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전 청와대 행정관.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신축년은 ‘흰색 소’의 해다. 흰색은 상서로움을 의미해 ‘보석’과 같은 ‘귀함’을 상징한다. 또한 소는 농경 생활을 했던 우리 민족에게는 사시사철을 함께 하는 가족같은 동물이면서 농사 소출을 돕는 경제적 파트너와도 같은 동물이다.

매년 그해의 중요한 트렌드를 키워드로 발표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가 제시한 2021 신축년에 주목해야 할 여러 트렌드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키워드는 바로‘V-nomics’다.

‘V-nomics’란 '바이러스(Virus)'의 V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온, 또는 가져오게 될’ 경제적 변화를 의미한다.

‘V-nomics’를 대표하는 키워드는‘보복 소비’다. 환율 변화나 무역 감소 등 경제적 충격이 아닌 바이러스라는 경제 외적이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세계인의 일상이 멈춰졌다는 점에서 지난 1년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한꺼번에 분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복 소비’는 ‘V자’ 형태의 급격한 커브를 그리며 우상향할 것이며, 봉쇄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광업, 외식업, 문화연예공연 부문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내년 소비심리, 보복 소비 있을까?

‘보복 소비’까지는 아니지만 내년 소비심리의 일단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서울지역 표본 1,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20년 4/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는 3/4분기보다 소폭 높아졌다.

또한 ‘현재생활형편지수’(75.8점)보다 ‘미래생활형편지수’가 93.9점으로 18.1점이나 더 높게 나타나 백신 접종 시작에 따른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반영된 듯하다.

한편, 2021년에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로 24.1%가 '청년실업 및 고용문제'를 꼽았다. 이어 '생활물가'(10.6%), '코로나19 방역 관련'(10.2%), '소비심리 및 내수경기'(9.6%), ‘전·월세 가격 인상'(7.6%),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문제'(6.3%) 순으로 나타나 백신 확보에 따른 기대감 속에서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불안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주간 이슈 키워드 분석을 보면, ‘코로나’는 키워드 지수 9.4점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백신’이 전주에 비해 3.1점에서 3.5점으로 상승해 신축년 새해 경제 심리를 좌우할 중요 변수임을 보여준다.

또한, 변창흠, 안철수, 나경원, 서울시장 등 부동산 이슈와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관련 키워드들이 새롭게 진입해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차기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재·보궐 선거가 개막됐음을 확인시켜 준다.

■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핵심은 ‘부동산 정책’ 63.3%

특히,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19∼20일 서울 거주민 8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부동산 급등과 부동산 정책’이란 응답이 63.3%로 높게 응답돼 신임 변창흠 국토부장관 내정자의 공공주택 공급방안 등 관련 정책이 얼마나 공감을 얻는지가 중요 포인트가 되고 있다.

현재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군으로는 조은희 서초구청장, 이혜훈 전 의원,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윤희숙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출마를 선언하거나 검토하는 분위기이나 여성 후보들 외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근식 송파구 당협위원장(경남대 교수) 등도 출마선언을 했다.

또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6∼7%대의 무시 못할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돌연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선거판이 일대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현 정부 심판’을 기치로 내걸며 출마 선언을 했는데, 선언 이후 쿠키뉴스-한길리서치가 12월 19∼20일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7.4%로 야권 후보들 중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후보들 중에는 나경원 전 의원이 16.3%로 1위를 차지해 두 야권 후보가 오차범위 내 양강 구도를 형성해 향후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또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1:1로 맞붙을 경우 범 야권 후보 지지율이 43.2%로 범 여권 후보 지지율(37.0%) 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 후보가 고전하는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우위에 선 야권 후보에게도 제3지대 신당 창당 여부, 야권 후보간 단일화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 외 위험이 될 변수로는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안철수 대표의 메시지를 꼽아야 할 것 같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안 대표의 높은 지지율은 2번의 대선 도전 과정에서 쌓인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입문한 안 대표의 정치 행보가 순탄치 않았던 이유는 그의 비(非)정치적인 언어 구사력 때문이 아닐까 분석해본다.

안 대표는 한때 본인의 정치 언어를 교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들의 인식 속엔 “꽈!”란 ‘어미’로 고함지르기 인상만 남아있다. 정치 언어 구사력은 정치 경험 숙련도와 비례해야 하는데 안 대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최근 그의 메시지도 국민의 마음에 와 닿기보다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결자해지’, ‘정치보복은 없다’ 등의 발언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서울의 비전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오히려 안 대표 스스로가 준비한 서울의 비전을 표방하는 것이 자신의 지지율을 확장시킬 열쇳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권에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그 뒤를 박주민 의원, 우상호 의원이 따르는 1강 2중 체제지만 박주민 의원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임기 1년의 재보궐 선거라는 점과 제3후보 필요성도 꾸준히 거론되는 등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결국 박영선 장관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서울시장 선거에서 다뤄질 주요 부동산 이슈는 공공주택 공급 방안, 재개발 재건축 이슈,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세 완화 등으로 좁혀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민주당 우상호 의원,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은 용적률 완화를 통한 고층개발 방식을 통한 공급책을,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재산세 감면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안철수 대표는 ‘현 정부 정책 실패 심판’이란 거시적 입장만 밝혔고 세부적인 부동산 공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도시계획 전문가인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양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은 구정을 전후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전까지 가장 중요한 일은 코로나 백신 확보를 통한 방역 강화와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고려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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