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968년 지어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으로 한때 대한민국 전자 메카로 불렸지만 지금은 낙후되고 침체된 세운상가 일대를 다시 도약시키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에 착수한다.

서울시는 세상의 기운이 다시 모인다는 의미를 담아 세운상가 재생사업을 ‘다시·세운 프로젝트’라 이름 짓고, 2월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를 잇는 1단계 공공선도사업의 첫 삽을 뜬다고 28일(목) 밝혔다. 2017년 5월 준공이 목표다.

세운상가군은 7개 건물 총 1km 구간으로, 총 2단계(1단계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 2단계 삼풍상가~풍전호텔~진양상가)로 추진된다.

서울시는 작년 6월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Modern Vernacular(현대적 토속)(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를 최종 선정하고, 상가별 소유자·임차상인 대상 주민설명회(17회), 분야별 전문가 설계자문단 구성·운영(4회)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반영해 지난 12월 최종 설계안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작년 2월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을 발표한 이후 ▲문화예술인·주민대표 모임(36회) ▲초상화 인터뷰(270회) ▲현장중심 전문가로 구성된 세운포럼 운영(12회) 등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예컨대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세운상가 전망 엘리베이터 설치, 보행데크에 화장실 설치, 을지로 지하보도 연결, 데크와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2층 에어컨 실외기 정비 등을 확충하기로 했다.

특히 시는 기존에 계획했던 보행로 등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심천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제조업 혁신이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다시세운협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성장동력이 될 전략기관을 유치하는 등 정책적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정호준 국회의원, 김영종 종로구청장, 세운상가 소유자, 임차인,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8일(목) 10시 세운상가 중정(5층)에서 ‘다시·세운 프로젝트’ 총 2단계 중 1단계 공공선도사업 착수를 선포했다.

아울러 이날 세운상가 소유자 대표-상인 대표-박원순 시장이 임대료 인상 자제에 자율적 동참을 약속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세운상가 상인의 약 80% 정도가 상생협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향후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인식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세운상가 중정, 옥상, 지하공간 등 유휴공간을 주민이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가 시설개선비용을 부담해 공공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공공공간 활용협약’도 체결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주요내용은 ①다시 걷는 세운(보행 재생) ②다시 찾는 세운(산업 재생) ③다시 웃는 세운(공동체 재생) 3가지다.

첫째, ‘보행 재생’은 ▲종묘~세운상가 구간에 ‘다시세운광장’ 조성(2016. 10 준공) ▲청계천 상단에 ‘공중보행교’ 건설(2017. 2 준공) ▲세운~대림상가 구간 데크 정비 및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플렛폼셀 설치(2017. 5 준공)를 단계별로 추진해, 입체도시로서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도시농업 공간으로 이용 중인 세운초록띠공원은 올 10월까지 종묘가 눈앞에 펼쳐지는 경사광장인 ‘다시세운광장’으로 새로 태어나고, 종묘 앞에는 광폭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광장과 경사면 아래 공간에서는 야외공연, 플리마켓, 전시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가 열리게 된다.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끊어졌던 세운~대림상가 간 공중보행교(세운보행교, 연장 58m)를 부활해 남북 보행축을, 대림상가에서 을지로지하상가로 바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신설해 동서 보행축을 각각 연결, 청계천 방문객이 공중보행교를 통해 종묘와 남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세운상가 보행데크(세운데크)는 청계천과 서울의 하늘을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기 위해 기존 3층 외에 2층에도 데크를 신설하고, 2~3층 사이에 전시실, 휴게실, 화장실 등 역할을 할 ‘컨테이너 박스’ 형태 모듈 30여 개를 끼워 넣는다. 이때 3층 데크는 시민 안전을 고려해 전면 보수·보강, 시설상태를 B등급 이상(현재 D등급)으로 개선한다.

특히 이를 위해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데크 위에 장기간 점유 중이던 무허가 건물 98개소(세운 70개소, 청계 28개소)의 점유자 등과 면담·설득을 통해 물리적 충돌 없이 이전하기로 협의를 성사시켰다. 현재 91개소는 협의를 마무리 지었고, 나머지 7개소는 오는 4월 중으로 협의 완료 예정이다.

한편 시는 2월 중으로 삼풍상가~풍전호텔~진양상가(L=450m) 입체 보행축 조성을 골자로 하는 ‘2단계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착수한다. 3층 데크가 철거된 삼풍상가와 풍전호텔 보행연계 방안 등에 대해 소유자를 포함해 인근 주민의견을 면밀히 수렴해 기본구상안을 연내 마련하고 2019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둘째, 세운상가의 잠재력과 외부 성장동력을 연결해 창의제조산업 혁신지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다시세운협업지원센터 설립·운영(2016. 11~) ▲세운리빙랩 시범운영(2016. 5~10) ▲전략기관 유치(2016. 2~) 등을 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시세운협업지원센터 : 기존 세운소통방의 기능을 확장해 세운상가의 상인과 장인을 발굴하고 외부의 창작자, 창업자와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다양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 열린공모방식을 통해 운영자 선정 예정.

세운리빙랩(Living Lab) :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기술·제작분야 협업을 원하는 사람, 시제품을 개발하고 싶은 사람 등이 모이는 메이커(maker)들의 공간. 시범운영 후 다시세운협업지원센터에서 운영 예정.

전략기관유치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2016.1)를 시작으로, 서울크리에이티브랩(SCL)의 신직업연구소(2016. 6),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2017.8) 등 젊은층을 유입해 활력과 혁신의 성장동력을 더한다는 계획.

셋째,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활성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자생적 주민조직인 ‘다시세운시민협의회’를 운영하고 ▴수리협동조합(2016. 10) ▴21C 연금술사(2016. 7) ▴세운상가는 대학(2016. 4) 등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수리협동조합 : 각 분야 기술장인들로 구성된 자체 협동조합으로, 수리가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해주거나 수리법을 배워보고 싶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등을 개최하는 수리업종 통합 플랫폼.

21C 연금술사 : 기술장인, 과학기술 전문가 등이 청소년 멘토로 참여하는 과학기술전문 청년 대안학교.

세운상가는 대학 : 상인과 기술자가 강사가 되는 시민대학.

아울러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해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임대료 분쟁 등을 조정하고 변호사·세무사 등 법률적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유동인구 5배 증가(1일 2,314명→13,000명) ▲상가 매출 30% 증가 ▲신규창업 200개소 이상 ▲젠트리피케이션 상생협약 기반 임대차 계약 사업체 70% 이상 등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시·세운 프로젝트’ 계기로 세운상가군 주변지역 재정비촉진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대규모 통합개발 방식에서 예 도시조직을 고려한 소규모 분할개발방식으로 변경하고 일대를 창조 문화산업중지로 변모시킨다는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현재 공사착공(2개소), 관리처분(6개소), 사업승인절차(1개소) 등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은 오랜 기다림 끝에 세운상가가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출발을 알리는 날로 주민주도의 지역재생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공공의 기능을 투입하고 예산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서울의 도시·건축적 유산일 뿐 아니라 역사·문화·산업의 복합체로서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가진 세운상가가 주변지역까지 활력을 확산하고 서울 도심 보행축을 사방으로 연결하는 랜드마크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시장은 “다시세운 프로젝트야말로 얼마 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1.20~23)에서 세계 지성들과 논의했던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며 “70년대 세운상가가 대한민국과 서울의 3차 산업혁명을 이끈 요람이었다면 오늘부터의 세운상가는 서울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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