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고용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 수준으로 고용의 양적 성장을 달성하면서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그간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각 부문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경제활동 참여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은 여성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2000년대 들어서서 10여 년 동안 50% 초반에 정체해 있던 여성 고용률이 55% 수준까지 올라서고,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고용률 증가세를 보이는 등 여성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아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고용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일·가정 양립이 쉽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맞물려 있다. 20대에는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출산·육아를 거치는 30대 부터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력단절현상으로 인해 여성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여성들이 육아 등의 사유로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고용률 70% 달성은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여성인재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우리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을 예방하고 출산·육아 후 빠른 직장복귀와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제도를 확대하고, 시간선택제·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유연한 근무형태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에는 임신기간(임신 12주 이내 및 36주 이후) 동안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일 2시간 단축할 수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였고, 쌍둥이 등 다태아 출산 시 출산전후휴가기간을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는 등 모성보호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대상자녀 연령을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로 상향하였고, 남성 육아휴직 촉진을 위해 부부가 같은 자녀에 대해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자의 육아휴직급여를 더 많이 주는 일명 “아빠의 달”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매년 약 10%씩 육아휴직 사용자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공무원·교직원을 제외하고도 육아휴직 사용자가 8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장에서는 ‘사내눈치법’과 같이 사업주 또는 직장동료의 눈치가 보여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제대로사용하기 어렵다는 곳이 많다. 이처럼 정책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인식과 문화 개선이고, 사회 구성원 전체가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를 같이할 때 우리 사회에 일·가정 양립이 비로소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서, 일·가정 양립 문제는 동료끼리 직장 내에서 품앗이를 한다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나 자신 또는 나의 형제자매나 자식들이 겪어야 할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인생 경로에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주위의 축복과 배려를 받아야 하며, 이러한 문화를 우리 모두가 가꿔 나가야 한다. 사업주도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내 자녀의 육아문제라 생각하면서 인재 활용을 위한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남성들도 인식전환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때 일터와 가정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정부와 함께 국민 모두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 ‘남녀 모두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동참하여 고용률 70% 달성과 함께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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