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 서비스 정책/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 중소기업 신보증체계 구축

#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C 씨는 자신이 배우고 있는 전공 기술을 접목한 정보기술(IT) 업체 창업을 꿈꿔왔다. 창업을 결심하고 보증기관을 방문했지만 기관에서는 C 씨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가족들 역시 사업 실패 후 연대보증 채무로 살림이 어려워진 작은아버지 사례를 들며 창업을 만류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보증체계가 새롭게 개편되면서 보증기관은 우수한 기술만 있다면 대표자 C 씨를 포함해 어느 누구에게라도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게 됐다. C 씨는 창업에 대한 실패 부담 없이 사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 3대째 김치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L 씨는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에도 수출하는 강소기업 대표다. 하지만 환율과 주요 수출 국가의 정책이 바뀌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급감해 직원 급여를 지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는 경제 환경 변화나 질병 등 위기 시에 제공되는 안정보증을 받음으로써 일시적인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업의 성장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창의·혁신·기술 기업의 창업과 성장 촉진’. 금융위원회가 10월 29일 금융개혁회의에서 발표한 신(新)보증체계의 핵심 방안이다. 이를 계기로 정책보증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970년대 초 처음 도입된 정책보증제는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과 창업 기회 확대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하지만 최근 장기간 보증에만 의존하는 ‘보증 기득권 기업’이 늘어나고, 위험도가 높은 초기 기업보다 성숙기 이후의 안정적인 기업에 보증이 편중되는 ‘안정기업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창업 초기 기업은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보증 가운데 10년 이상 보증을 이용한 기업은 25%, 업력 10년 이상 기업에 대한 지원은 50%나 된다. 반면 창업한 지 5년이 안 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24% 수준에 그쳤다.


창업·성장기업 지원에 17조6000억 원
창업 5년 이내 기업 연대보증 폐지


이번 방안은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보증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창업·성장 초기→ 성장 → 성숙’ 등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보증 비율을 달리하고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 안전판 구실을 할 보증제를 새로 도입했다. 창업·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보증은 늘어나고 한계기업 보증은 줄어들게 돼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의 설 자리는 한층 좁아지게 됐다.


우선 민간 자금 공급이 어려운 창업기와 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이에 보증기관의 심사 인력과 조직을 성숙기업 관리에서 창업·성장기업 지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재편한다. 특히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창업 지원금액을 기존 14조3000억 원에서 17조6000억 원으로 3조3000억 원 확대한다.


이로써 전체 보증 가운데 창업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20.8%에서 2019년 26.7%로 상향된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의 어려움을 겪는 창업·성장 초기 기업의 불편 사항을 기업의 눈높이에서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1년 단위로 보증기관이 보증 연장 여부를 심사하던 방식을 5년 이상(5~8년)의 장기 보증으로 전환하고, 창업기업의 보증 이용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일반보증(85%)보다 높은 90% 보증 비율(창업 1년 내 100%)을 적용한다. 또한 사전에 창업보증 이용기간과 상환 구조(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를 정해 기업이 계획적으로 보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특히 창업 5년 이내 기업에는 연대보증을 전면적으로 면제해 우수한 기술력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연대보증을 면제하면서 혜택을 받는 기업은 2015년 9월 기준 1400개에서 향후 약 4만 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창업기업의 보증 이용 부담을 완화해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고 보증을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외부 충격에 약한 중소기업에
안전판 기능 제공


성숙기 이후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이 신위탁보증을 도입해 보증대출 여부를 심사하고 대출해준다. 장기보증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다. 장기보증 이용 기업이 보증을 연장하거나 추가 보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증기관 대신 은행을 방문해 보증대출 여부를 심사받아야 대출이 가능해진다.


각종 재난이나 경기침체 등에 대비해 안정보증제도 도입한다. 별도 상환 규정이 없던 특례보증과 달리 거치 후 분할 상환 방식을 못 박은 점이 특징이다. 안정보증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시장의 안전판 기능을 제공하고 일시적으로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기업 성장 단계별로 창업보증, 성장보증, 위탁보증, 안정보증으로 세분화해 보증기관 간 역할을 재정립해 특화된 영역에서 보증을 더 세심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방안은 보증이 도입된 지 40년 만에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보증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창업·성장 초기 기업에 지원을 강화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보증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해 보증 시스템을 선진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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