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재창조] 이효재씨가 말하는 우리 살림문화의 세계화

“제가 하는 일들 중 특별한 건 하나도 없어요. 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이 했던 것들이죠. 밥하고, 빨래하고, 장 담그고, 옷 만들고, 수놓고 했던 일들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특별해 보일 뿐이에요.” 직접 지은 옷을 입은 이효재 씨가 빙긋이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어머니로부터 한복집을 물려받아 한복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던 이효재 씨. 어느새 그녀에게는 한복 디자이너, 보자기 아티스트, 자연주의 살림전문가, 공간예술가, 동화작가, 강연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다.

▲우리 살림문화의 전파·공유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재 씨.

“변화에 느린 제 성향이 어머니의 한복집을 물려받아 일을 하는 상황과 잘 맞아 떨어졌죠. 또 이런 제 삶이 모든 것이 빠름을 추구하는 이 시대를 만나 특별한 행운이 된 셈이죠.”


이효재 씨는 어머니가 살았던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왔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녀에게는 삶이었고 삶을 향유하는 과정이었다. 보자기에 한복을 싸고, 행주에 자수를 놓고, 김치를 담그고, 이불을 만들고, 질그릇에 단풍잎 한 장 올려놓고 차 마시는 일들이.


그것이 세월의 흐름을 거치며 살림문화라고 부르는 하나의 문화장르가 된 것이다. 또 이효재 씨는 그 같은 살림문화를 전파하고 공유하는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직업인이 됐다. 


우리의 전통적인 살림문화에 이 씨만의 감각이 입혀지면 ‘이효재’라는 믿고 보는 브랜드가 된다. 살림 좀 하는, 감각 좀 있는 사람들도 그녀의 안목을 인정한다.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한국의 타샤 튜더’ 등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최근에는 본인의 이름을 딴 ‘효재네 뜰’이라는 생활문화 브랜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효재네 뜰’을 통해 소위 쟁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공예인들의 물건과 규방문화 상품 300여가지를 브랜드화 했다.


그런 그녀가 최근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보자기로 우리 전통문화를 국내외에 알리는 일이다. “보자기는 한국인을 가장 따뜻하게 표현하는 물건이 아닐까 해요. 보자기하면 감싸고, 안고, 덮어주는 넉넉하고 포근한 느낌이 있거든요.”

 

▲이 씨의 작업실 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보자기 작품들. 보자기로 물건을 싸면서 할 수 있는 매듭법은 책으로 낼 만큼 다양하다.


이 씨는 보자기를 통해 함을 싸는 우리의 전통 결혼 문화를 퍼포먼스로 선보이는 등 보자기로 한국인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고 패션쇼도 연다. 보자기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함께 알리는 것이다.


또 보자기를 통해 현재 전세계인의 공통 화두인 환경의 소중함도 동시에 전하고 있다. “모든 물건은 보자기로 쌀 수 있거든요. 종이를 써야하는 포장지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죠. 또 얼마나 활용도가 높나요? 이러한 의미들을 담아서 전달하면 그냥 단순히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와 외국인들의 반응이 천지차이입니다.”


지구환경과 우리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사람들이 체득할 수 있게 하는 있는 것이다. 과거를 현재에 재조명하면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효재 씨의 생각.


“우리 전통이 자꾸 희미해진다고 걱정하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또 이런 고민은 우리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세계 각국이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이 씨는 전통문화가 잊혀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관심을 갖고 한 번 더 보게 되면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녀가 보자기로 퍼포먼스를 하고 패션쇼를 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작업들인 셈이다. “관심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말려도 아끼고 사랑하게 됩니다.”


이효재 씨는 문화란 일상이며 일상 속에는 특유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살림문화에는 아끼고 섬기는 우리 여인네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무엇이든 버리지 않고 활용했던 아끼는 마음과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섬기는 마음이 표현돼 있죠.” 그런 마음이 보자기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살림살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이불은 그녀의 겨울용 외투가 됐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는 것이 우리 살림문화의 가르침이다.


“살림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통하려면 물론 노력이 필요하겠죠. 문화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세계인과 공유하겠다 하는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우리 살림문화도 어느새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겁니다.” 보자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는 그녀다.


“전 우리의 살림문화가 세계로 나가고 후대에 이어지는데 주춧돌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쯤 됐을때는 ‘아, 이효재란 사람이 그런 역할을 했구나!’하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쎄요. 다른 좋은 소재가 나타나기 전까지 당분간은 슈퍼맨의 망토인 우리의 보자기를 갖고 전세계를 누빌겁니다.”


이 씨의 다짐처럼 일본 센다이로, 베트남으로, 내년에는 독일까지 그녀의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보자기와 함께 우리 살림문화가 전세계인들에게 통할 날이 머지 않았다.

저작권자 © 투데이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