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신한은행 감사부장에게 들어본 현장의 변화

올 한 해 금융개혁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내놓은 검사·제재 개혁방안을 비롯해 체감도 높은 금융개혁들이 추진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자율과 창의를 토대로 눈에 띄는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다.


검사·제재 개혁방안의 주요내용은 ▲검사 틀의 근본적 전환 ▲검사 방식 및 절차의 쇄신 ▲‘개인제재’ 위주의 제재중심축을 ‘기관·금전제재’로 전환 ▲금융회사의 권익보호 강화 ▲금융회사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등이다.


금융당국은 검사·제재개혁 방안이 올바른 검사관행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신한은행에서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이종철 신한은행 감사부 부장을 만나 검사·제재 개혁에 대한 금융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검사방식의 전환’…적발·제재 관행 탈피


▲이종철 신한은행 감사부 부장.
“검사·제재 개혁을 통해 검사 과정에서 간혹 마찰을 빚었던 확인서와 문답서를 폐지하는 등 검사방식이 유연하게 바뀌었습니다. 개인 중심의 제재에서 기관 중심의 제재로 전환되고 불가피하게 개인제재가 필요한 경우에는 가급적 해당 금융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토록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죠.”


이 부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2, 2015년 세 번에 걸쳐 종합검사에 참여했다.


그는 과거 종합검사와 달리 검사·제재개혁 방안이 발표된 후 진행된 2015년 종합검사에서는 금융회사 경영에 세세하게 개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관여해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규정 위주의 검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업무처리의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는 경향이 있었고 개인제재도 상당 부분 차지하면서 일선 현장의 직원들에게 부담이 됐었죠. 그러나 검사·제재 개혁을 통해 수검부담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종합검사에 참여한 검사역 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았고 주말이나 밤 늦은 시간까지 검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죠.”


그는 무엇보다 검사 방식의 변화를 체감했던 부분은 ‘현장간담회’라고 털어놨다. 검사결과를 설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보통 검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검사 결과 주요 내용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흔히 ‘강평’이라고 불렀죠. 2015년도 종합검사 때도 유사한 시간이 있었는데 개혁 이전에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내용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명칭이 ‘현장간담회’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진행방식도 많이 달랐습니다. 기존 강평은 주로 검사결과를 설명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었었는데 이번 간담회 때에는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경영진과 격의없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종합검사를 받은 이후에도 최근까지 여러 차례 금융당국 검사 또는 현장점검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검사·제재 개혁 방안 발표 이후 금융당국의 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 부장은 방식은 유연하게, 자율적인 책임은 더욱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가급적 해당 금융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토록 하고 제재소멸시효제도를 도입해 금융기관 임직원이 소신있게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등 방식이 변화된 부분도 있지만 내부통제 체계의 구축이나 금융기관 자체 징계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금융기관의 책임이 강조된 부분도 있어요. 금융기관 스스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죠.”


금융현장, 자율 책임문화 정착 노력


검사·제재개혁 방안이 시행된 후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신한은행 감사부는 내부감사의 역할을 크게 컨설팅(Consulting)과 어슈어런스(Assurance)로 정의하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감사부 또는 감사역이라 하면 아무래도 ‘권위적인, ‘지적을 위한 지적’ 등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문성을 갖춘 감사역을 보충하고 본부부서에 대한 경영감사 기능을 강화하면서 점차 컨설팅의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추세다.


신한은행 감사부는 ‘경청과 공감으로 배려하고 소통한다’는 목표 하에 내부직원들의 소리 뿐만 아니라 고객과 감독기관 등 외부의 소리도 주의깊게 듣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은행의 실태를 자체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면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찾아 나가는 감사부가 되고자 더 한층 노력하고자 합니다.”


금융위·금감원은 검사·제재 개혁이 은행일선에 성공적으로 안착될 때까지 현장과 교감하면서 내년에도 지속 노력할 방침이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검사·제재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호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현재 추진 중인 검사제재 개혁방안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그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들이 금융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사고 예방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려는 금융기관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돼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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