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기타리스트 김윤

록은 그 저변이 무척 넓어서 찢어지는 기타소리나 강력한 드럼 소리 같은 것을 그 특징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음악 장르이다. 어떤 재즈 뮤지션들은 모든 팝 음악이 재즈에 포함된다고 말하며, 블루스를 하는 이들 역시 대부분의 팝 음악의 구성이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만큼, 모두 블루스의 일부로 생각하기도 한다. 록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The Police의 음악도 록이지만, Stevie Wonder와 Bob Marley의 음악도 록에 포함 시킨다. 록은 대중음악 그 자체인 것이다.

(일례로 1999년 음악 방송 채널인 VH-1에서 '역대 최고의 록스타' 순위를 매겼는데, 1위인 The Beatles를 시작으로 Bob Dylan, James Brown 그리고 Michael Jackson 등, 많은 이들이 각각 '포크', 그리고 '소울', 또는 '디스코'의 장르에 포함시키기도 하는 이들이 10위 안에 들어있었다.)

우리나라의 록 음악은 신중현 선생 이래 발전을 거듭해 왔으나,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탄압받음으로 그 흐름이 수월하지 않았다. 물론 대학 가요, 헤비메탈 씬, 홍대 앞 인디밴드 등 많은 음악인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들국화를 정점으로 끊어진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발전된 대중음악계를 국가적 자랑으로 여기는 영국과는 달리 우리는 대중문화의 발전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대중문화의 중요함을 몰랐기 때문에 그것이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혜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뒤로 미루어놓았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현재도 K-Pop 같은 것을 논할 때, ‘경제적 효과’ 같은 딱 우리나라 수준의 이야기가 주로 오가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탑밴드’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어느 밴드가 연주를 잘 한다.”느니 “누구의 편곡이 훌륭하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또한, ‘나가수’와 같은 프로들의 무대에서 가수들의 능력을 감상하면서 “누가 누가 잘하나~” 하며 일렬로 선 그들을 직접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음악을 조금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열정적으로 그 평가라는 것을 하곤 한다. TV에서 뮤지션들은 오마조마해하는 표정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구걸하고, 심사위원 자리에 앉은 이들은 마치 자신이 가장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듯한 태도로 그들에게 찬사와 질책을 보내곤 한다. 겉으로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이며, 방송의 시청률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Nirvana나 Oasis가 아직 대중의 지지가 없는 언더그라운드의 자리에 있다 해도 그런 쇼에 나서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록 뮤지션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록 뮤지션은 대중을 선도하고, 또 선동하며 사랑받게 되는 이들이지, 예쁘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귀여움을 받는 이들이 아닌 것이다. (아, 물론 해외에도 후자의 입장을 취한 록 뮤지션들이 여럿 있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그리 락커답다는 평가를 듣기 힘들다. 그것을 칭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락커들은 어쩔 수 없이 일단 자신들을 알리고 보기 위해 대중의 입맛에 맞는 모습을 보이려 오디션 프로에 참여하고, 그러지 않는 이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지키는 찌질이들’로 치부되기도 한다.  

필자는 록 음악을 이야기할 때, 그 장르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신적인 면에 대한 것이 빠져있는 설명을 많이 접해 왔기에, 이 지면을 빌어 뮤지션의 입장에서 록 음악을 말하고자 한다.

(필자는 인디밴드 Love 6 Pain을 시작으로 1995년부터 밴드 생활을 해왔고, 홍대 인디밴드 Joypop, 주찬권 밴드, 그리고 연극적인 음악이라는 시도를 했던 Settee Blues의 멤버로 활동했으며, ‘콘서트 드라마’라는 장르를 시작한 ‘길 위에서 1, 2’의 음악을 맡은 바 있다. 또한, 런던 안티포크 씬의 대표적 밴드의 하나인 The Other Dances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영국 최고의 록 스타인 Pete Doherty의 투어에 오프닝을 맡았고, 현재는 인디밴드 ‘파나류 당’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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