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형 2015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본부장

▲금기형 2015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본부장

세계 스포츠 대회 종합 1위! 전 세계 143개국 1만3천여 명의 대학 스포츠 스타가 운집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이제껏 미국·중국·러시아 등 열강이 독점해온 세계 챔피언 자리에 우리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우뚝 섰다.


대회 종료 이틀 전인 7월 12일 자정, 이미 획득한 금메달 숫자에서 그때까지 2위 자리를 각축 중인 러시아와 중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나머지 금메달을 싹쓸이해도 우리나라 종합우승을 바라볼 수 없는 매직넘버 9를 넘긴 것을 확인하였다. 경기본부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매직넘버 넘겨 대한민국 종합순위 1위 확정입니다. 모두 축하와 감사드립니다!’


일 년 전 경기본부장을 맡은 이래 일련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부임 당시 지인들이 우려를 하였다. 조직위가 이제까지는 급하거나 책임질 것도 크게 없었겠지만, 지금부터는 본격적 준비 단계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요령껏 지내다가 빠져나오는데 때에, 거꾸로 들어가니 고생길이 훤하다는 염려의 말이다. 이에 어느 곳에 있든 어떤 상황에서 든 주인 정신으로 수처작주(隨處作主) 하겠다고 답하였다.

 

▲14일 광주광역시 서구 금화로 광주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Sharing the Light'(창조와 미래의 빛, 세상과 소통하다)라는 주제로 폐막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와서 보니 과연 구성원 배경이 다양하고, 특히 한시조직의 특성상 대회가 끝나면 헤어질 사람들이라는 분위기로 구심점이 약하고 긴장감이 없었다. 기강을 바르게 세우고 각자의 임무 숙지와 소통강화가 급선무였다. 보고된 사항에 대한 책임은 위에서 질터이니 ‘현상을 숨기지 말고 아는 것은 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팩트 위주로 소통 할 것을 반복하여 주문하였다. 시간이 지나며 동료들 사이에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듯 서로 힘을 합쳐 헤쳐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와중에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두 분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과 지도력이 성공적인 대회를 만드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조직구성원의 다수가 광주광역시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 조직인 특성상, 인사권자인 시장이 매일같이 세세하게 챙기고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니 시청 공무원, 시 체육단체 그리고 조직위 직원들 모두 긴장감을 느끼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시민들로 구성된 U대회 서포터스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보하여 U대회가 성공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민들의 관심과 열기를 고조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한편 김황식 전 총리께서는 전국적인 지명도와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광주 및 인근 지역에 머무는 U대회에 대한 관심을, 우리 국민이 모두 관심과 지원해야 하는 국가행사로 외연을 넓히는 실질적 역할을 하였다. 덕분에 삼성, 기아, SK, 아시아나, CJ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후원 물꼬를 틀 수 있었다. 또 호평을 받은 개·폐막식 공연을 맡은 박명성 감독 등 연출진 열정을 끌어내고, 직원에게는 세계를 향한 국가행사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불어넣었다.

 

▲지난 3일 광주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회 준비과정부터 수시로 현장을 찾아와 사무총장과 함께 합동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조직위원회와 광주광역시 및 전남도 간에 얽혀있는 여러 가지 현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역할정리를 한 김종 문체부 차관의 노력이 돋보였다. 문체부로 대표되는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U대회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휘부의 합심된 노력은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전파되어 시민, 언론, 자원봉사자, 조직위직원들 모두 반드시 U대회를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읽혔다.


전체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경기본부 직원들은 경기 현장을 챙기고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더욱 세밀해졌다. 경기본부장으로서 현장에 배치되는 직원들에게 크게 세 가지를 명심할 것을 주문하였다. 첫째 안전사고 방지, 둘째 메르스 등 발열 의심자 경기장 출입 완전통제, 셋째 상황 발생 시 선조치 후보고 지휘체계 유지.


하지만 현장배치 요원 상당수가 의지는 있더라도 관리자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고, 현장 배치도 대회 시작 막바지에 이루어졌기에 사전에 충분히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였다. 방법은 현장으로 가서 같이 직접 챙기는 방법뿐이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격려보다는 질책이 불가피했다. 매일 같이 고생하던 동료에게 질책해야 하는 미안함의 눈빛을 감추기 위하여 안경을 선글라스로 갈아 썼다.


경기장, 훈련장, 선수촌 등 70여 곳에 달하는 현장을 대회 막바지 한 달 사이에 200여 곳 넘게 다녔다. 주행거리가 만 킬로미터를 훌쩍 넘었다. 준비상태가 부실 한 곳은 거의 매일 가서 점검하고 닦달 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5시에 시작하는 하루가 일을 마치면 자정 시간을 넘기는 것은 다반사였다. 현장 매니저들도 모두 한 달 동안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대회 기간 중에는 거의 잠자지 못한 얼굴이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맙다. ‘역대 최고수준의 경기운영이다’, ‘대한민국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하다’, ‘직원과 자원봉사자 헌신에 존경한다’…. 이번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각국 대표단, 국제심판, 참가 선수들이 하는 찬사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직원들이 합심한 결과이다. 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손을 잡을 때마다 울컥하고 속에서 눈물이 올라올 때가 많았다.


애초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환경(Environment), 평화(Peace), IT, 문화(Culture)를 주제 삼아 EPIC 유니버시아드를 지향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경기종합 1위라는 전인미답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더하여 문화, 수송, 홍보, 예산, 시민참여 등 모든 분야에서도 자랑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제 열심히 준비하고 뜨겁게 보낸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대한민국 세계 스포츠 종합 1위’라는 한편의 ‘서사(epic)’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수처작주((隨處作主)한 주인공이었다는 자부심이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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