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희 패션전 총괄디렉터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프랑스장식미술관에서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한국특별전’이 개막했다. 우리나라의 공예·패션·그래픽디자인 등 한국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는 프랑스 현지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책브리핑에서는 이번 특별전에 참여한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해외로 뻗어나가는 우리 문화의 비전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우아한 품성과 단아하고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한복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반영합니다. 부드러운 곡선미와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색감은 우리 민족의 상징성을 드러냅니다.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복 패션전을 꾸몄습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19일부터 프랑스 장식미술관에서 개막한 ‘한불상호교류의 해 한국특별전 패션전’의 총괄디렉터인 서영희 예술감독(55)은 이번 패션전에 대한 애착을 이렇게 드러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장식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 나우’의 패션 전시를 총괄 기획한 서영희 예술감독.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한복패션전…프랑스 현지 호평


“프랑스 파리의 장식미술관에서 한국 작가 151명의 작품 약 1500점을 전시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수입브랜드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의 옷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감격스럽죠. 우리 선조들이 조화로운 복을 기원하며 즐겨 썼던 오방색의 정신을 담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습니다.”


‘한국 의복 속 오방색’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한복 패션전은 한국 복식문화를 설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로 패션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찬사를 받으며 한복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서 감독은 한국의 복식문화, 철학에 본질을 두고 오방색(五方色)의 흐름에 따라 구성했다. 오방색은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으로 동쪽은 청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적색, 북쪽은 흑색, 가운데는 황색이다.


청색은 선비정신을 담아 남성 한복 위주로 꾸몄다. 적색은 역동성과 염원을 주제로 여성한복의 아름다움을, 백색은 무소유와 신성의 뜻을 담아 꾸몄다. 흑색은 통섭과 지혜를 뜻하는 의미로 신한복을 선보였고 오방색의 5구역 중 중심에 있는 황색은 고귀함과 부귀영화을 상징으로 무게감을 두고 꾸몄다.


한옥 기와지붕의 곡선처럼 흐르는 한복의 우아함은 우리 전통문화의 철학과 바탕을 담고 있다. 특히 선과 색이 아름다운 여성 한복은 그 자체가 문화 상품이자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오방색’ 기원한 한복의 미…박 대통령 특별 전시도 마련


“이번 패션전에는 다섯가지 색이 담고 있는 의미를 형상화한 한복을 선보였어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전시에서는 우아함과 고귀함이 느껴지도록 황색의 의미에 중점을 뒀습니다. 황색은 전통적으로 왕의 옷을 지을 때 주로 사용되던 색입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외 순방 때 입은 한복의 대부분은 여성의 우아함을 살리면서도 고귀함을 드러낼 수 있도록 색감과 문양을 사용해 지어졌다.


서 감독은 “박 대통령이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면서 “전통 한복의 품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회에 대통령 한복을 포함시켰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3년 11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오렌지색 저고리에 은빛 자수가 놓인 치마를 입고 만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사진 = 한복진흥센터)


해외가 주목한 박 대통령 한복문화 외교


박 대통령은 외국 순방 때 우리 민족의 정신과 품격을 드러내는 한복을 입고 문화외교를 펼쳐 한국문화의 자부심을 심어 주었다. 취임식은 물론 국내외 각종 행사에도 한복의 단아함과 기품을 알려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입으신 한복 중에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버킹엄 궁에서 열린 영국 여왕 국빈 만찬에서 오렌지색 저고리에 은빛 자수가 놓인 흰색 치마였는데 예의와 절차를 중요시 여기는 영국에게도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겨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5일부터 청와대 사랑채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한복특별전-한복, 우리가 사랑한’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도 박 대통령이 입었던 한복 세 벌이 전시돼 있다.


서 감독은 “박 대통령 한복전시는 프랑스 현지에서도 반응이 뜨겁다”면서 “상대국을 배려하면서도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전하는 문화외교를 몸소 선보인 점이 높게 평가된다”고 전했다.


서영희 감독은 이번 프랑스 장식미술관에서 진행중인 한복 패션전을 계기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이 더욱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뿌리를 상징하는 한복은 단순히 옷을 입는 행위가 아닌 우리 민족의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이 뿌리의 상징을 잘 지키고 나아갈 때 한국문화의 가치도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과 색이 고운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도록 힘이 닿는 데 까지 노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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