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미래다] 경기 성남시 선한레시피 이계선 사장

이름부터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선한레시피’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불곡로(정자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밝은 갈색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니 깔끔한 빈티지풍의 실내와 손님을 맞이하는 이들의 매무새가 눈길을 끈다. 광목 소재의 머리 스카프와 원피스형 에이프런 차림새가 단정하고 깔끔하다. 선한레시피의 이계선(53) 사장도 다른 직원들과 같은 차림.

 


“일부러 맞춘 옷은 아닌데, 같은 데서 구입하다 보니 비슷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영양사였던 이 사장은 큰딸 출산 이후 전업주부로 살아오다 아이들이 다 자라자 자신만의 공간을 찾던 중 선한레시피를 열게 됐다고 했다. 문을 연 것은 2012년 6월. 음식 원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하며 시판되는 소스나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 전통간장으로 맛을 내는 식당으로 인근 지역은 물론 온라인에서까지 소문이나며 손님이 늘었다. 그 덕에 지난해 2월엔 판교점(서판교로)까지 개점했다. 선한레시피는 2014년 한국관광공사 궁중음식 체험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밖에서 식사를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식당을 찾는 분들에게 제 가정에서 차리는 음식보다도 더 좋은 음식을 내어드리고, 그런 식당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님맞이를 하고 있어요.”


원재료 맛 음미
주변에 소문 나면서 식당 열어


그래도 이 정도 음식 맛으로 명성을 얻으려면 요리에 얽힌 뭔가 특별한 인연은 없었을까.


“주부니까 늘 요리를 했죠.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어요. 우리 집이 큰집이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제가 전을 부쳤어요.”


이 사장은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다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 공간을 가져보고자 이 동네로 이사 왔다고 한다.

 
“처음부터 식당 차릴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둘째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일상에 여유시간이 생겼어요. 그래서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그것이 음식이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조금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선재스님께 사찰음식을 배웠고, 한복려 원장님께 궁중음식을 배웠어요.”


그리고 약용식물 공부도 했다. “굳이 약선을 찾지 않아도 쑥이며 봄나물이며 먹는 게 다 약용식물이거든요. 요즘은 양념 맛으로 음식을 먹는데, 원재료 맛을 음미해가며 먹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음식을 가르치고 보급하고 싶어 자신의 집에서 쿠킹 클래스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알음알음 소문이 나며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집 근처에 공방으로 사용하던 가게(26㎡)가 임대 매물로 나왔다. 그 공간이 지금 선한레시피의 주방 공간이다.


“공간이 작아 테이블은 한 세트만 놓고 쿠킹 클래스를 염두에 두고 시작을 했는데, 금세 식당 손님들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바로 옆 공간까지 임대해 지금 규모(82㎡)의 선한레시피 본점이 됐다. 선한레시피의 고객들 가운데에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사장은 “우리 식당의 대표 메뉴인 연잎정식이 널리 알려지며 처음에는 외국인 채식주의자들이 많이 오셨다”면서 “우리 집 김치에 젓갈을 넣지 않는데, 덜 자극적인 한식을 선호하는 분들이 즐겨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과 같이 전업주부로 살아오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뭔가 지속적으로 일을 하려면 그 일과 관련된 전문 지식도 필요하므로 끊임없이 공부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무엇보다 수익이 나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점포 운영에 대한 공부도 해야하고요.”


이 사장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서울의 집 근처 여성인력개발원을 통해 한식조리사, 약용식물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처음 식당을 열기 전에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에서 컨설팅을 받았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동네 사정도 잘 몰랐어요. 식당을 연 곳은 얼핏 보기에도 사람의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었고요.”


당시 이 사장은 지역센터에서 자기부담금 6만 원을 내고 시가 100만 원짜리 컨설팅을 받았다고 했다.


“컨설팅 해주신 분이 우스갯소리로 제게 좋은 에너지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권하시더군요.”


지원정책 활용…50세에도 사업 가능


그는 자영업, 특히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늘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닥치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 극복해왔다면서 다른 전업주부들에게도 지원정책들을 적극 활용해 “실제 액션을 취해볼 것”을 권했다.


“안 가본 길은 모르는 거잖아요. 실패를 해도 나의 몫이고, 만약 내가 해보지 않았다면 아쉬움이 남을 거예요. 그렇지만 일단 해보면 다음에 더 잘할 여지가 있어요. 저는 제 자신을 통해 나이 오십에도 세상 한가운데로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요.”


그의 식당에서 근무하는 15명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과 같은 지역에 사는 주부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통해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다른 주부들의 일자리까지 창출한 것이다. 정작 그는 선한레시피 두 곳을 운영하면서 쿠킹 클래스도 함께 열다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은 적어졌다.


“처음 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한 게 남편인데, 지금은 후회할지도 몰라요(웃음). 그래서 25년 동안 잘해줬으니 지금은 좀 참아달라고 했지요.”


남편은 손님들을 아내 식당에 초대하기도 하고, 지난해 결혼한 법학 전공 딸도 요즘은 쿠킹 클래스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공간을 찾아 시작한 선한레시피는 어느덧 건강한 음식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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