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만들 수 있는 음악, 그렇지 않은 음악

기타리스트 김윤

우리나라의 대학 중에는 ‘실용음악과’라는 학과가 있는 학교가 여럿 있다. 주로 줄리어드 스쿨이나 로열 아카데미가 아닌, 버클리 칼리지나 M.I.를 벤치마크한 프로그램인데, 록 음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관문이 되어가는 느낌일 정도로 요즘 우리나라의 록 씬에는 이곳 출신들이 많다.

학원에서 실용음악과 출신 강사에게 실용음악과 입시 강의를 받고, 외국에서 재즈를 배웠거나 국내 음악 활동으로 커리어를 쌓은 ‘교수’들에게 수업을 받는다. 물론,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려는 강사들도 있고, 재즈 가이가 되고픈 열혈 뮤지션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음악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이 ‘실용음악과’를 통해 점점 획일화되어간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최소한 록 음악이 진정으로 꽃 피기에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당연히 예외도 있다. 필자 역시 와신상담을 하며 실음과를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려는 창의적인 뮤지션들이 있음을 알고, 해외에도 이런 과정을 거친 록 스타들이 분명 존재한다.)

선배 가수 하나가 혹시 무엇을 가르치나 궁금해서 비싼 ‘실용음악’ 보컬 학원을 찾아갔다. 어떤 보컬리스트를 좋아하냐 묻길래 U2의 Bono 이야기를 했더니 “보노는 노래를 잘한다고 할 수 없죠.”라는 말을 시작으로 좋은 발성과 그렇지 않은 발성에 대해 설명을 하더란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보컬리스트가 한 실용음악학원 강사에게 ‘그리 노래를 잘하지는 않는다’는 평을 듣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필자는 한 노래를 한다는 이가 '전인권은 제대로 된 보컬리스트가 아니라'고 하는 말까지 들은 적이 있다. 반면에, 포크 듀오 버들피리의 멤버이자, '겨울아이'의 작곡가인 박장순 선생은 "전인권의 모든 소리는 다른 가수들이 노래의 절정 부분에서 내는 소리 이상의 힘을 갖고 있으며, 절정 부분은 그 이상의 절정과 같다"며 감탄한다.

누군가가 고(古) 주찬권 선생에게 말했다. "산울림은 들국화처럼 연주가 뛰어난 밴드는 아니지 않나요?"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이 답했다. "그런데, 그 밴드는 음악이 죽~이잖아."
이것 이상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물론,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단지, 필자는 '록'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용음악과와 실용음악학원에서 보컬리스트 지망생은 '올바른' 발성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며, 연주자들은 적절한 스케일을 제때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우는데, 이것들은 영화 'HER'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인공지능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정한 뮤지션이 하는 음악은 인공지능 따위가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찾는 듯한 느낌으로 음악을 찾아 듣는 이들이 많은 바탕에서 Joy Division이나 The Libertines, 또는 산울림과 같은 새로운 음악으로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밴드가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형식에서의 탈피는 단지 '대중음악'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위 '예술음악'으로 분류되는 쪽에서도 각종 실험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등장해왔고, 뼈 속까지 음악을 하는 이들은 현재에도 정해진 창법, 정해진 스케일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필자는 이들 모두를 크게 '락커'로 부르고 싶다. 나머지는 그냥 존재하다 사라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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