동안 가장 바쁘다. 아마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이 보다 바쁘고 열정적으로 뛰진 않을 것이다. 어떤 정치인은 사농공상의 말단에도 들지 못한 대중예술인이 하는 이런 말을 무척 주제넘게 여기어 분노할 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사족(士族)의 카스트에 올려놓아 실제로 그 힘이 그들에 못지 않은 경제인들 마저 마음 속으로는 자신들 밑에 놓고 애써 무시하려는 이들이니, 말을 해서 무엇 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그렇게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인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려 하는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협력하는 어딘가로부터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얻어와서 각종 스팸문자를 뿌리고, 허울 뿐인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이 대세임을 선전한다. 또한, 그 공적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모호한 사회사업을 자신의 업적으로 돌리면서 마치 자신만이 시민들로 하여금 경제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중, 자신의 입지를 올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나쁜 일만 아니면 된다. 어떤 행사에 자신이 참석했다, 어딘가에 얼마를 기부하였다 등의 뉴스 뿐 아니라, '장관 누구, 국회의원 누구가 이런 말을 하였다'라는 인터뷰 기사만 실려도 된다.

 필자는 난무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행보가 실린 기사들을 읽으며, 국회의원 선거 관련은 아니지만,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매끄러운 총리 인준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고(故) 이남이 선생을 방문하여 조선일보 등 여러 언론에 오르내리게 한 끔찍한 사건을 떠올렸다. 그 쪽(정치) 계통에 있는 이들의 하는 행동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이므로 큰 관심이 없다. 단지, 이 경우는 음악인이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조선일보에 정홍원 씨가 당시 투병 중이던 이남이 선생을 문병하여 1980년 2차 대마초 파동 때 사랑과 평화의 베이시스트였던 이남이 선생을 구속했던 것에 대해 '그때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는 100만원이 든 봉투를 놓고 갔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람들은 그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한 사건'이 무슨 일이었는지 알지도 못할 것이며, 기억 하더라도 대마초 연예인인 이남이를 '계도'한 올곧은 검사가 정홍원이었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을 것이다. 물론, 정홍원의 목표는 그저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뿐이었기에 기자들을 대동하고 죽어가는 이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게 되건 말건 상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야 범법을 저질렀던 연예인을 고고한 사족(士族)에 속한 검사가 당시의 인연(?)을 떠올려 방문한 미담 정도로 여겼을 터...

 정홍원 본인이나, 어떻게든 당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나게 하려고 기획했던 정치전략 팀은 신(神)이나 인과응보(因果應報)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무지의 소산이라고 여기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니, 죽어가는 이의 마음 같은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의 이런 끔찍한 행동에 대해 '이게 왜 잘못이냐?'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다... 신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인과응보가 세상사에 진실로 적용된다고 가정이라도 해보라. 그렇다면 그들은 지옥으로 갈 것이 자명하다.

 물론 신도, 인과응보도, 지옥도 믿지 않는, 소위 논리적인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단지, 예술인들이 세상에는 임의로 정해진 합법(合法)과 범법(犯法) 뿐 아니라, 우주를 관장하는 절대적인 선(善)과 악(惡)이 있다는 아이디어를 퍼뜨림으로, 정치적 권력이나 이익 따위를 쫓는 이들이 사람들의 그런 비과학적인 생각에도 신경을 쓰게 하는 수 밖에...

 필자는 그런 믿음을 가진 예술인들의 활동이 성공적일 수록 정치를 하는 이들도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눈 앞의 선전 기회뿐 아니라 그와 더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하는 것 또한 염두에 두게 되지 않을까 한다.

고로... 의식있는 대중예술가의 성공은 곧 시민들의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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