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재개발센터 부설 탈무드하부루타 엑설런스연구소 수석연구원 조미옥

▲국제인재개발센터 부설 탈무드하부루타 엑설런스연구소 수석연구원 조미옥

인류 역사상 항상 희소재(稀少財)였던 정보와 지식이, 이제 보편재(普遍財)인 시대로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정보・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확산과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개방형 정보・지식 커뮤니티의 발전으로, 정보와 지식은 누구나 필요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바꿔지고 있다.


  클릭 한번으로 학생들이 선생님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면서, 선생님이 가르치고 학생들이 배우는 수직적인 교육시스템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혹자는, 자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가 경이적인 속도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하게 된 것은 우리 교육시스템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오바마 행정부 조차 우리 교육을 벤치마킹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행 교육시스템을 재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좋은 시스템이었으니 앞으로도 좋을 것인가?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한 데에는 수직적인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분명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이제 선진국이 되어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자주적으로 창조해 나갈 ‘퍼스트 무버형’ 인재가 필요한 시점에서,  정보와 지식만으로 무장한 ‘골든벨형’ 인재나 ‘패스트 팔로워형’ 인재육성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지속발전과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오바마의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예찬은 높은 진학률과 인터넷 등 교육 인프라 등에 대한 관한 것일 뿐, 교육시스템 자체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기존의 교육방식을 탈피하여, 학생들의 학업만족도를 높이고 창의성과 인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자율적 체험학습을 중점 수행하는 ‘자유 학기제’와, 학생기록부를 중심으로 잠재력과 인성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 전형’이 있다.


  그러나 ‘자유학기제’는 사회적 필요에 따른 학습을 개인의 필요에 따른 자발적 학습으로 전환시켜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키워주고 학업만족도를 높여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인성과 소통능력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창의력 향상이라는 교육목표와도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부 전형’은 공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창의활동과 봉사활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학교와 학생 입장에서는 공부 외에도 창의활동과 봉사활동을 별도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학업만족도와 ‘삶의 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와 선생님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학업흥미도를 높이고 창의성을 고양하며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교육목표는 명확하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의 부재는 우리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식과 정보의 대중화에 맞춰 학교와 선생님의 역할이 ‘지식과 정보의 전달’에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잠재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설계하거나, 능력계발에 특화되어 있는 교육시스템을 찾아내서 우리 실정에 맞게 개선・보완하여 교육현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통계적・세계적으로 입증된 우수한 능력계발 교육시스템을 알고 있다.


  우리 보다 훨씬 적은 1,500만명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  유대인들은 아인슈타인・마르크스・피카소・프로이드・체플린・번스타인・록펠러・스필버그・하이네 등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배출할 수 있었으며,  무엇이 유대인으로 하여금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 미국 아이비리그의 24%, 미국 변호사의 45%, 세계 500대 기업 경영진의 42%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였을까?


  그 비결은 유대인의 전통적 교육기관인 ‘예시바’에서 행해지는 ‘하부르타’라는 “짝지어 질문하고 토론하기” 방식의 협력적 공동학습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짝지어 질문하고 토론하기”는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상대방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발적 학습효과가 발생하는데, 특히 상대방에 대한 질문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 등이 질문하는 사람과 질문 받는 사람 모두에게 강력한 학습동기를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상대를 설득하거나 반박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배양될 뿐 아니라, 상대방의 ‘나와는 다른’ 논리와 주장을 경험하면서, 생각의 범위와 깊이가 커지고 새롭고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이 개발된다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과 정서적‧수사학적 표현능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상대방 논리의 취약점 발견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도 타인과의 소통에 필요한 중요 요소인 ‘경청’의 습관이 키워지는 등 소통・공감능력을 고양시킨다고 한다.


  ‘예시바’의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인 ‘학업흥미도를 높이고 창의성을 고양하며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의 개발에 강력한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유대인의 성공이 모두 교육시스템 때문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유대인과는 역사적・문화적・종교적 환경이 모두 다른 우리나라에도 ‘예시바’ 시스템이 똑같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예시바’ 교육시스템은 학업흥미도를 높이고 창의성을 고양하며 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 자체는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식・정보 환경의 급격한 변화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학생들의 행복과 우리 사회의 지속발전을 위해, 교육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와 성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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