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추진기획단 부단장 “대응 네트워크 구축 선도국 역할”

 

국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또 이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각국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시점에 내로라하는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이 국내에 대거 모인다.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GHSA) 고위급 회의가 오는 7~9일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다.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예정돼 있는 이번 회의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위해 누구보다 동분서주한 김강립 GHSA 추진기획단 부단장을 만나 이번 회의의 의미 등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강립 부단장과의 일문일답.

 

▲김강립 GHSA 추진기획단 부단장.


Q.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 고위급회의가 오는 9월 7~9일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글로벌보건안보구상’이 무엇인가요?


- 감염병은 국경이 없습니다. 중동호흡기질환으로만 알려진 메르스가 어느날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대규모로 유행해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감염병은 더 이상 어느 한 국가의 보건의료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보건만이 아닌 ‘보건안보’의 시각에서 감염병을 접근하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GHSA는 이러한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각 국이 분명히 인식하고 감염병 발생정보, 국가 간 대응경험 등을 공유하는 등 각 국가 간 보건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의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등 45개국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이 고루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기구 차원의 노력이 있기는 했습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감염병 발생시 발생상황 즉각 공유 등 각 국간 공조와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국제보건규약(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이하 IHR)을 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가지도록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IHR 기준 사항 준수 비율국가가 20% 내외에 불과할 만큼 개도국과 선진국 간 격차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에볼라가 발병한 서아프리카 3국(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의 경우 IHR 규약대로라면 신속한 상황공유를 했어야하지만 이를 위한 자국 내 인프라가 부족했고 이는 이들 국가에서 발병한 에볼라 환자들이 각 국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Q. 전 세계가 이 같은 새로운 혹은 기존의 감염병 위협에 협력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감염병의 위협이 얼마나 큰가요?


- 사실 감염병에 대한 위협은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해왔습니다. 중세의 페스트나 우리나라의 학질 등 역사적으로 기록된 감염병 사례만 봐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대형 재난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만큼 감염병 공포는 인류의 오랜 위협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아울러 과거의 감염병이 발생 지역과 그 나라에만 국한된 문제였다면 오늘날에는 지구촌 공동체라 할 만큼 국가간 교통과 교역이 증가하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각 국가의 사회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인위적 살포를 통한 테러무기로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각 국이 주목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위기에 국내 구호단이 참여해 지원 및 치료에 나서는 등 이제 감염병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보건의료 차원이 아닌 전 사회적 측면에서 감염병이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는 2003년 SARS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SARS로 인한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성장률이 SARS 발생 직전분기 대비 6%이상 저하됐었습니다.(8.3→1.9%)


2004년말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의 경제 성장률 저하효과가 1% 미만인 것과 비교해보면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대충 짐작이 되나요?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답변에서 메르스로 인한 국가의 경제적 손실이 1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Q. 워싱턴에서의 1번째 회의에 이어 2번째로 열리는 고위급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1차 워싱턴 회의는 당시 전 세계로 유행할 수 있다는 에볼라 공포에 대응하기 위해 급박하게 진행됐던 측면이 있습니다.


올해 회의는 GHSA 체계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작년보다 조금 더 확고하게 정립된 보건안보의 개념 속에서 GHSA를 통한 협력 비전, 원칙, 방향성을 참가국들이 최초로 합의한 사항들을 문서(서울선언문)로 승인한다는 점에서 분명 작년 회의보다 진일보한 협력체계 구축의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3일간 어떤 행사들이 열리나요? 제2차 GHSA 서울회의의 일정을 소개해주세요.


- 첫째날(7일)에는 전문가 초청 공개포럼이 열립니다. 특히 요즘 보건분야의 핫이슈인 민·관협력(‘Health Security, Partnership with Non-Governmental Stakeholders’)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질 예정입니다.


둘째날(8일)은 실무급 공식회의가 진행됩니다.


오전에는 GHSA의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는 선도그룹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선도그룹(Steering Group)은 GHSA 운영 전반을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일종의 주도 국가 협의체로 우리나라를 포함 현재 10개국(미국, 캐나다, 칠레, 핀란드,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대한민국, 케냐, 사우디아라비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오후에는 GHSA 전체 참가국 실무자들이 모여 11개 분야별로 감염병 위협을 예방, 탐지,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협력체계 방안을 논의하는 행동계획(Action-Package)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 회의는 각국이 지난 1년간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함께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역량강화를 추진할 것인지 실무급 인사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으로 구성됩니다.


셋째날(9일)은 이번 회의의 하이라이트인 장관급 회의가 열립니다. ‘보건안보와 다분야 협력 (Health Security and Multi-sectoral Cooperation)’을 주제로 세계보건기구(WHO) 마가렛 찬 사무총장을 비롯,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브라이언 에반스 사무차장, 세계은행(The World Bank Group) 팀 에반스 보건분야수석국장 등이 글로벌 차원의 시각에서 보건안보를 중심으로 한 다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자리에서 한·미 생물방어연습에 대한 경험(백승주 국방부 차관)과 이번 메르스 대응 경험을 관련국들과 공유(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하는 기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Q. 회의의 논의결과로 서울선언문이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선언문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기게 될까요?


- 서울선언문은 여전히 참가국들과 세부 문구를 조정중이지만 감염병 위협이 더 이상 보건의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모든 GHSA 참여국가들이 공유하고 각 국가의 정책과 국가 간 협력에 있어 GHSA의 정신과 비전, 그리고 이번 회의를 통해 나온 구체적 협력방안에 대한 틀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국내 방역체계 개선은 물론 진일보한 국제 보건안보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데 전 세계 국가가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할 내용이 담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이번 서울회의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있을까요?


- 보건안보분야에 있어 선진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감염관리 전문성, 방역체계 구축 노하우 등을 공유해 특히 메르스로 인해 관심이 높아진 우리나라 방역체계 개편안 추진에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도국과의 보건분야 협력에 있어서도 전략적·지속적으로 선도국의 위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국격에 걸맞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통해 전 세계 감염병 대응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선도국가로서의 위치를 확인하는 성과을 거두리라 확신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감염병 등 위협에 대해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선도적으로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이를 예방·탐지·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메르스로부터 얻은 교훈을 토대로 우리정부도 미지의 감염병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국가 방역체계의 틀을 재정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 고위급회의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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