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 주머니도 마음도 가뿐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해 결제, 송금, 자산관리 등의 금융 서비스를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의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제공한다는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 낯설고도 어려운 말이지만 이미 핀테크는 우리 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휴대전화 하나만 가지고 다녀도 경제생활이 가능할까? ‘지갑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페이코티머니는 현금이나 카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앱이다. 여기에 현금을 충전해 지하철, 편의점, 대형마트를 이용해봤다. 사진은 홈플러스에서 결제하는 모습.


아뿔싸.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보니 지갑을 안 가지고 왔다. 가방과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봐도 1000원짜리 한 장 나오지 않는다. 가진 것이라곤 휴대전화뿐. 하지만 아무리 궁리해봐도 이것으로 지하철 요금을 결제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1분 1초가 아까운 아침 출근시간에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나온다. 지갑을 회사에 두고 온 여성. 나와 달리 그는 당황하지 않고 당당히 택시를 잡아탄다. 어쩌려는 걸까. 목적지에 도착한 여성이 휴대전화를 카드 단말기에 찍자 택시 요금이 결제된다. ‘니나노~’를 외치는 CM송과 함께 광고가 끝난다.


광고 속 여성이 택시 요금을 지불할 때 사용한 건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모바일 간편결제 앱 ‘페이코 티머니’였다. 휴대전화로 교통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당장 앱을 설치해보기로 했다. ‘내 지갑’이라는 메뉴에 평소 사용하는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휴대전화가 카드와 같은 구실을 해 교통 요금 결제와 온·오프라인 상품 결제가 가능하단다.


페이코 티머니는 대중교통 요금결제 카드인 티머니와 연계돼 있어 지하철이나 편의점 등 티머니 카드 충전소에서 현금을 내고 충전해 선불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것조차 귀찮게 느껴져 휴대전화 결제로 그 자리에서 바로 충전했다.


빈털터리 출근길의 놀라운 기능


다음 날 지하철역에 도착해 지갑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앱을 실행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는 없다. 휴대전화의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을 활성화해놓기만 하면 된다. NFC란 기기에 카드나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는 방식으로 결제하는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 모듈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NFC 기능이 탑재돼 있다.


평소 카드를 찍는 것과 같이 휴대전화를 지하철 요금 단말기에 갖다 대니 익숙한 ‘삑’ 소리와 함께 결제된 금액과 잔액이 표시됐다. 이제 지갑이나 카드 대신 휴대전화 하나만 잘 챙기면 된다는 생각에 속으로 ‘니나노~’를 외쳤다. 심지어 휴대전화가 꺼져도 최대 2~4시간까지 결제가 가능하니 배터리 닳을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


교통 요금은 휴대전화로 결제하면 된다지만 물건을 살 때는 어차피 지갑이 필요하지 않을까? 페이코 티머니 앱에는 수십 가지 가맹점이 나와 있는데 이들이 바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다.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부터 카페, 영화관, 서점까지 웬만한 대형 체인점만 이용한다면 지갑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튿날엔 지갑 없이 출근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편의점에 가 커피를 샀다. 점원에게 페이코 티머니로 결제하겠다고 하니 “카드 단말기에 휴대전화를 태깅하라”고 한다. 순식간에 결제 완료. 퇴근길에는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결제했다.


평소 같으면 계산대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부랴부랴 가방을 뒤져 지갑에서 돈을 꺼낸 뒤 다시 영수증과 거스름돈을 구겨 넣느라 정신없었겠지만 이제는 휴대전화 하나만 ‘슥’ 내밀면 되니 주머니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에 눈을 뜬 뒤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삼성에서 내놓은 ‘삼성페이’였다. 삼성페이는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라면 전통시장이나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뛰어나다. 스마트폰에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코일이 심어져 있어 이를 결제 기기에 갖다 대면 카드를 단말기에 긁어 결제하는 것과 같이 그 안의 정보를 읽어 들인다. 이미 현금 없이 신용카드만 가지고 다니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확실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갤럭시 노트 5, 갤럭시 S6 등 올해 출시된 최신형 삼성 휴대전화에만 적용돼 직접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출시 두 달 만에 삼성페이 가입자 수가 100만 명(10월 24일 기준)을 돌파했다.

 

▲네이버페이는 가입할 때 한 번만 카드정보를 입력하면 그다음부터는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 눌러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모바일 화면 캡처.


공인인증서 필요없이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 누르면 ‘끝’


주말에는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간식거리로 고구마를 구매해봤다. 네이버에 고구마를 검색하니 7만3088개의 제휴 쇼핑몰이 뜬다.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상품에는 ‘N페이(pay)’ 마크와 결제 후 지급받을 수 있는 포인트가 표시됐다. ‘상품평 많은 순’, ‘네이버페이’로 카테고리를 설정한 뒤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고 ‘N페이로 결제하기’를 눌렀다.


이전 같으면 해당 쇼핑몰 누리집으로 연결돼 거기서 다시 회원 가입을 하고 결제해야 했지만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면 네이버 안에서 검색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편리했다.


결제는 네이버페이에 가입할 때 설정한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누르는 것으로 끝났다. 결제가 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간단했다. 배송지, 결제 카드 또는 은행계좌 정보는 네이버페이 가입 시에만 입력하고 결제할 때는 이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가입할 때조차 보안 프로그램 설치나 공인인증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침침한 눈 비비며 확인해야 했던 은행 보안카드 번호도 요구하지 않았다.


첫 구매 기념으로 받은 포인트 2000점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이를 보태 고구마 한 상자를 더 샀다. 손에 익어 두 번째 결제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핀테크 생활에 자꾸만 중독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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