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이렇게 시작했다] 이공환 kt인재경영실장

내년부터 공공기관과 종업원 수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많은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대비하고자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노조와의 합의가 쉽지 않은 상태다.


KT는 지난 2월, 약 3개월에 걸친 노사간 협의 끝에 임금피크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은 정년연장에 따른 회사의 부담과 이로 인해 회사 경쟁력이 약화 돼서는 안된다는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KT는 이러한 노사간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회사와 종업원이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한 끝에 이번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 모두 만족하는 제도 만들기 위해 조합과 대화·소통 지속


KT노사는 이미 지난해년 4월 임금피크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친 상생협의회를 통해 세부 설계안을 도출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깎는 제도로 직원의 급여, 보수체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조합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수적이다.


KT 역시 세부기준을 정함에 있어 회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조합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노사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일례로, 협상 과정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부분이 임금감액률과 감액시기를 정하는 부분이었는데, 노사가 서로 처한 입장이 다르다 보니 협상 초기에는 상당한 이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조합의 동의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하므로 회사는 KT가 처한 대내외적 상황과,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 부담액, 이미 제도를 도입한 타기업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조합과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진솔한 대화를 진행했다.


다행히 조합도 회사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하면서 협상 과정에 진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은 물론,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타사와 일본의 사례를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는 등 투명하고 진솔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KT의 임금피크제는 이처럼 회사와 근로자 모두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정년은 60세+α, 임금은 점진적 형태의 감액 방식 도입


이번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직원의 정년이 기존 58세에서 60세로 2년 늘어나고, 임금은 56세부터 60세까지 매년 10%씩 줄어든다.


KT는 50세 이상 직원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을 고려해 임금 감액에 따른 근로자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임금이 완만하게 감소하는 점감형 방식을 도입했다.


즉, 56세가 되면 기존 임금의 90%를 받고, 57세에는 80%, 58세에 70%, 59세에 60%의 임금을 지급받는다. 또한, 직원이 보유한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량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정년(60세)에 도달한 직원 중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퇴직 후 재고용하는 시니어 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했다.


한편,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의 생산성 하락방지를 위해 급여 외의 인사(평가, 승진, 배치), 복무 및 복지는 다른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퇴직급여의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DB형(확정급여형)을 DC형(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직원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24시간 청취하고 해결해주는 상시 소통채널을 신설하고 회사의 경영성과를 조합과 공유하는 자리도 정례화해 노사간 수시로 만나고 눈높이를 맞추는 노사상생협의회를 상설운영하고 있다.


급여 감소 외 큰 변화 체감 못해…제2의 인생·재무설계 지원


아직 제도를 시행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회사와 근로자 모두 어떠한 변화가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 신분, 직무, 복무형태, 복지 등에서 변화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급여가 다소 감액된 것 이외에는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노사합의를 통해 재고용과 같이 근로자들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만큼, 앞으로 이에 관한 세부기준을 수립하여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또한 늘어난 정년에 발맞춰 고령 직원의 준비된 은퇴가 가능하도록 제2의 인생설계 및 재무설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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