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펀드 지상강좌] 김조엘 조엘글로벌컨설팅 대표

“미국 회사에 근무할 때 완벽에 가까운 입사지원서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실제로 지원자를 만나보니 당황스럽더라고요. 이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더군요. 입사 지원자에게 성별을 물어볼 수 없도록 연방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성적소수자들과도 거부감 없이 지낼 수 있는 오픈 마인드 없이는 50개 주 전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국에서 일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기회의 땅’에서 정말로 취업의 기회를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와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취업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 중엔 눈에 보이는 ‘자격’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세’도 포함된다. 12월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6층 청년희망재단에서 열린 멘토 특강의 강연자로 선 김조엘 조엘글로벌컨설팅 대표의 조언이다. 해외취업을 위해선 환상이 아닌 현실적인 정보를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날 강연의 주제는 ‘해외취업(미국)의 현실적인 정보와 다국적 기업의 직장 문화’였다.


미 연방법은 성별과 나이, 종교, 결혼 여부, 인종 등 다섯 가지를 입사시험 때 묻지 말아야 할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입사 지원자 역시 이력서에 이를 기재해선 안 된다. 오로지 지원자의 일할 능력만을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김 대표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 미국 취업에 도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우선 미국에선 해고가 쉽다. 일을 못하는 직원은 술 한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당장 ‘아웃’당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평생직장의 개념도 없다. 보통 우리나라에선 한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을 선호하지만 그곳에선 여러 회사를 다니며 쌓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더 중시한다. 같은 맥락에서 맡은 업무만 철저히 하면 늦게까지 눈치 보며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할 일도 없다. 출산휴가는 회사 규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없는 경우가 많다. 회식 문화도 그곳에선 낯선 일. 한국인 최초로 구글 미국 본사의 임원이 된 미키 김 씨는 이러한 직장 문화에 대해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김조엘 조엘글로벌컨설팅 대표가 12월 9일 청년희망아카데미에서 ‘해외 취업의 현실적인 정보와 다국적 기업의 직장 문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고학력 아시아인 많은 환경은 기회
주목할 직업은 ‘IT 관련직’과 ‘물리치료사’


그러나 김 대표는 “이건 미국의 50% 기업에 국한된 이야기”라며 방향을 틀었다. 그는 미국에서 아시안 오너십(Asian Ownership)이 많아지고 있음을 예로 들어 “무조건 일반적인 미국 직장 문화를 따라선 안 되고, 대다수 구성원의 출신 국가 등에 따라 생존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사회에선 고학력·고소득 아시아인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고, 이는 한국인들도 충분히 미국 취업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준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뉴욕대, 컬럼비아대, 퍼듀대 등 명문대로 손꼽히는 이들 대학에선 백인을 보기 힘들 정도이고, 캘리포니아의 ‘8학군’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쿠퍼티노고교는 아시아인의 비율이 무려 78%나 된다. 구글, 야후, 페이스북 내 아시아인 직원 비율도 각각 30%, 39%, 34%를 차지한다(2013년 기준).


“‘미국 제너럴모터스에 입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마케팅 부서에서 일할 확률이 높다는 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죠. 교육수준과 소득이 높은 아시아인에게 고급 승용차를 판매하는 마케팅 업무는 같은 아시아인들이 맡게 됩니다.”


연봉은 정보기술(IT), 테크놀로지 관련 직군이 높다. 미국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부서, 직군에 따라 연봉이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부지점장이 평균 5만 달러를 받는 데 반해 IT부서 엔지니어는 평균 20만 달러를 받는다.


수입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면 서비스 업종이 좋다. 서비스 이용 가격의 15~30%를 팁으로 주는 미국에선 테이스트오브텍사스(레스토랑) 웨이트리스가 한 달에 약 5000달러를 번다. 미국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우므로 서비스직을 부업으로 삼으면 큰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직업의 하나로 물리치료사를 꼽았다. 연간 36%의 업계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대학에서 2년만 공부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물리치료사를 고용해 창업을 하는 방법도 있다.


취업엔 학력보다 직장 경력이 중요
영어 부족해도 자기만의 ‘무기’ 있으면 성공


김 대표는 “미국에서의 취업은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보다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은 보편적인 수준의 자격요건을 요하는 부서로 일자리 목표를 설정하고,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는 게 좋은 전략이다. 미국에선 인턴에게도 정직원급의 연봉을 제공하기도 한다.


5년 이상의 경력이 있다면 다국적기업의 본사나 지역사무소가 밀집된 싱가포르 취업도 고려해볼 만하다. 경영학 석사(MBA) 학위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인턴십 기회도 많다.


한편 미국 기업의 채용공고에서는 ‘Discretion(자기 재량)’이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정해진 조건이 아닌, 지원자의 개별 특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오만가지 발음과 억양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영어 실력은 가장 중요한 취업 자격이 아니다”라며 “자기만의 ‘무기’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입사지원서 역시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 작성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채용 담당자들은 꼭 필요한 정보만 담긴 심플한 입사지원서를 선호한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Resilience(회복 능력)’를 강조했다. “한국에서 취업에 열 번 떨어진다면, 미국에선 서른 번 떨어질 겁니다. 그러나 그곳에선 학벌이나 외모, 출신이 불리해도 회복 능력, 즉 오뚝이 정신만 있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보장합니다. 혹여 실패한다 하더라도 해외취업에 도전한 경험은 인생의 훌륭한 자산이 될 겁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주희(19) 씨는 “외고에 다니면서도 해외취업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는데 강연을 들은 뒤 아시아인도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염길현(25) 씨는 “급여가 높고 근무 환경이 좋은 해외에서 작업치료사(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기사)로 일하고 싶다”며 “국내의 어려운 취업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해외취업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조엘 대표가 추천하는 해외(미국)채용 얻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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