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트렌드’ 읽으면 미래가 보인다

2016년의 경제 전망은 안타깝지만 어둡다. 정치 전망은 총선이 있는 해라서 더 치열하고 뜨겁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어떨까? 어둡거나 무거운 것만 있을까? 아니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분명 불확실성의 시대답게 어둡고 팍팍하지만, 일상을 좀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누리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은 더 커졌다. 2016년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선 과연 어떤 것을 주목해봐야 할지 살펴보자.


유행을 버리고 취향을 좇는 사람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한국인에게 취향은 어려운 것이었다. 남들 따라서 가는 게 무난하고 가장 편하다 여기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개성이 있거나 자기 색깔을 드러내면 ‘튀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자기만의 기준보다는 남들의 보편적 기준에 따랐다. 그랬던 한국인에게 취향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철들지 않은 어른이라 여겨지던 키덜트(Kidult :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 30대 성인층)에게도 관대해지고, 비주류 독립음악과 독립잡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 맹목적 유행 따르기를 만들었다면, 각자 달라도 된다는 것은 유행 대신 자기만의 취향과 안목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쿡방의 피로감과 안티슈거 운동


2015년은 ‘쿡방(요리하는 방송)의 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쿡방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채널 돌리기 무섭게 쿡방이 난무하다 보니 쿡방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달달한 입맛이 강조되던 쿡방의 이슈가 반대급부로 안티슈거 열풍의 시발점이 될 소지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것이 안티슈거 운동이다. 이미 한국에선 몇 년전부터 저염식단이 유행하며 학교 급식이나 각종 단체급식 환경에서 저염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저당식단이 그다음 순서가 될 공산이 큰 것이다.


홈퍼니싱 전성시대


홈퍼니싱(Home Furnishing)은 그야말로 집 꾸미기다. 소득이 증가하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집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가구 공룡’ 이케아의 한국 진출도 가구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었다.


집뿐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과시하던 소비가 자기만족에 집중하는 소비로 돌아섰다. SNS와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과 생활공간을 공유하고 자랑하는 트렌드 역시 한몫했다. 작은 돈으로 하는 셀프인테리어 시장의 확산은 자기 집이 아닌 전월세 가구들도 집 꾸미기에 본격 나섰음을 의미한다. 2016년 홈퍼니싱의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고, 우리는 더 멋진 집을 욕망한다.


에지 스몰족, 순리를 따르겠다는 웰족


협소주택, 땅콩주택처럼 작지만 차별화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냥 소형차는 잘 팔리지 않지만 독일산 비싼 소형차는 잘 팔린다. 크기보다는 특별함에 가치를 두는 2030들, 이들이 바로 에지 스몰족(Edge Small族)이다. 작지만 뭔가 특별하고 멋진 것을 지향한다.


그리고 웰빙에서 킨포크(Kinfolk : 친척 등 가까운 사람을 뜻하는 말로,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사회 현상)로 이어진 트렌드는 이제 ‘웰족(Well族)’으로 진화했다. 잘 살자는 웰비잉 차원을 넘어, 행복하고 건강하게 늙어가라는 웰에이징, 인간다운 죽음을 고민하는 웰다잉, 관계의 중심에 나를 두는 웰네트워킹으로 분화하고 있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하고 순리를 따르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방법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우리의 의식주 전반을 감싸고 있고, 우리의 일상도 바꾸게 될 것이다.

글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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