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날에 생각하는 ‘조심(操心)’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
“재변을 그치게 하는 방법은 임금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습니다.” 중종 8년인 1513년 10월 21일, 재변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사간원의 헌납(獻納)으로 정5품 관리였던 윤인경이 한 말이다. 이 때의 마음가짐을 중종실록에는 ‘조심(操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불조심이나 차조심과 같이 조심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쓰는 말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 철학적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안에 담겨진 뜻을 한번쯤은 생각해볼만 하다.


조심은 ‘맹자’의 ‘진심·상’편에 나오는 ‘기조심야위(其操心也危)’에서 유래된 말로 마음 쓰기를 위태로울 때와 같이 하라는 의미다.


예를 들면 불을 잘못 다루어 화재가 발생하면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갖고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불조심’인 것이다.


조심을 문자 그대로 풀면 ‘마음을 잡다’이다. 이때 조(操)자의 뜻은 ‘잡다’ 이지만 그 안에는 매우 깊은 의미가 있다. 조종(操縱)이나 지조(志操)에도 같은 글자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어는 정도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해마다 쌀쌀한 바람결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맘 때 쯤이면 길거리나 건물에서 불조심 포스터나 입간판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미 백여 년 전부터 명칭 변경은 조금 있었으나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이라고 설정하고 대대적인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어느 하루도 화재로부터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겨울철은 그만큼 화기취급이 증가하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불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마음을 다잡자고 하는 취지이다.


소방인들의 생일과 같은 의미가 있는 11월 9일 ‘소방의 날’도 원래는 불조심 행사가 기원이다. 중앙 정부단위로 행사를 치르기 시작한지는 올해로 53주년이 되었지만 이미 정부수립 때부터 12월 1일 또는 11월 1일을 ‘방화데이’, ‘불조심의 날’ 등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했던 것이다. 온 국민이 참여하여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꽉 잡아서 화재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였던 것이다.


불조심 표어 중에 ‘순간 방심, 평생 후회’라는 말이 있다. 조심의 반대가 마음을 놓아 버리는 방심(放心)인 것이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우리를 위협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과거의 재난이 눈에 보이는 것을 조심하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면 현대사회의 재난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시간과 공간도 초월하며 그 규모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들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조심하는 것만으로 재난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인식에 기반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통합적으로 재난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해 11월 19일 국민안전처가 출범하였다.


국민안전처가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한 ‘안전대진단’과 ‘안전신문고’와 같은 정책의 바탕에는 바로 조심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책임 있는 모든 정부기관과 국민이 동참하여 미리 위험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같은 한자문화권이지만 우리나라는 조심이라고 하는 반면에 중국은 소심(小心), 일본은 용심(用心)이라고 한다. 그 어원이나 뉘앙스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 단어 모두가 갖는 목적이나 내용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소방의 날에 즈음하여 다시 한 번 조심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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