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 금융감독원 금융혁신국장

▲김용우 금융감독원 금융혁신국장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젊은 시절 그에 얽힌 유명한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어느날 칸트가 대학시절 사랑하는 여자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청혼을 받은 칸트는 여자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는 곧장 도서관으로 달려가 사랑과 결혼에 관한 책을 모조리 찾아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노트에 결혼을 해야할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각각 정리했고 결혼을 해야할 이유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4가지 정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자 마침내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는 그 여자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 여자의 아버지는 칸트에게 “내 딸은 이미 결혼하고 아이가 둘이나 있다네” 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고 한다. 칸트는 결혼에 대해 고민하느라 7년의 시간을 보내버린 것이다. 결국 칸트는 고민만 하다가 사랑을 놓쳐버렸다.


신중하고 깊이있는 숙고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병적인 신중함 보다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젊은 시절의 칸트는 몰랐던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올 5월 부터 금감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은 나름대로의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그동안 국민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많은 의견과 제안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커다란 금융현안에 밀려 미처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고민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 생활에 일상화 되어온 낡고 불합리한 금융관행들을 과감히 개선하고 바꾸어 나감으로써 그동안 국민들이 해주신 프로포즈에 대해 화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은 ‘국민체감’ 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거창한 정책적인 접근 보다는 실제 국민의 실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국민의 금융생활을 좀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데에 중점을 두어 추진 중이다.


실례로 내년 1월부터 금융거래 수반 주소일괄 변경 서비스를 시행하여 주거 이전시에 금융회사 마다 일일이 주소를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우편물 반송에 따른 연간 2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불합리한 개인 신용평가 관행을 개선하여 약 40만 금융거래자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불리하게 작성된 금융약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성화 함으로써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가로막는 요소들을 일제히 정비해 나가고 있다.


또한 금융회사의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가 부당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1사 1교’ 금융교육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그동안 금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격오지 청소년들에 대한 금융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등 미래세대에 대해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해 나가고 있다.


현재 20대 과제별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나 연내 상당수 과제가 완료되면 내년 부터는 좀 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 국민들이 좀 더 편리한 금융생활을 누리실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옛 속담에 ‘내일의 모든 꽃은 오늘의 씨앗에 근거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고민을 털고 국민들에게 좀 더 귀 기울여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올바른 금융관행의 꽃을 피워나간다는 생각으로 국민이 행복해지는 금융관행 개혁을 묵묵히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참고로 금감원이 추진중인 20대 금융관행 개혁의 내용은 최근 오픈한 ‘금융관행 개혁 홈페이지’(better-change.fss.or.kr)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홈페이지 내 ‘정책제안’ 메뉴를 통해 국민들의 개선건의를 적극 수렴하여 향후 관행개선에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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