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성향 분류 단계부터 감독당국이 점검해야

[투데이경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은행별 펀드 위험성향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16곳 중 6곳의 위험 선호 투자자 비율이 8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개 은행에선 이 비율이 90%를 넘었다.

올해 고객의 97%를 위험 선호로 분류한 A은행은 이전 5년간도 절대 다수 고객의 투자 성향이 위험 선호였다.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은 새로 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원금 손실을 감수하는 등의 위험을 선호한다고 답한 고객의 비중을 뜻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안정 성향이 강한 고객이 많이 찾는 은행에서 위험선호투자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건 은행들이 애초부터 고위험상품을 자유롭게 팔기 위해 일부러 고객의 투자성향을 최대한 위험 선호로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해 볼 수 있다.

고객의 투자 성향은 공격투자 적극투자 위험중립 안전추구 위험회피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이중 공격투자와 적극투자로 분류된 고객에게만 펀드 위험등급분류 중 1~2단계에 해당하는 고위험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객의 투자 성향 분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사실상 각 금융사 자율에 맡겨 두었고 투자 성향을 판단하는 계산식인 '알고리즘'을 금융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고객에게 묻는 질문의 비중을 조절하는 식으로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금감원의 불건전 영업행위 감시기준은 이런 왜곡을 걸러내기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감원은 불건전 영업행위를 잡아내는 지표로 '부적합상품 판매율'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애초 위험 선호로 분류된 고객 비중이 높을 경우,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낮게 나와 오히려 건전 영업처럼 보인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이 97.3%인 은행15는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0.9%인 반면,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이 28.4%인 은행7은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15.4%에 달했다.

결국 고객의 투자 성향이 분류되는 단계부터 감시하지 않으면 은행의 과도한 고위험상품 판매를 세밀하게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부적합상품을 파는 은행도 문제지만, 애초 고객을 위험 선호로 분류해 놓고 고위험상품을 팔고 있다면 투자자 성향 분류 단계부터 감독당국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은행별로 다른 투자자 성향 분석 알고리즘 점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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